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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한가운데 남은 기린과 소의 흔적…리비아 8천 년 전 암각화가 보여주는 ‘푸른 사하라’

  • 권민정 기자
  • 입력 2026.08.20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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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비아 와디 마텐두스(Wadi Mathendous)의 암각화 사진 [사진=Archaeology & Art X

 

오늘날 거대한 사막으로 알려진 리비아 남서부의 사하라 한가운데에는 기린과 소, 코끼리, 악어 등 지금의 풍경에서는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동물들이 새겨진 선사시대 암각화가 남아 있다.


고고학·예술 콘텐츠를 소개하는 X 계정 ‘Archaeology & Art’는 19일 리비아 와디 마텐두스(Wadi Mathendous)의 암각화 사진을 게시하며 “기린과 소의 암각화, 신석기 시대, 약 8000년 전”이라고 소개했다.


사진에는 길게 뻗은 목과 다리를 가진 기린 두 마리와 주변의 다른 동물 형상이 바위 표면에 깊게 새겨져 있다. 이곳은 리비아 남서부 페잔(Fezzan) 지역 메사크 고원(Messak Plateau)의 주요 와디, 즉 건조한 계곡 지대 가운데 하나로, 중앙 사하라를 대표하는 암각화 유적지로 꼽힌다.


영국박물관(British Museum)이 소장한 와디 마텐두스 암각화 기록에 따르면 이 지역과 주변 계곡에는 수만 점에 이르는 암각화가 분포한다. 기린뿐 아니라 코끼리, 악어, 버펄로, 소, 타조, 고양잇과 동물, 인간과 동물이 결합된 형상 등이 함께 나타난다. 영국박물관은 이 일대를 메사크 암각화의 핵심 지역으로 설명하고 있다.


특히 기린은 와디 마텐두스 암각화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대표적인 동물이다. 영국박물관의 기록에는 기린 무리가 함께 새겨진 장면뿐 아니라 코끼리와 기린이 같은 암면에 겹쳐 표현된 사례도 남아 있다. 일부 암각화는 이른바 ‘부발루스(Bubalus) 양식’으로 분류되며, 이후 목축 문화와 관련된 소의 표현도 확인된다.


이러한 동물들은 단순한 상상 속의 존재가 아니라, 선사시대 사하라의 환경이 오늘날과 크게 달랐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로 여겨진다.


지질·고환경 연구에 따르면 메사크 고원은 홀로세 초기와 중기에 현재보다 훨씬 습윤한 환경을 경험했다. 암석 표면의 풍화층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약 9200년 전부터 5500년 전까지 습윤한 환경이 존재했고, 이후 점차 건조화가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중앙 사하라에는 오늘날보다 풍부한 식생과 물이 존재했고, 대형 야생동물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됐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와디 마텐두스의 기린과 코끼리, 악어 같은 동물 암각화는 흔히 ‘푸른 사하라(Green Sahara)’ 또는 ‘습윤한 홀로세 사하라’의 기억을 돌 위에 남긴 기록으로 해석된다.


다만 X 게시물에 제시된 ‘약 8000년 전’이라는 연대를 특정 암각화 전체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데는 주의가 필요하다. 와디 마텐두스와 메사크 지역의 암각화는 서로 다른 시대와 양식에 걸쳐 제작됐으며, 일부는 약 1만 년 전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목축 문화와 관련된 암각화는 그보다 뒤의 시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암각화의 정확한 제작 연대를 특정하는 일 자체도 쉽지 않다. 리비아 사막 지역의 암각화는 직접적인 방사성탄소 연대 측정이 가능한 유기물이 남아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암석의 풍화층, 그림과 조각의 양식, 주변 유적과의 관계 등을 종합해 연대를 추정한다. 연구자들은 따라서 개별 암각화에 하나의 정확한 연도를 부여하기보다는 일정한 시대 범위로 접근하고 있다.


와디 마텐두스 암각화는 자연환경의 변화뿐 아니라 인간 사회의 변화도 함께 보여준다. 초기에는 기린과 코끼리, 버펄로 등 야생동물이 중심을 이루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소와 목축 생활을 연상시키는 표현들이 등장한다. 메사크 고원에서는 기원전 약 5200~3800년 사이로 추정되는 목축 사회의 의례와 소 관련 유적도 확인돼, 암각화가 당시 사람들의 경제활동과 사회·상징 체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오늘날 와디 마텐두스는 극도로 건조한 사하라의 일부다. 그러나 바위 위에 새겨진 긴 목의 기린과 거대한 야생동물들은 이곳이 과거에는 전혀 다른 환경이었음을 말해준다.


8천 년이라는 시간은 하나의 정확한 제작 연대라기보다 이 암각화들이 만들어진 홀로세 시대의 긴 시간을 상징하는 표현에 가깝다. 분명한 것은 현재의 메마른 사막 풍경 속에 남아 있는 이 조각들이, 한때 사바나와 물, 그리고 다양한 야생동물이 존재했던 ‘또 다른 사하라’의 모습을 오늘날까지 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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