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강, 호수 아래 잠들어 있는 난파선과 유적, 유물 등 인류의 역사를 보존하기 위한 국제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유네스코(UNESCO)는 8월 21일을 ‘국제 수중문화유산의 날(International Day for Underwater Cultural Heritage)’로 지정하고 2026년 처음으로 이를 기념했다.
유네스코는 공식 X를 통해 “우리의 바다와 강, 호수 아래에는 인류 문화유산의 특별한 일부가 존재한다”며 “수세기에 걸친 항해와 교류, 공유된 역사를 증언하는 유산”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첫 국제 수중문화유산의 날을 맞아 미래 세대를 위해 수중문화유산을 보호해야 하는 이유를 알리는 데 동참해 달라고 밝혔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국제 수중문화유산의 날은 매년 8월 21일 개최되며, 바다와 해양뿐 아니라 강과 호수 등 수중에 남아 있는 인류의 문화적 흔적을 보호하기 위한 인식 제고와 국제적 협력을 촉진하는 것이 목적이다. 특히 수중문화유산이 과학과 교육, 각 지역과 민족의 문화적 정체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기념일은 2026년 처음 마련됐다. 유네스코 제43차 총회가 2025년 11월 이 날을 국제기념일로 선포했으며, 이집트의 제안과 유네스코 집행이사회의 권고가 바탕이 됐다. 유네스코는 매년 이 날을 통해 수중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연구와 보호 활동, 국제적 협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100년 이상 물속에 잠긴 인류의 흔적
유네스코가 말하는 수중문화유산은 단순히 바다에 가라앉은 오래된 물건을 의미하지 않는다.
2001년 채택된 ‘수중문화유산 보호에 관한 협약’은 수중문화유산을 문화적·역사적·고고학적 가치를 지닌 인간 존재의 흔적 가운데 최소 100년 동안 부분적 또는 전체적으로 물속에 있었던 것으로 정의한다. 여기에는 유적과 구조물, 건축물, 유물과 인골은 물론 선박과 항공기, 기타 운송수단 및 그 화물과 관련 유물, 선사시대 유물 등이 포함된다.
따라서 바닷속 난파선은 물론 고대 항구와 침몰한 도시, 수중에 남겨진 생활용품과 종교·의례 관련 유물 등도 중요한 연구 대상이 될 수 있다.
유네스코는 이러한 수중 유산이 과거 인간이 바다와 강, 호수를 어떻게 이용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역사적 자료라고 설명한다. 수중에 보존된 유물과 유적은 육상에서 사라진 역사적 흔적을 보완하고 과거의 문화와 교류, 기술 발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발굴해서 가져오는 것’보다 현장 보존이 원칙
수중문화유산 보호에서 유네스코가 강조하는 핵심 원칙 중 하나는 현장 보존(in situ preservation)이다.
2001년 협약은 수중문화유산을 가능한 한 발견된 장소에서 보존하는 것을 우선적인 방법으로 제시한다. 과학적 연구나 보호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신중한 회수 등이 가능하며, 회수된 유물 역시 장기적인 보존을 고려해 관리해야 한다. 또한 수중문화유산의 상업적 이용을 금지하고 약탈과 불법 거래를 막기 위한 국제적 협력을 요구한다.
이는 과거 수중 유적을 ‘보물’로 보고 인양해 거래하거나 관광 상품으로 활용하는 방식과는 다른 접근이다. 유네스코는 수중 유산 자체뿐 아니라 유산이 놓여 있는 고고학적·자연적 환경까지 함께 보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후변화와 해양개발도 새로운 위협
수중문화유산은 바닷속에 있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
유네스코는 약탈과 보물찾기, 상업적 개발뿐 아니라 해양자원 개발과 연안 개발, 오염, 기후변화 등도 수중문화유산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특히 해수면 상승과 해양환경 변화는 수중 유적의 보존 상태와 접근 환경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에 따라 수중문화유산 보호는 고고학이나 문화재 분야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해양과학, 기후변화, 환경보전, 지속가능한 관광 등과 연결되는 국제적 과제로 확대되고 있다.
유네스코는 2026년을 2001년 수중문화유산 보호협약 채택 25주년이 되는 해로 규정하고 있다. 협약은 2001년 11월 2일 유네스코 제31차 총회에서 채택됐으며, 2026년 현재 81개국이 협약 당사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물속에 남겨진 역사를 미래 세대로
유네스코가 첫 국제 수중문화유산의 날을 제정한 것은 지상에 드러난 문화유산뿐 아니라 인간의 역사가 남아 있는 수중 공간까지 문화유산 보호의 범위를 확장해야 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특히 수중 유적은 한번 훼손되면 원래의 위치와 주변 환경, 유물 사이의 관계까지 함께 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체계적인 기록과 보존이 중요하다. 유네스코는 국제적인 정보 공유와 전문 인력 양성, 과학적 연구, 기술 이전 등을 통해 각국의 수중문화유산 보호 역량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유네스코는 첫 국제 수중문화유산의 날을 계기로 각국 정부와 연구기관, 시민사회, 전문가들이 수중문화유산을 직접 알리고 보호 활동에 참여할 것을 촉구했다. 수중문화유산을 과거의 침몰한 유물이 아니라 인류가 공유하는 역사적 기록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바다와 강, 호수 아래에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수많은 역사적 흔적이 남아 있다. UNESCO가 올해 처음 제정한 국제 수중문화유산의 날은 그동안 수면 아래에 가려져 있던 인류의 역사를 어떻게 발견하고, 훼손하지 않고, 다음 세대에 전달할 것인가를 국제사회에 묻는 새로운 문화유산 보호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BEST 뉴스
-
자연과 전통을 아이들의 시선으로…제4회 청소년환경예술전 ‘Memory for Tomorrow’
▲2026 제4회 청소년환경예술전 [사진=셀리맘아트] 인공지능이 이미지와 예술작품까지 만들어내는 시대, 아이들은 미래에 무엇을 기억하고 남기고 싶어 할까. 자연과 생명, 우리의 전통과 문화를 청소년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제4회 청소년환경예술전 ‘Memory for Tomorrow’가 서... -
[문화의 현장] 이경미 박사가 기획한 ‘도시시작’…평창동의 길, 몸으로 다시 만나다
▲ 이경미 박사가 기획한 ‘도시시작’ 평창동의 길, 몸으로 다시 만나다중 가나아트센터 계단에서의 머포먼스 모습. [사진=이경미 박사 제공] 늘 걷던 길도 걷는 방식을 바꾸면 전혀 다른 공간이 된다. 계단에서 몸을 돌려 하늘을 바라보고, 손끝으로 산등성이의 선을 따라가며, 오... -
[현장] 제4회 청소년환경예술전 《Memory for Tomorrow》, 청소년들이 지키고 싶은 것들에 대하여
▲2026 제4회 청소년환경예술전 1층에 전시된 작품들 [사진=ESG코리아뉴스] 사라져가는 자연과 생명, 잊혀가는 전통과 문화를 예술로 기억하고 미래로 이어가려는 청소년들의 시선이 한자리에 모였다. ‘2026 제4회 청소년환경예술전 《Memory for Tomorrow》’ 개막식... -
[초콜릿, 문명을 만나다 ①] 초콜릿은 어디에서 시작됐을까…마야 신화 속 카카오
[편집자주] 〈초콜릿, 문명을 만나다〉는 한국초콜릿연구소뮤지엄의 전시와 소장 자료를 따라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초콜릿의 뿌리를 찾아가는 ESG코리아뉴스의 기획연재이다. 카카오의 기원에서 출발해 마야의 신화와 문화, 아즈텍 사회의 카카오, 유럽으로 건너간 뒤 달라진 초콜릿, 오늘날 한 조각의 초콜릿... -
[갤러리] 청년 환경예술가 오유나의 'Fragments of Self'
▲오유나 作, Fragments of Self [사진=오유나] 〈Fragments of Self〉를 처음 구상했을 때 저는 무의식과 내면에 존재하는 여러 모습의 ‘나’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하나의 얼굴만으로는 경험과 기억, 감정에 따라 달라지는 저 자신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여러... -
[초콜릿, 문명을 만나다 ②] 카카오는 왜 ‘신의 선물’이 됐을까…아즈텍 신화(Aztec Mythology)와 케찰코아틀(Quetzalcoatl)
[편집자주] 〈초콜릿, 문명을 만나다〉는 '한국초콜릿연구소뮤지엄'의 전시와 소장 자료를 따라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초콜릿의 뿌리를 찾아가는 ESG코리아뉴스의 기획연재이다. 1편에서는 약 5,300년 전 남미 상부 아마존에서 확인된 카카오 이용의 흔적과 마야 문명에서 카카오가 음식과 의례, 신화적 세계관 속에...
전체댓글 0
NEWS TOP 5
실시간뉴스
추천뉴스
사람들
more +-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①] “내가 맡긴 돈은 어디로 갈까”…이상진 대표가 그리는 가치금융의 미래
[편집자 주] 세상의 변화는 익숙한 현실에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로... -
인류의 달 착륙 뒤에 있었던 여성 과학자…마거릿 해밀턴, 90세로 별세
1969년 7월 20일, 인류가 처음 달에 발을 내디딘 역사적인 순간에는 보이지 ... -
오바마 “책은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꾼다”…인생 바꾼 6권 다시 읽는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에게 깊은 영향을 준 책들을 다시 펼친다... -
UN 인권사무소, 말리 원주민 지도자 우무 디코 조명… “기후 정의와 원주민 권리 향상에 앞장”
유엔 인권사무소(UN Human Rights)가 7일 저녁 공식 X 계정을 통해 말리 출...
오피니언
more +-
[강윤영의 사람을 살리는 콘텐츠] ② 불안의 시대, 나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우리는 매일 수많은 정보를 만난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 -
[이경미의 AI와 미래공간 ①] AI가 바꾸는 공간, 인간의 삶
사무실 책상에 앉아 인공지능(AI)과 함께 제안서를 작성하는 풍경은 이... -
[용석광의 컴플라이언스와 ESG] ㉜ CP 우수기업 인센티브 체계와 과징금 감경 규정: 준법경영이 가져다주는 강력한 재무적·행정적 혜택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 우수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는 상징적 포상이... -
[서정태의 ESG현장클리닉④] 중소기업의 공급망 ESG 평가대응, ESG 대응 체계 구축이 중요하다.
최근 ESG는 대기업이나 상장기업만의 과제가 아니다. 해외 바이어와 대기...
기획 / 탐방
more +-
[ESG탐방] 농업 생산지가 관광 자원으로… 홋카이도 ‘패치워크 로드’와 ‘팜 토미타’가 보여준 농촌 경관의 가치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의 ‘패치워크 로드’와 나카후라노의 ‘팜 토미... -
[ESG탐방] 화산 지질이 만든 지하수의 흐름… 비에이 ‘시로가네 폭포’가 보여준 자연자산의 가치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정의 시로가네 온천 지역에는 화산 지질과 지하수가 ... -
[ESG탐방] 방재시설에서 관광자원으로... 자연과 함께 만들어진 홋카이도 비에이 ‘청의 호수’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정에 위치한 청의 호수(아오이이케·青い池)는 처... -
[ESG탐방] 아사히카와 디자인센터, 지역 산업을 지속가능한 자산으로 연결
일본 홋카이도 아사히카와시는 가구와 목공산업이 발달한 도시다. 홋카이도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