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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 후퇴 속, ‘비엔날레 전성시대’

  • 유서희 기자
  • 입력 2025.09.21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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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역 정체성과 국제 교류의 새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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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하라 비엔날레, 유네스코 공예 및 민속 예술 창의 도시인 부하라의 새롭게 복원된 역사적 랜드마크에서 2025년 9월 5일부터 11월 20일까지 열리는 행사 [사진=bukharabiennial]

 

세계화가 예전만큼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가운데 전 세계 미술계에서는 오히려 ‘비엔날레 열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각국이 무역 갈등, 팬데믹 이후 국경 장벽, 민족주의와 자국 중심주의의 부상을 겪으면서 문화 교류가 위축되는 듯 보이지만 예술의 현장에서는 오히려 더 많은 비엔날레가 등장하며 지역과 세계를 잇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다.


1990년대 이후 시작된 ‘비엔날레 붐’은 이제 300개가 넘는 전시로 확산됐다. 베니스나 상파울루 같은 전통적인 무대뿐 아니라, 중앙아시아의 부카라, 루마니아 티미쇼아라, 영국 리버풀, 아랍에미리트 샤르자르 등 각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을 반영하는 새로운 비엔날레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 전시는 단순히 예술 작품을 전시하는 자리를 넘어 도시 재생과 국가 브랜드 강화, 시민 정체성 회복의 장으로 기능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의 부카라 비엔날레는 소련 해체 이후 쇠퇴한 지역 문화를 회복하고 중앙아시아 예술 네트워크를 다시 구축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리버풀 비엔날레는 산업화 이후 쇠락한 도시의 기억과 이민 사회를 탐구하며 지역민의 역사와 정체성을 예술로 풀어내고 있다. 샤르자르 비엔날레는 중동의 분쟁과 이민 문제를 다루며 아랍 지역의 문화적 허브로 자리매김하고, 티미쇼아라는 발칸 반도의 역사적 갈등과 경계를 예술로 성찰하는 무대를 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을 “세계화의 퇴조가 가져온 새로운 문화적 지형 변화”로 분석한다. 과거 글로벌 미술 시장이 거대 도시와 일부 국가 중심으로 흘렀다면, 이제는 주변부 지역과 다양한 문화권이 비엔날레를 통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비엔날레는 권력과 역사, 정치 문제를 다루는 장으로서 예술가들이 억압과 검열에 저항하는 표현을 시도하고, 시민 사회가 함께 대화할 수 있는 통로로 기능하고 있다.


그러나 과제도 적지 않다. 작품 운송과 대규모 관람객 이동이 불러오는 환경적 부담, 비슷한 주제와 큐레이터 네트워크로 인한 문화적 동질화, 일부 엘리트 네트워크에 편중된 전시 운영 등은 비엔날레가 직면한 도전으로 꼽힌다. 정치적 압력과 검열의 위험도 여전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엔날레는 지금, 세계화가 후퇴하는 시대에 역설적으로 ‘국제 문화 교류의 전성기’를 열어가고 있다. 지역의 역사와 시민의 경험, 사회적 갈등을 담아내며, 동시에 국가와 도시의 새로운 문화 외교 수단이자 소프트 파워의 무대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이 흐름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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