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싱가포르의 기온 상승은 지구 온난화와 도시 열섬 효과가 결합 된 결과
적도에서 북쪽으로 대략 85마일 떨어진 섬나라 싱가포르에 에어컨 바람이 불고 있다. 싱가포르는 지난달 폭염으로 인해 기온이 섭씨 32.22도(화씨 88도)까지 치솟으며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현상은 지구 온난화에 따른 이상기온 현상 때문으로 이 지역에서는 에어컨이 선택이 아닌 필수품이 되어가고 있다. 이제 싱가포르에서는 에어컨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삼는 가족이 늘어나고 있다. 현재 민간 콘도미니엄의 99%는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는 실정이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낙후된 섬을 세계 최고의 금융 중심지로 탈바꿈시킨 공로를 가지고 있는 리콴유(Lee Kuan Yew) 초대 싱가포르 총리는 한때 에어컨을 "20세기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라고 불렀다.
에어컨의 열풍은 싱가포르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온난화에 대비해 이용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에어컨을 더 많이 구매하고 사용할수록 지구 온난화는 더더욱 심각해 질 수 밖에 없다.
사람들은 지구 온난화 주범으로 이산화탄소나 메탄가스를 주목한다. 하지만 대기 오염의 주범중 하나에 에어컨이 포함된다. 에어컨은 냉각을 위해 소모량만큼의 이산화탄소를 소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친환경 에너지로 대체하면 이러한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하지만 친환경 에너지 생산 비율은 수요에 비해 생산이 현저히 부족한 실정이다.
CNN의 헤더 첸 보도에 따르면 세계경제포럼(WEF)은 에어컨과 관련된 온실가스 배출이 이번 세기말까지 지구 온도를 섭씨 0.5도 상승시킬 수 있다고 추정했다. 또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에어컨과 선풍기가 전 세계 전력 소비량의 약 10%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에어컨이 지구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은 두 가지이다. 첫째, 에어컨에서 생산되는 유해한 수소불화탄소(HFC) 냉각제를 사용하는 문제이다. 둘째, 에어컨의 냉각 기능을 위해 화석 연료를 태워 전기를 생산해야 하는 문제이다.
인구 약 540만 명에 뉴욕보다 작은 면적의 싱가포르는 상대적으로 조밀한 국가이다. 세계경제포럼(WEF,The World Economic Forum)에 따르면 싱가포르의 1인당 에너지 사용량은 높은 편이지만 총배출량은 일본이나, 미국에 비해 훨씬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 싱가포르에서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는 에어컨의 증가는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될 수 있어 주목된다.
싱가포르의 기온 상승은 지구 온난화로만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작은 면적에 도시로 집중된 도심화는 도시 열섬현상을 만들어 내며, 싱가포르 도심도 이러한 이유로 기온이 더 상승하고 있다. 도시의 열섬현상은 서울과 마찬가지로 건물, 도로, 차량 등이 서로 얽히고 밀집되면서 발생한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에 따르면 도시에서 차량, 공장, 에어컨에서 발생하는 폐열로 인해 이러한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국립 대학교의 마티아스 로스(Matthias Roth) 교수는 싱가포르의 기온 상승은 “지구 온난화와 도시 열섬 효과가 결합된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도시 열섬 효과에 대한 에어컨열 방출의 정량화는 어렵지만 "고층 건물 밀집 지역에서 에어컨을 사용하면 약 섭씨 1~2도의 온도 상승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2016년에 합의된 UN의 키갈리 수정안(Kigali Amendment)은 수소불화탄소(HFC) 사용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하이드로플루오로올레핀(HFO)과 같은 기후 친화적인 원료의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키갈리 수정안은 1980년대에 오존을 파괴하는 염화불화탄소(CFC)를 단계적으로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된 몬트리올 의정서의 수정안이다.
옥스퍼드 대학교 스미스 기업 및 환경 학교(Oxford University의 Smith School of Enterprise and Environment)의 라디카 코슬라(Radhika Khosla) 부교수는 보다 지속 가능한 "수동적 냉각 전략"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녀는 "싱가포르는 높은 열과 습도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어, 지속 가능한 냉각 솔루션을 식별, 홍보 및 확장하는 데 다른 국가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 국립환경청(NEA)은 2022년 10월부터 GWP(지구 온난화 지수)가 높은 냉매 공급을 금지했으며, 가능하면 가정에서 에어컨보다 선풍기를 사용하도록 권장했다. 또한 주민들에게 효율성을 유지하기 위해 온도를 섭씨 25도(화씨 77도) 이상으로 설정하도록 했다.
2019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싱가포르 국립 대학교 디자인 환경 학교 캠퍼스의 6층 SDE 4 건물은 “열 쾌적성이 환경을 희생시키면서 얻을 필요성이 없는 증거”라고 했다. 헝 채 키앙(Heng Chye Kiang) 부학장은 "순제로 건물이 되도록 열심히 노력했다"며, "이 건물을 몇 년 동안 운영한 경험을 통해 에너지 포지티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는 것으로 판명되었다"고 덧붙였다.
지구의 온난화가 가속화되어 가고 있는 현실에서 싱가포르의 기온 상승은 전 세계가 겪게 될 전초전일 수 있다. 특히 일상에서 만들어 내는 대기 가스의 오염은 에어컨과 같은 사소한 일상에서 나비효과처럼 커질 수 있다는 점을 모두가 인식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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