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IA, 8일 X 통해 25주년 추모 메시지 “약 3000명 희생으로 미국은 영원히 달라졌다”
- 2001년 테러 이후 미국 안보정책·정보기관 체계 재편 ‘테러와의 전쟁’으로 국제질서에도 장기적 영향
2001년 9월 11일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이 무너지고 워싱턴DC 인근 국방부 청사가 공격받은 9·11 테러가 올해로 25주년을 맞는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25주년을 앞두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9·11 이후 달라진 미국 사회를 돌아보는 메시지를 내놨다.
CIA는 8일 공식 X 계정에 ‘Remembering 9/11, 25 Years Later(9·11을 기억하며, 25년 후)’라는 이미지와 함께 “9·11 25주년이 다가오면서 잔혹한 공격으로 약 3000명의 생명을 잃은 뒤 영원히 달라진 나라를 되돌아본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주 비극적인 상실 앞에서 보여준 봉사와 용기, 회복의 이야기들을 공유하겠다”고 전했다. 25주년을 맞아 테러 자체뿐 아니라 당시 구조와 대응에 나섰던 사람들과 이후의 삶을 조명하겠다는 취지다.
9·11 테러는 2001년 9월 11일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al-Qaeda) 조직원 19명이 미국 국내선 여객기 4대를 납치하면서 시작됐다. 이 가운데 2대는 뉴욕 세계무역센터 북쪽과 남쪽 타워에 각각 충돌했고, 두 건물은 결국 붕괴했다. 다른 1대는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미 국방부 청사인 펜타곤을 공격했다. 나머지 유나이티드항공 93편은 승객과 승무원들이 납치범들에게 저항하는 과정에서 펜실베이니아주에 추락했다.
당시 공격으로 테러범 19명을 제외하고 2977명이 숨졌다. 미 국무부는 올해 25주년을 맞아 공개한 자료에서 희생자 2977명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가운데 뉴욕 소방관 343명이 구조 활동 과정에서 목숨을 잃었다.
9·11이 역사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대규모 인명 피해에만 있지 않다. 이 사건은 냉전 이후 미국과 국제사회의 안보 질서를 바꾼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국가 간 전쟁을 중심으로 바라보던 안보의 무게중심이 국제 테러조직과 같은 비국가 행위자의 위협으로 빠르게 이동했고, 미국의 외교·군사·정보 정책 역시 이를 중심으로 재편됐다.
미국은 테러 발생 한 달도 지나지 않은 2001년 10월 아프가니스탄에서 군사작전을 시작했다. 알카에다와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을 보호하고 있던 탈레반 정권을 상대로 한 이 전쟁은 이후 약 20년 동안 이어졌다. 9·11 이후 시작된 이른바 ‘테러와의 전쟁(War on Terror)’은 미국의 대외정책뿐 아니라 중동과 중앙아시아의 정세, 동맹국의 안보정책에도 장기간 영향을 미쳤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역시 9·11 이후 형성된 안보 환경과 테러 위협에 대한 인식 속에서 추진됐지만, 이라크가 9·11 공격에 관여했다는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 내부의 국가안보 체계도 크게 달라졌다. 9·11 조사위원회는 테러 이전 미국 정부가 알카에다의 위협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배경으로 정보기관 간 정보 공유와 전략적 분석, 조직 운영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위원회는 이를 ‘상상력, 정책, 역량, 관리의 실패’로 정리했다.
이후 미국은 국토안보부(DHS)를 신설하고 공항과 국경 보안을 강화했으며, 정보기관 간 정보 공유 체계도 손질했다. 2004년에는 정보개혁·테러방지법(Intelligence Reform and Terrorism Prevention Act)이 제정됐고, 이를 토대로 국가정보국장(DNI)을 중심으로 정보공동체를 조정하는 체제가 마련됐다. 9·11은 미국의 정보·수사기관이 개별적으로 정보를 보유하던 방식에서 기관 간 정보를 보다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CIA에도 9·11은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CIA는 과거 발간한 9·11 10주년 자료에서 테러가 미국뿐 아니라 CIA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이후 알카에다와 그 연계 세력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과 활동 방식을 변화시켰다고 밝힌 바 있다. CIA 본부에는 세계무역센터 잔해에서 수습한 약 9000파운드(약 4.1톤)의 철제 기둥을 활용한 9·11 추모 공간도 조성돼 있다.
그러나 9·11 이후 25년의 역사는 테러 대응 강화만으로 설명되지는 않는다. 장기간 이어진 해외 전쟁과 국가 감시 권한 확대, 강화된 공항·국경 보안, 이민정책 변화 등은 미국 사회에 또 다른 논쟁을 남겼다. 특히 무슬림과 중동계 미국인들이 편견과 차별, 과도한 감시를 경험했다는 문제도 9·11 이후의 사회적 유산 가운데 하나로 거론된다.
테러의 영향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세계무역센터 붕괴 현장에서 발생한 먼지와 유해물질에 노출된 구조대원과 생존자들에게 각종 질환이 나타나면서 9·11은 2001년 하루의 사건이 아니라 장기적인 보건 문제로도 남았다. 현재 미국의 세계무역센터 건강 프로그램(World Trade Center Health Program)은 15만 명이 넘는 구조대원과 생존자 등을 지원하고 있다.
25주년을 맞는 올해는 9·11을 직접 경험하지 않은 세대가 늘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미국 9·11 메모리얼&뮤지엄은 2001년 당시를 기억하기에는 너무 어렸던 미국인이 약 1억 명에 이른다며, 25주년을 사건의 기억과 의미를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계기로 삼고 있다.
9·11은 미국 본토에서 발생한 대규모 테러라는 비극을 넘어 21세기 국제정치와 안보정책의 방향을 바꾼 사건이었다. 전쟁과 대테러 정책, 정보기관 개혁에서부터 공항 보안과 일상의 변화까지 그 영향은 25년이 지난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CIA가 이번 25주년 메시지에서 강조한 것은 이러한 역사적 변화와 함께 그날의 사람들이다. 약 3000명의 희생자와 구조에 나섰던 이들, 그리고 비극 이후 삶을 이어온 사람들의 ‘봉사, 용기, 회복’을 다시 기록하고 기억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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