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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란과 협상 없다”…호르무즈 둘러싼 미·이란 갈등 다시 격화

  • 윤아라 기자
  • 입력 2026.08.19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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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The Whist House]

 

미국과 이란 사이의 외교적 돌파구가 사실상 막히면서 중동 정세가 다시 긴장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 진행 중인 협상이나 예정된 회담이 없다고 밝힌 데 이어 이란은 미국이 양보를 받아내기 위해 테헤란을 압박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세계 에너지 공급망의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 18일 이란과 현재 진행 중인 협상이 없으며 예정된 회담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불과 하루 전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평화협상을 위한 비공개 연락망, 이른바 ‘백채널’이 가동되고 있다고 밝힌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언이다.


그러나 이란 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즉각 부인했다. IRGC 대변인은 미국과 IRGC 사이에 어떠한 협상도 진행되고 있지 않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거짓’이라고 일축했다. 이란 외교 당국 역시 비공개 회담설을 부인하면서 미국이 심리전을 통해 이란 내부를 흔들려 한다고 주장했다.


양국 간 불신은 지난 6월 체결된 임시 합의의 60일 협상 시한이 종료되면서 더욱 커지고 있다. 당시 합의는 전쟁을 종식하고 호르무즈 해협의 운항을 정상화하기 위한 포괄적 협상을 추진하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시한이 끝난 현재까지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미국은 합의 연장에 적극적이지 않은 반면 이란은 미국의 제재 해제와 군사행동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미·이란 충돌의 핵심 쟁점으로


양국 갈등의 중심에는 호르무즈 해협이 자리하고 있다. 이란은 미국이 제재와 군사적 압박을 중단하고 기존 합의에서 약속한 조건을 이행해야 해협을 완전히 개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란 측은 미국의 군사적 행동과 제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해협을 개방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을 미국이 통제해야 한다는 강경한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최근에는 소셜미디어에 호르무즈 해협을 ‘새로운 미국 영토(New US Territory)’로 표시한 지도를 게시해 논란을 일으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협의 통행을 둘러싼 이란의 영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특히 미국과 이란의 대립은 오만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오만은 전통적으로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해온 국가로, 최근 이란과 호르무즈 해협의 운항 및 관리 방안을 논의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만이 미국의 대이란 구상을 방해할 경우 군사적 대응을 할 수 있다는 취지의 강경 발언까지 내놓았다.


걸프 지역으로 확산되는 군사적 긴장


외교적 교착과 함께 군사적 긴장도 주변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18일 이란에서 발사된 것으로 파악되는 탄도미사일 2발을 탐지했다고 밝혔다. UAE 측에 따르면 한 발은 해상에 떨어졌고 다른 한 발은 UAE 영해 안에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은 미사일 발사 책임을 부인했다. UAE는 이후 이란과의 교역 및 상업 관계를 중단하는 조치를 발표하면서 양국 관계도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시리아에서도 이스라엘과 주변국 사이의 긴장이 높아졌다. 이스라엘군은 18일 시리아 북서부 알레포 인근 아부 알두후르 공군기지를 공습했다. 이스라엘은 시리아 내 터키군 배치 가능성을 이유로 들었지만, 미국의 시리아 특사 톰 배럭은 이번 공격을 ‘불필요한 긴장 고조’라고 비판했다. 터키 역시 시리아 주권 침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 역시 사우디아라비아의 에너지 시설을 겨냥한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후티는 사우디아람코의 자잔 정유시설을 공격했다고 주장했으며, 사우디 당국은 정유시설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했다고 밝혔다. 이 시설은 하루 약 40만 배럴의 원유를 처리할 수 있는 곳으로,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를 둘러싼 에너지 수송 불안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국제유가 다시 배럴당 90달러선


중동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도 즉각 반응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18일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91달러를 넘어섰으며,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경우 추가 상승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해상 원유 수송의 상당 부분이 통과하는 핵심 항로인 만큼, 운항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국제 에너지 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다.


현재 해협을 둘러싼 상황은 양국의 주장도 엇갈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협이 사실상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기뢰도 제거됐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이란은 미국의 조건 이행이 선행되지 않는 한 완전한 개방은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선박 운항도 정상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전해져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협상’보다 ‘압박’이 앞서는 대치


이번 사태의 가장 큰 특징은 미국과 이란 모두 협상의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으면서도 공개적으로는 상대방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사실상 항복을 요구하는 강경 메시지를 내놓으면서도 과거에는 비공개 접촉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란 역시 대화 자체를 거부하기보다는 미국의 군사적 압박과 제재가 중단돼야 협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결국 양국이 협상 테이블에 앉더라도 ‘누가 먼저 양보할 것인가’를 둘러싼 힘겨루기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대립이 UAE와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시리아, 예멘 등으로 확산되면서 이번 갈등은 단순한 미·이란 양자 문제를 넘어 중동 전체의 안보와 에너지 수송망을 흔드는 양상으로 변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것은 ‘협상 결렬→호르무즈 해협 긴장→에너지 가격 상승→지역 내 추가 군사행동’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다. 특히 호르무즈와 홍해라는 두 개의 주요 에너지·해상 운송로에서 동시에 긴장이 고조될 경우 세계 경제가 장기간의 에너지 가격 상승과 물류 불안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향후 중동 정세의 최대 변수는 미국과 이란이 다시 비공개 접촉을 재개할 수 있을지, 그리고 호르무즈 해협의 운항 정상화를 둘러싼 조건을 얼마나 조정할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 현재까지는 외교적 돌파구보다 군사적 압박과 상호 불신이 앞서면서 중동의 긴장 수위가 다시 높아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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