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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러시아에 800여 대 드론 공세…모스크바·군수산업 겨냥한 ‘최대급’ 공중전

  • 윤아라 기자
  • 입력 2026.08.17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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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사진=gemini 생성이미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향해 800여 대의 드론을 한꺼번에 투입하는 대규모 공습을 단행하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드론 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러시아 당국은 이번 공격을 올해 들어 가장 큰 규모의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 가운데 하나로 평가했고, 모스크바와 남부 로스토프 지역을 비롯한 러시아 서부와 남부 곳곳에서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에 따르면 8월 16일 새벽을 전후해 러시아 영공으로 접근한 우크라이나 드론 가운데 822대를 격추하거나 무력화했다고 밝혔다. 특히 모스크바 주변으로 대규모 드론이 집중되면서 러시아 수도권의 방공망이 집중적으로 가동됐다. 모스크바주 당국은 수도권에서만 180대가 넘는 드론을 요격했다고 발표했고, 모스크바 인근 지역에서는 창고와 산업시설 등이 공격을 받았다.


다만 러시아가 발표한 드론 격추·요격 숫자는 전쟁 당사국의 발표라는 점에서 독립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러시아 측 발표에는 24시간 기준으로 더 많은 수치가 제시된 사례도 있어 집계 기준에 따라 숫자가 달라지고 있다. 따라서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은 ‘러시아가 800대가 넘는 우크라이나 드론을 요격했다고 주장했다’는 수준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모스크바 겨냥한 드론…물류시설에 대형 화재


이번 공격에서 특히 눈에 띄는 곳은 러시아 최대 온라인 유통업체 가운데 하나인 와일드베리스(Wildberries)의 물류시설이다.


모스크바 남쪽 코레디노에 위치한 대형 물류창고에서는 공격 이후 거대한 화재가 발생했다. 현지 당국은 화재가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과 관련됐다고 밝혔으며, 로이터 영상에서도 검은 연기가 하늘로 치솟는 모습이 확인됐다. 해당 시설은 약 25만㎡ 규모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와일드베리스의 물류망을 러시아의 군수지원 체계와 연결된 핵심 경제 인프라 가운데 하나로 보고 공격 대상으로 삼아왔다. 우크라이나 측은 이 회사의 대형 물류센터 가운데 상당수가 러시아 군에 필요한 물품 공급에 활용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군수지원 관련 주장은 러시아 측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사실은 아니다.


이번 공격으로 모스크바주에서는 83세 남성이 숨졌다고 지역 당국이 밝혔다. 러시아 당국은 모스크바 지역 외에도 여러 지역에서 사상자와 시설 피해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로스토프에서는 방산시설 공격 주장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주에서도 피해가 보고됐다. 현지 당국은 이 지역에서 5명이 숨졌다고 밝혔으며,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의 방위산업과 관련된 시설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군은 특히 러시아 무기에 사용되는 고체 추진제를 생산하는 방산업체가 공격받았다고 밝혔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 깊숙한 곳의 일반적인 경제시설뿐 아니라 러시아의 미사일·드론 생산과 군수물자 공급망을 직접 겨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우크라이나는 올해 들어 러시아의 정유시설과 군수공장, 탄약 및 물류시설 등에 대한 장거리 드론 공격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왔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장거리 드론을 대량 투입해 러시아의 방공체계를 소모시키고 군수·에너지 인프라의 작동을 방해하는 것이 주요 목적 가운데 하나로 분석된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공습 지속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이 확대되는 동시에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사일·드론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한 주 동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향해 공격용 드론 1,550여 대와 유도폭탄 약 1,560발, 미사일 62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장거리 공습에 대응하기 위해 방공망과 요격미사일 확보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8월 16일에도 러시아의 공격으로 키이우를 비롯해 크레멘추크와 크리비리흐 등 우크라이나 여러 도시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키이우에서는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서점과 도서시장 일대가 피해를 입었고, 크리비리흐에서는 철강시설도 공격을 받았다. 현지 당국과 기업 발표에 따르면 사망자와 부상자가 발생했으며 구조·수색 작업도 이어졌다.


우크라이나 측은 특히 탄도미사일에 대한 방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러시아가 순항미사일과 드론뿐 아니라 탄도미사일과 유도폭탄을 함께 활용하면서 우크라이나 방공체계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흑해에서도 긴장 고조…유조선 피격 주장


이번 공방은 육지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8월 16일 러시아 흑해 항구인 노보로시스크 인근에서는 그리스 국적 유조선이 공격받았다는 신고가 나왔다. 해상 위험관리 업체 마리스크스(Marisks)는 정박 중이던 선박이 두 차례 공격을 받았으며 우크라이나의 공격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격에 사용된 무기와 피해 규모, 선원들의 상태, 화물 피해 여부 등은 당시까지 독립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 사건 역시 우크라이나의 공격이라고 단정하기에는 추가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전쟁의 경계가 러시아 국경 밖으로도 번져


이번 공습에서 또 하나 주목되는 사건은 루마니아 영공에서 발생했다.


루마니아 국방부는 8월 16일 자국 영공에 진입한 드론 한 대를 나토(NATO) 항공초계 임무에 참여 중이던 스페인 공군 F-18 전투기가 격추했다고 밝혔다. 레이더는 갈라치 지역 인근에서 드론을 포착했으며, 드론은 인구가 거의 없는 지역에 추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루마니아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인해 드론이나 드론 잔해가 자국 영토와 영공으로 넘어오는 상황을 반복적으로 겪고 있다. 이번 사건은 올해 들어 루마니아 영공에서 격추된 네 번째 드론으로 알려졌다. 나토 역시 동부전선의 공중 감시와 방공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대량 드론전’으로 변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번 공격이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변화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공중전이 기존의 전투기와 미사일 중심에서 대량 드론을 활용한 장거리 소모전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영토 깊숙한 곳까지 도달할 수 있는 드론을 대량 생산해 정유시설과 군수공장, 비행장, 물류센터 등을 공격하고 있다. 러시아 역시 이란제 샤헤드 계열을 포함한 대규모 공격용 드론과 미사일을 이용해 우크라이나의 도시와 에너지·산업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특히 드론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대량 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공격 측은 수백 대를 동시에 투입해 방공망을 포화시키고, 방어 측은 고가의 요격미사일과 전투기를 동원해 이를 막아야 한다. 이런 비대칭성 때문에 양국 모두 드론 생산과 방공체계 확보에 막대한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이번 러시아 본토 공습 역시 단순히 한두 곳의 목표물을 공격하는 작전이라기보다 러시아의 방공망과 군수·물류 체계 전체에 압박을 가하는 대규모 작전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실제로 공격 규모가 커질수록 러시아는 수도권뿐 아니라 광범위한 지역에 방공자산을 분산해야 한다.


반대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계속해서 대규모 미사일과 드론을 투입하면서 우크라이나 역시 방공미사일 재고를 빠르게 소모하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할수록 공격용 드론 생산 능력뿐 아니라 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요격할 수 있는지가 전쟁의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는 것이다.


협상보다 커지는 ‘하늘의 전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전쟁 종식을 위한 외교적 움직임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선 밖에서는 오히려 장거리 공습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양측이 상대방의 후방 깊숙한 곳을 공격하면서 수도와 산업시설, 에너지·물류망까지 전쟁의 영향권에 들어가고 있다.


이번 우크라이나의 대규모 드론 공격은 그 변화가 러시아의 수도권까지 얼마나 깊숙이 확대됐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동시에 러시아의 지속적인 미사일·드론 공격과 나토 회원국 루마니아 영공에서의 드론 격추는 전쟁의 위험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국의 국경을 넘어 주변국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보여준다.


결국 이번 공습의 의미는 단순히 ‘몇 대의 드론이 격추됐는가’에 있지 않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서로의 후방을 직접 겨냥하는 장거리 공격 능력을 확대하면서 전쟁의 공간 자체가 넓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지상전이 정체되더라도 하늘에서는 공격과 방어의 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새로운 소모전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얼마나 많은 드론을 생산하고 운용할 수 있는지, 그리고 상대방의 대규모 공격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지가 전쟁의 향방뿐 아니라 유럽 동부 지역의 안보에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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