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이라고 평가받는 호주 멜버른(Melbourn) ‘CH2(Council House 2)’
[윤재은의 ESG 건축 산책] CO2 배출량을 87%, 전기 소비를 82%, 가스를 87%, 수도를 72% 줄인 친환경 건축물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이라고 평가받는 호주 멜버른(Melbourn) ‘CH2(Council House 2)’는 호주에서 시행하는 그린스타(Green Star) 환경 인증에서 별 6개의 최고 등급을 받은 건축물이다.
CH2는 ‘자연의 법칙’을 기본으로 건축가 믹 피어스(Mick Pearce)에 의해 설계되었다. 그는 이 건축을 설계하면서 흰개미의 집 짓는 원리와 사람의 허파를 건축에 접목했다. 그는 흰개미들이 탑처럼 높은 집을 지으면서도 에어컨 없이 공기 순환이 잘되고 시원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피어스는 건축을 제3의 피부라고 보았다. 사람의 피부가 첫 번째 피부이고, 옷이 두 번째 피부이며, 세 번째 피부가 건축물이다. 그는 자신의 기준으로 건축을 바라보면, 건축은 흰개미의 신진대사와 같이 움직여야 하며, 건축물 자체가 더위와 추위를 조절하는 인간의 신체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CH2의 기본 접근은 건축이 어떻게 생물학적 관계를 정직하게 표현할 수 있느냐이다. 그는 이를 위해 유기적 건축물, 환기 시스템, 냉방 시스템, 일광 조절 시스템 등 4가지 특징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했다.
이 건축물은 에어컨 없이 24시간 24도를 유지할 수 있으며, 같은 규모의 건축물에 비해 냉방용 전력이 10%에도 못 미친다.
에어컨이 없지만, 실내 온도를 24도 내외로 유지하기 위해 곡선 형태의 알루미늄 천장 패널을 만들어 차가운 물을 넣고 공기를 조절하도록 했다. 천장이 곡면을 이루는 것은 표면적을 넓혀 찬 공기가 더 많이 닿을 수 있기 위해서다.
CH2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는 유리로 된 벽을 덮는 목재 수직 파사드이다. 이 목재 수직 파사트는 태양의 각도에 따라 회전하며 열리고 닫히는 구조로 되어있다. 파사드는 자연의 빛과 환경에 따라 직접 반응하면 내부의 온도를 조절한다.
옥상에 설치되어 있는 6개의 노란색 풍력 터빈은 내부에서 공기가 이동하는 방식을 적절하게 통제하고 관리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 풍력 터빈은 천연자원의 하나인 바람을 이용한 시스템이다. 이 터빈은 내부에 데워진 공기를 바깥으로 배출하는 것과 동시에 풍력을 이용한 발전기로도 사용되어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이 건물은 공조를 통해 밤에 탁한 공기를 제거하고 낮에 100% 신선한 공기를 건물 내부로 끌어들인다.
CH2는 밤공기와 낮공기의 온도 차를 적시에 관리하도록 '야간 퍼지(night purge)' 시스템을 사용한다. 야간 퍼지는 사무실과 상점 공간에서 따뜻한 공기를 직접 배출하고 데워진 콘크리트를 식힌다.
따뜻한 공기는 천장의 개구부까지 올라간 다음 속이 빈 바닥을 통해 수직 샤프트로 이동하고 결국에는 지붕 통풍구로 배출된다. 이 수동적 처리만으로도 하루 중 일부 공간의 온도를 편안하게 유지할 수 있다. 냉각된 신선한 공기는 하루 종일 플로어 레지스터를 통해 공급된다.
CH2는 물을 재사용하기 위해 하수 공급원에서 수거된 물을 3중 여과한 다음 변기 물 내리기, 식물 물 주기, 공기 조절 등에 사용한다. 또한 물은 15m에 5개로 구성된 관을 통해 아래로 흐르고 상업 공간으로 유도되어 냉각된 공기를 생성한다. 나머지 물은 장치를 통해 냉각되고, 필요할 때 분배되는 지하 저장고에 저장된다.
파이프 안에는 소금 혼합물로 채워진 약 10,000개의 스테인리스 스틸 구체가 밤 시간을 통해 15도로 냉각되어, 다음날 낮 동안 온도 조절에 사용된다.
CH2는 축열체를 사용하여 열을 흡수하고, 태양광 및 태양열 패널과 가스 열병합 발전소를 통해 전력과 열을 생산한다.
이 건물은 토지 개발로 손실된 녹지공간을 대체하기 위해 다양한 식물이 식재되었다. 식물 식재를 통해 자연 차광 시스템을 만들고 냉난방에 효율적으로 대응한다.
CH2는 1,100만 호주 달러 환기 시스템을 통해 30분마다 신선한 공기를 교체함으로써 작업자 생산성이 10.9% 향상되었다. 이렇게 향상된 생산성은 직원 근무 시간으로 연간 200만 달러(AUD) 이상의 가치가 있다. 이는 5~6년 안에 투자 비용을 회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CH2는 CO2 배출량을 87%, 전기 소비를 82%, 가스를 87%, 수도를 72% 줄인 친환경 건축물로서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만약 우리도 CH2처럼 친환경 통합설계를 활용한다면 지속 가능한 도시환경과 인류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 이제 건축은 모양만 이쁘게 하는 시대는 끝났다. 지구 온난화로 이상기온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오늘의 현실에서 CH2가 보여준 친환경건축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덧붙이는 글 I 윤재은(Yoon Jae Eun)
예술, 문학, 철학적 사유를 통해 본질에 대해 고민하는 공간철학자이자 건축가이다. 현재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공간디자인학과, 테크노전문대학원 공간문화디자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 학사, 미국 뉴욕 프랫대학 인테리어디자인 석사,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 LH 이사회의장, LH ESG 소위원회 위원장, 2022년 대한민국 ESG소통 운영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미국의 UC버클리대학 뉴미디어 센터에서 1년간 방문학자로 있었다. 저자는 ‘해체주의 건축의 공간철학적 의미체계’ 박사 논문을 통해 공간철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적 영역을 개척하였다. ‘공간철학’이란 반성을 통해 지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직관을 통해 무형의 공간과 사물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다. 주요 저서로는 장편소설 ‘비트의 안개나라’, 시집 ‘건축은 나무다’, ‘건축은 선이다’, 건축 전문서적 ’Archiroad 1권(Hyun), 2권(Sun), 3권(Hee)‘, 철학 인문 서적 ‘철학의 위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