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상대로 군사적 압박에 이어 전면적인 경제전쟁에 나설 태세다. 이란의 석유 수출과 금융 거래를 차단하고, 이란에 자금을 제공하거나 거래하는 제3국의 금융기관과 기업까지 제재하는 방식으로 이란 경제를 사실상 질식시키겠다는 구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에 자금이나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는 금융기관과 기업, 공항, 정부기관 등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가하겠다고 경고했다. 특히 이란의 석유 밀수와 환전, 현금 송금, 선박 등록, 위장회사 등을 통한 제재 회피를 차단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미국의 전략이 바뀐 것은 이란과의 충돌이 장기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군사적 압박을 통해 이란의 항복이나 협상 복귀를 끌어내려 했지만 기대만큼 빠른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경제적 소모전을 통해 이란의 국가 운영 능력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문제는 미국의 강력한 경제제재가 과연 이란 정권의 전략적 계산까지 바꿀 수 있느냐는 점이다.
현재 이란 경제는 이미 심각한 압박을 받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6년 이란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물가상승률도 매우 높은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통화가치 하락과 높은 물가, 투자 위축, 국제 금융거래 제한 등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이란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적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석유 수출과 금융거래에 대한 압박을 한층 강화한다면 이란 경제가 추가적인 타격을 받을 가능성은 높다. 특히 정부의 주요 외화 수입원인 원유 수출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차단하느냐가 핵심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결정적인 변수가 있다. 바로 중국이다.
중국은 이란산 원유의 가장 중요한 구매국 가운데 하나다. 미국이 이란의 석유 수출을 완전히 차단하려면 중국의 정유사와 금융기관, 해운회사 등을 함께 압박해야 한다. 이란산 원유가 중국으로 계속 흘러가는 한 미국의 경제봉쇄에는 구조적인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 가운데 하나는 중국 기업과 금융기관에 대한 이른바 ‘2차 제재’다. 이란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이 미국 금융시장이나 달러 결제망을 이용할 경우 제재하겠다고 경고하는 방식이다.
이 수단은 실제로 상당한 효과를 낼 수 있다. 미국 금융시스템과 달러 결제망은 국제경제에서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미국 시장과 금융망에 대한 접근을 잃는 비용이 이란과의 거래에서 얻는 이익보다 크다면 거래를 중단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중국을 정면으로 압박하는 것은 미국에도 상당한 위험을 의미한다.
미국과 중국은 이미 무역과 기술, 공급망을 둘러싸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산 원유 거래를 이유로 중국의 주요 은행이나 기업을 대규모로 제재한다면 미·중 관계가 다시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문제와 별도로 중국과의 관계 관리도 필요하다는 점에서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다.
이란 역시 수십 년 동안 미국의 제재를 경험하면서 다양한 회피 수단을 발전시켜 왔다. 제재를 받지 않는 제3국 기업을 활용하거나 선박의 소유구조와 등록국가를 바꾸고, 비공식 금융망과 중간회사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달러를 사용하지 않는 거래도 확대할 수 있다.
미국이 하나의 거래망을 차단하면 이란과 거래하는 세력이 새로운 통로를 만드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제재의 강도를 높이는 것과 이란 경제를 완전히 봉쇄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이란의 석유 수출을 크게 줄이는 데 성공하더라도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국제유가 상승이다.
이란의 원유 공급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높아지면 국제 원유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이란은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호르무즈 해협을 활용해 미국과 국제사회에 역으로 경제적 부담을 줄 수 있다.
미국이 이란의 석유 수출을 막는 과정에서 국제유가가 급등한다면 그 부담은 미국 소비자에게도 돌아간다. 휘발유 가격이 오르고 운송비가 상승하면 식품과 생활물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경제를 압박하는 동시에 미국 국민이 감당해야 하는 경제적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이란 입장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역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을 높이거나 선박 운항을 방해하고, 중동 지역의 친이란 무장세력을 통해 미국과 동맹국의 경제적 부담을 높이는 방식이다.
이란이 미국의 압박에 즉각 굴복하기보다 장기전을 선택한다면 미국 역시 선택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
특히 경제제재는 군사작전과 달리 결과가 나타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석유 수출이 감소하고 외환이 부족해지고 물가가 상승하면서 경제가 서서히 악화되더라도 그것이 곧바로 정권의 붕괴나 협상 복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란 지도부가 경제적 어려움을 외부의 적에 대한 저항으로 규정하면서 내부 결속을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
이란이 수십 년 동안 강력한 제재를 견뎌왔다는 사실은 미국에 중요한 교훈이다. 경제제재는 이란 경제에 상당한 피해를 줄 수 있지만, 제재만으로 이란 지도부의 핵심적인 안보 인식과 정권 생존 의지를 바꾸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트럼프의 경제전쟁이 성공하려면 단순히 이란 경제를 어렵게 만드는 것 이상의 전략이 필요하다.
이란의 석유 수출을 줄이고 혁명수비대(IRGC)의 자금줄을 차단하는 동시에 중국과 중동 국가, 유럽 국가들이 제재에 동참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란이 제재를 우회할 수 있는 금융·해운·무역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추적하고 차단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경제를 실제로 압박해 협상력을 약화시키려면 수개월 또는 그 이상의 장기적인 정책 일관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미국 내 유가와 물가가 상승하고 전쟁에 대한 피로감이 커진다면 국내 정치적 부담도 함께 커질 수 있다.
이란 역시 미국의 정치 일정을 계산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중간선거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이란이 미국의 장기전을 견디면서 오히려 미국 내 정치적 부담을 키우려 할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의 대이란 경제전쟁은 단순한 미국과 이란의 대결이 아니다. 미국의 제재 능력과 중국의 경제적 완충 능력, 이란의 제재 회피 능력, 국제유가와 세계경제의 반응이 동시에 얽히는 복합적인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용할 수 있는 경제적 수단은 여전히 강력하다. 특히 달러 금융망과 미국 금융시장에 대한 접근을 활용한 2차 제재는 이란뿐 아니라 이란과 거래하는 기업과 금융기관에도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이란 경제를 약화시키는 것과 이란을 굴복시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미국이 중국까지 상대로 제재 전선을 확대할 경우 이란에 대한 압박은 더욱 강해질 수 있지만, 동시에 국제유가 상승과 미·중 갈등이라는 새로운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반대로 중국과 다른 국가들이 미국의 제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는다면 이란은 제한적이나마 경제적 생명선을 유지할 수 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경제 붕괴’ 전략이 성공할지를 결정하는 핵심은 제재의 강도보다 지속 가능성과 국제적 공조에 달려 있다.
미국은 이란의 경제를 상당히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이란 지도부가 그 고통을 감수하면서까지 버티겠다고 판단한다면 경제제재만으로 전쟁을 끝내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번 경제전쟁의 진짜 시험대는 이란 경제가 언제 무너질 것인가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압박하는 데 따른 미국의 경제적·정치적 비용을 얼마나 오래 감당할 수 있는가, 그리고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미국의 압박에 어디까지 동참할 것인가가 향후 사태의 방향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압박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는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그 압박을 이란의 정치적 항복으로 연결하는 마지막 단계는 지금까지의 제재보다 훨씬 어려운 과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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