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밥 먹고 나오기를 정말 잘했구나.
왕복 4시간의 차를 타고 나왔지만, 그 시간이 아깝지가 않구나.”
이른 아침 햇살을 받으며 봉사를 가는 발걸음은 즐겁다. 더욱이 무급(無給) 봉사를 가는 발걸음은 더 즐겁다. 평생 다양한 기관에서 봉사를 해오고 있지만 항상,
“봉사의 가장 큰 수혜자는 바로 자신이다.”
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그것처럼 내 마음을 뿌듯하게 해주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예수님도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고 했고,
불가에서도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마당을 쓸면서,
뭇 생명의 목숨을 공경했다.”
아마도 자신의 마음을 가장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여행’과 ‘봉사’가 아닐까? 어느 심리학자도 인간을 가장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성적 쾌락’인데, 그것보다 한참 더 위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공덕은 바로 이 두 가지라고 했다. 우울증을 앓고 있거나, 자기의 갈 길을 몰라 헤매고 있는 젊은이들이 있다면, 꼭 한 번 권해주고 싶을 지경이다.
오늘은 ‘한강변 쓰레기 줍기 인솔리더단 봉사’가 있는 날이다. 봉사의 가장 큰 미덕은 자기 ‘마음의 만족’이다. 봉사를 하게 되면 엔돌핀이 무한정 쏟아져나와 자신의 마음을 한없이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오늘은 그런 마음이 들지 않는다. 왜냐하면,
“줍는 것보다, 버리는 것이 더 많은 것 같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단체로 쓰레기를 주우러 나왔지만 간밤에 환경미화원들이 다 주었는지, 아침 한강변은 깨끗하다.
오늘 나온 단체학생들은 생기부 봉사 점수와 ESG에 대한 학교 이미지 때문에 나왔는지, 쓰레기 줍는 것에는 별 관심들이 없는 듯하다. 담배꽁초 몇 개 줍고 친구들과 노닥거리며 한강변을 거닐거나, 마트 앞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 선생님들도 비슷하다.
우리는 사람들을 인솔하기 위해 먼저 이 교육을 서너 번 받았다. 그런데 그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청소가 되어있는 한강 변에는 사실 주울만한 것이 별로 없었다. 몇 시간 배회하면서 담배 꽁초 몇 개 줍고 오니, 비닐 봉투와 면장갑은 쓰레기통에 버리라고 했다. 이해가 되지 않아 안에 있는 몇 개의 쓰레기를 버리고, 아직 장갑도 새것이어서 비닐과 함께 챙겨 넣었다.
“모두 새벽밥을 먹고 나왔을 텐데, 오늘 주운 쓰레기 양보다
버리는 것이 더 많으면 안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때는 교육 중이라 그랬는지 점심 대신, 그나마 샌드위치와 물은 주었다. 그런데 그것도 모두 일회용품이거나 비닐에 포장되어 있었다. 역시나, 쓰레기가 커다란 대봉투 하나 가득 나왔다. 가슴이 아팠다.
이건 우리가 쓰레기를 주우러 나온 것인지 양산하러 나온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주최 측에서는 봉사활동이라고 하는데, 도무지 흥미가 나지 않았다. 혹시나 하고 건의를 해보았지만 안중에도 없는지, 다음에 나왔을 때 전혀 개선된 것이 없었다.
더욱이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은 새벽부터 나온 봉사자들도 배가 고픈데, 자신들만 점심시간이라고 먹으러 가고 우리는 털레 털레 그곳을 나왔다. 서울시에서는 시민들에게 이런 봉사활동을 시키면서 점심값도, 뙤약볕 아래 물 한 잔 값도, 지원하지 않는지 물어보고 싶다.
그럼에도 이렇게 번듯하고 좋은 이름의 활동이 계속되기를 바란다. 단, 순수한 마음으로 나온 봉사자들이 돌아갈 때는 뿌듯한 마음으로 갈 수 있도록 개선되었으면 좋겠다.
“오늘 새벽밥 먹고 나오기를 정말 잘했구나.
왕복 4시간의 차를 타고 나왔지만, 그 시간이 아깝지가 않구나.”
이런 마음이 들 정도로 실질적인 봉사활동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때 이 현장을 다시 찾고 싶다.
덧붙이는 글 I 자재自在
자재는 자유자재(自由自在)의 자재이다. “환경이 아프면, 내 몸도 아프다”라는 마음으로 30여 년 가까이 일체의 세제와 퐁퐁를 쓰지 않고, 일회용품과 비닐, 비누나 치약 등도 가능한 쓰지 않는다. 물수건이나 휴지 대신 손수건을 쓰고 겨울에는 내복을 입고 실내 온도를 낮춘다. 자가용은 없으며 가까운 곳은 자전거로 먼 곳은 대중교통으로 다니면서, 나의 화석 발자국을 줄이려고 노력한다.
홍익대학교를 비롯한 몇 개의 대학에서 강의를 했으며, 한강 1,300리, 섬진강 530리, 한탄강, 금강, 임진강과 폐사지 등을 걸었으며, 우리나라 해안선만 따라 자전거로 80일 동안 5830km를 순례했다. 다시 세계가 궁금해져 5년 동안 ‘대상(隊商)들의 꿈의 도로’인 실크로드를 따라, 세계오지 배낭순례를 했다.
2000년 전주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으며, 해양 문학상, 전국 문화원 연합회 논문공모 우수상, 시흥 문학상 등 몇 개의 상을 받았다. 2020년 인사동 마루아트센터 아지트갤러리‘국제 칼렌다 사진전’에 참여하였다. 2016년‘평화, 환경, 휴머니즘 국제 영상제’에 <초인종 속 딱새의 순산, 그 50일의 기록>이라는 작품으로, (환경부 장관) 대상을 수상했다. 평생 다양한 기관에서 무료봉사를 해오고 있으며, 연극에도 관심이 많아 십여 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또, 노원, 영등포 50+센터 등에서 2년여 전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내 마음에 안식처>서울역사여행’등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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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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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음식을 거의 시키지 않게 됐어요. 먹는 것보다 쓰레기가 더 많이 나오는 과한 포장이 부담스러워서요. 분리수거도 안되는 포장재를 쓰는 업체는 사라져가게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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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님, 늘 보여주는 모습처럼 여유있고, ,초록교육연대의 꿈을 실천하는 모습이 감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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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지금 세상에 이맇게 올곧으신 분도 계시구나 감탄을 하며 읽었습니다. 정말 일회용품 너무 너무 넘쳐납니다 ㅜ 지구가 몸살을 앓으면 그 대가는 부메랑되어 온전히 우리쓰레기 배출자인 사람에게로 되돌아오는 것인데 말이죠. 나라에선 교육부에선 환경부에선 머리를 맞대고 아이들에게 환경교육과 어떻게 하면 이 쓰레기배출 플라스틱 비닐 등을덜 쓸 수 있는지 골몰히 의견을 모아야 하지 않겠는지요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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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마음을 가장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여행’과 ‘봉사’가 아닐까?
봉사의 가장 큰 미덕은 자기 ‘마음의 만족’이다
좋은마음으로 봉사 가셨는데 제가 봐도 아쉽습니다.
좋은 글 고맙습니다. ~* -
플로깅이 유행하면서 야외에서 모임이 있을 경우 자주하는 활동인데, 할 때마다 비닐봉지가 오히려 문제라는 생각을 해서 줄이도록 건의했으나 바꾸지 않더라구요. 특히 개인이 아닌 단체나 기관에서 비닐봉투 낭비는 심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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