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포럼의 주제는 ‘동시대 영화의 가능성을 말하다’이다. 영화산업의 구조적 변화부터 생성형 인공지능(AI)의 확산, 창작자의 권리와 영화제 지원정책, 지역 영화 생태계와 친환경 전환까지 현재 영화계가 직면한 핵심 현안을 폭넓게 다룬다.
포럼은 ▲산업 ▲AI·창작 ▲제도·정책 ▲지역·환경 등 4개 분야를 중심으로 구성되며, 모두 8개 세션에서 영화계의 변화와 미래를 둘러싼 다양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사라지는 중예산 영화, 새로운 돌파구는
첫 번째 화두는 영화산업의 구조 변화다.
최근 극장 관객 감소와 제작·투자 환경의 변화가 이어지면서 한국영화에서 중예산 작품이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제기되고 있다.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블록버스터와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낮은 작품 사이에서 이른바 ‘중간 허리’가 약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포럼에서는 ‘사라진 허리, 중예산 영화는 국경을 넘을 수 있는가’를 통해 국제 공동제작이 중예산 영화의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국내 시장만으로 제작비를 회수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해외 투자와 공동제작, 배급망을 활용하는 방식이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지 논의한다.
아시아 애니메이션의 성장도 주요 의제로 다뤄진다.
일본과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애니메이션이 국제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 애니메이션의 도약, 무엇으로 완성되는가’ 세션을 통해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의 경쟁력과 성장 가능성을 짚어본다.
이는 변화하는 극장가에서 단순히 영화 장르의 흥행을 분석하는 것을 넘어 한국 콘텐츠 산업이 새로운 시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로 이어질 전망이다.
생성형 AI 시대, 영화 창작의 주체는 누구인가
AI는 이번 포럼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적 화두 가운데 하나다.
생성형 AI가 시나리오와 이미지, 영상, 음향 등 영화 제작 과정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영화산업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동시에 AI가 창작 과정에 참여할 경우 인간 창작자의 역할과 저작권, 창작의 독창성, 예술적 가치 등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도 커지고 있다.
포럼 비프는 ‘AI 영화의 미래: AI와 예술가는 공존할 수 있는가’라는 세션을 통해 AI 기술과 예술가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핵심 질문은 AI가 인간 창작자를 대체할 것인가에만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AI를 새로운 창작 도구로 활용하면서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창의성과 경험, 감각을 어떻게 확장할 것인지가 주요 논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동서대학교가 마련하는 ‘AI 시대의 새로운 창조성: 인간의 자리를 묻다’ 세션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AI 시대에 창조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영화 창작에서 인간의 역할을 어떻게 새롭게 정의해야 하는지를 논의한다.
결국 AI를 둘러싼 영화계의 고민은 기술의 발전 자체보다 ‘누가 창작하는가’와 ‘무엇을 창작이라고 부를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속 가능한 영화산업을 위한 창작자의 권리
영화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술과 자본뿐 아니라 창작자들이 안정적으로 작품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는 점도 이번 포럼에서 강조된다.
영화인연대는 ‘모두가 계속 만들기 위해 싸우고 있다: 창작의 권리와 지속가능성’을 통해 영화인의 계약과 보상, 저작권 등 창작자 권리를 둘러싼 문제를 다룬다.
영화 한 편이 완성되기까지 감독과 배우, 작가, 스태프 등 수많은 창작 인력이 참여하는 만큼 이들의 권리와 정당한 보상 체계가 확보되지 않으면 산업 자체의 지속가능성도 위협받을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영화제의 역할과 공공지원 정책도 논의 대상이다.
‘새로운 영화정책 환경에서 영화제 지원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세션에서는 영화제가 단순한 영화 상영 행사를 넘어 신인 발굴과 독립·예술영화 지원, 지역 문화 활성화, 국제교류 등 공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바탕으로 새로운 지원체계의 방향을 모색한다.
특히 영화산업의 변화와 재정 여건의 변화 속에서 공공지원이 어떤 기준과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는지는 향후 국내 영화 생태계의 중요한 정책 과제가 될 전망이다.
영화도시 부산의 미래와 친환경 전환
포럼의 마지막 논의는 부산이라는 지역으로 확장된다.
부산영화정책네트워크는 ‘지역영화의 새로운 거버넌스: 현장과 행정, 어떻게 함께 갈 것인가’를 통해 지역 영화정책에서 민간과 행정의 협력 방식을 모색한다.
부산이 국제영화제를 개최하는 대표적인 영화도시로 성장한 만큼 앞으로도 영화산업과 문화 생태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행정 중심의 정책을 넘어 영화인과 시민, 관련 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거버넌스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위기 시대 영화산업의 환경적 책임도 빼놓을 수 없는 의제다.
유네스코 영화 창의도시 부산은 ‘지속 가능한 영화 생태계 전환과 탄소 절감 전략’을 통해 영화 제작과 영화제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줄이고 친환경적인 영화산업 구조를 만들어가는 방안을 모색한다.
영화 제작에는 촬영 장비와 이동, 세트 제작, 조명, 전력 사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환경적 비용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앞으로 영화산업 역시 콘텐츠의 완성도뿐 아니라 제작 과정의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변화의 중심에서 ‘영화의 미래’를 묻다
이번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포럼이 주목받는 이유는 영화산업의 특정 현안 하나만을 다루지 않는다는 데 있다.
중예산 영화의 위기와 아시아 애니메이션의 성장이라는 산업적 변화에서 출발해 생성형 AI와 창작자의 관계, 창작자 권리와 공공지원, 지역 영화정책과 친환경 전환까지 영화가 놓인 환경 전체를 살펴본다.
특히 AI의 등장으로 영화 제작 방식 자체가 변화하는 상황에서 영화의 미래를 단순히 기술 발전의 관점에서만 바라보지 않고 사람과 제도, 지역과 환경의 문제까지 함께 연결한다는 점이 이번 포럼의 특징이다.
영화산업은 지금 극장 중심의 산업 구조 변화, 글로벌 OTT와 콘텐츠 시장의 확대, 생성형 AI의 등장, 제작비 상승, 창작자 권리 문제, 기후위기 등 복합적인 변화에 동시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화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새로운 기술 하나가 아니라 산업과 창작자, 정책, 지역사회가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서로 연결되는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포럼은 이러한 변화의 현장에서 서로 다른 분야의 질문을 하나의 화두로 연결한다. ‘동시대 영화의 가능성’이라는 주제 아래 영화산업이 현재 어디에 서 있는지를 진단하고, 앞으로 영화가 어떤 방식으로 관객과 만나고 새로운 창작을 이어갈 수 있을지를 모색하는 자리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성장해 온 만큼 이번 포럼에서 제기되는 논의 역시 한국영화의 당면 과제를 넘어 아시아 영화산업이 기술과 산업구조, 정책과 환경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중요한 논의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BEST 뉴스
-
자연과 전통을 아이들의 시선으로…제4회 청소년환경예술전 ‘Memory for Tomorrow’
▲2026 제4회 청소년환경예술전 [사진=셀리맘아트] 인공지능이 이미지와 예술작품까지 만들어내는 시대, 아이들은 미래에 무엇을 기억하고 남기고 싶어 할까. 자연과 생명, 우리의 전통과 문화를 청소년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제4회 청소년환경예술전 ‘Memory for Tomorrow’가 서... -
[문화의 현장] 이경미 박사가 기획한 ‘도시시작’…평창동의 길, 몸으로 다시 만나다
▲ 이경미 박사가 기획한 ‘도시시작’ 평창동의 길, 몸으로 다시 만나다중 가나아트센터 계단에서의 머포먼스 모습. [사진=이경미 박사 제공] 늘 걷던 길도 걷는 방식을 바꾸면 전혀 다른 공간이 된다. 계단에서 몸을 돌려 하늘을 바라보고, 손끝으로 산등성이의 선을 따라가며, 오... -
[현장] 제4회 청소년환경예술전 《Memory for Tomorrow》, 청소년들이 지키고 싶은 것들에 대하여
▲2026 제4회 청소년환경예술전 1층에 전시된 작품들 [사진=ESG코리아뉴스] 사라져가는 자연과 생명, 잊혀가는 전통과 문화를 예술로 기억하고 미래로 이어가려는 청소년들의 시선이 한자리에 모였다. ‘2026 제4회 청소년환경예술전 《Memory for Tomorrow》’ 개막식... -
[초콜릿, 문명을 만나다 ①] 초콜릿은 어디에서 시작됐을까…마야 신화 속 카카오
[편집자주] 〈초콜릿, 문명을 만나다〉는 한국초콜릿연구소뮤지엄의 전시와 소장 자료를 따라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초콜릿의 뿌리를 찾아가는 ESG코리아뉴스의 기획연재이다. 카카오의 기원에서 출발해 마야의 신화와 문화, 아즈텍 사회의 카카오, 유럽으로 건너간 뒤 달라진 초콜릿, 오늘날 한 조각의 초콜릿... -
[갤러리] 청년 환경예술가 오유나의 'Fragments of Self'
▲오유나 作, Fragments of Self [사진=오유나] 〈Fragments of Self〉를 처음 구상했을 때 저는 무의식과 내면에 존재하는 여러 모습의 ‘나’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하나의 얼굴만으로는 경험과 기억, 감정에 따라 달라지는 저 자신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여러... -
[초콜릿, 문명을 만나다 ②] 카카오는 왜 ‘신의 선물’이 됐을까…아즈텍 신화(Aztec Mythology)와 케찰코아틀(Quetzalcoatl)
[편집자주] 〈초콜릿, 문명을 만나다〉는 '한국초콜릿연구소뮤지엄'의 전시와 소장 자료를 따라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초콜릿의 뿌리를 찾아가는 ESG코리아뉴스의 기획연재이다. 1편에서는 약 5,300년 전 남미 상부 아마존에서 확인된 카카오 이용의 흔적과 마야 문명에서 카카오가 음식과 의례, 신화적 세계관 속에...
전체댓글 0
NEWS TOP 5
실시간뉴스
추천뉴스
사람들
more +-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①] “내가 맡긴 돈은 어디로 갈까”…이상진 대표가 그리는 가치금융의 미래
[편집자 주] 세상의 변화는 익숙한 현실에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로... -
인류의 달 착륙 뒤에 있었던 여성 과학자…마거릿 해밀턴, 90세로 별세
1969년 7월 20일, 인류가 처음 달에 발을 내디딘 역사적인 순간에는 보이지 ... -
오바마 “책은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꾼다”…인생 바꾼 6권 다시 읽는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에게 깊은 영향을 준 책들을 다시 펼친다... -
UN 인권사무소, 말리 원주민 지도자 우무 디코 조명… “기후 정의와 원주민 권리 향상에 앞장”
유엔 인권사무소(UN Human Rights)가 7일 저녁 공식 X 계정을 통해 말리 출...
오피니언
more +-
[강윤영의 사람을 살리는 콘텐츠] ② 불안의 시대, 나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우리는 매일 수많은 정보를 만난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 -
[이경미의 AI와 미래공간 ①] AI가 바꾸는 공간, 인간의 삶
사무실 책상에 앉아 인공지능(AI)과 함께 제안서를 작성하는 풍경은 이... -
[용석광의 컴플라이언스와 ESG] ㉜ CP 우수기업 인센티브 체계와 과징금 감경 규정: 준법경영이 가져다주는 강력한 재무적·행정적 혜택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 우수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는 상징적 포상이... -
[서정태의 ESG현장클리닉④] 중소기업의 공급망 ESG 평가대응, ESG 대응 체계 구축이 중요하다.
최근 ESG는 대기업이나 상장기업만의 과제가 아니다. 해외 바이어와 대기...
기획 / 탐방
more +-
[ESG탐방] 농업 생산지가 관광 자원으로… 홋카이도 ‘패치워크 로드’와 ‘팜 토미타’가 보여준 농촌 경관의 가치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의 ‘패치워크 로드’와 나카후라노의 ‘팜 토미... -
[ESG탐방] 화산 지질이 만든 지하수의 흐름… 비에이 ‘시로가네 폭포’가 보여준 자연자산의 가치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정의 시로가네 온천 지역에는 화산 지질과 지하수가 ... -
[ESG탐방] 방재시설에서 관광자원으로... 자연과 함께 만들어진 홋카이도 비에이 ‘청의 호수’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정에 위치한 청의 호수(아오이이케·青い池)는 처... -
[ESG탐방] 아사히카와 디자인센터, 지역 산업을 지속가능한 자산으로 연결
일본 홋카이도 아사히카와시는 가구와 목공산업이 발달한 도시다. 홋카이도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