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 정체성과 국제 교류의 새 무대
세계화가 예전만큼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가운데 전 세계 미술계에서는 오히려 ‘비엔날레 열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각국이 무역 갈등, 팬데믹 이후 국경 장벽, 민족주의와 자국 중심주의의 부상을 겪으면서 문화 교류가 위축되는 듯 보이지만 예술의 현장에서는 오히려 더 많은 비엔날레가 등장하며 지역과 세계를 잇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다.
1990년대 이후 시작된 ‘비엔날레 붐’은 이제 300개가 넘는 전시로 확산됐다. 베니스나 상파울루 같은 전통적인 무대뿐 아니라, 중앙아시아의 부카라, 루마니아 티미쇼아라, 영국 리버풀, 아랍에미리트 샤르자르 등 각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을 반영하는 새로운 비엔날레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 전시는 단순히 예술 작품을 전시하는 자리를 넘어 도시 재생과 국가 브랜드 강화, 시민 정체성 회복의 장으로 기능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의 부카라 비엔날레는 소련 해체 이후 쇠퇴한 지역 문화를 회복하고 중앙아시아 예술 네트워크를 다시 구축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리버풀 비엔날레는 산업화 이후 쇠락한 도시의 기억과 이민 사회를 탐구하며 지역민의 역사와 정체성을 예술로 풀어내고 있다. 샤르자르 비엔날레는 중동의 분쟁과 이민 문제를 다루며 아랍 지역의 문화적 허브로 자리매김하고, 티미쇼아라는 발칸 반도의 역사적 갈등과 경계를 예술로 성찰하는 무대를 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을 “세계화의 퇴조가 가져온 새로운 문화적 지형 변화”로 분석한다. 과거 글로벌 미술 시장이 거대 도시와 일부 국가 중심으로 흘렀다면, 이제는 주변부 지역과 다양한 문화권이 비엔날레를 통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비엔날레는 권력과 역사, 정치 문제를 다루는 장으로서 예술가들이 억압과 검열에 저항하는 표현을 시도하고, 시민 사회가 함께 대화할 수 있는 통로로 기능하고 있다.
그러나 과제도 적지 않다. 작품 운송과 대규모 관람객 이동이 불러오는 환경적 부담, 비슷한 주제와 큐레이터 네트워크로 인한 문화적 동질화, 일부 엘리트 네트워크에 편중된 전시 운영 등은 비엔날레가 직면한 도전으로 꼽힌다. 정치적 압력과 검열의 위험도 여전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엔날레는 지금, 세계화가 후퇴하는 시대에 역설적으로 ‘국제 문화 교류의 전성기’를 열어가고 있다. 지역의 역사와 시민의 경험, 사회적 갈등을 담아내며, 동시에 국가와 도시의 새로운 문화 외교 수단이자 소프트 파워의 무대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이 흐름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BEST 뉴스
-
[갤러리] 청소년 환경예술가 김정하의 '흰오목눈이 새'
▲김정하 작품, 흰오목눈이와의 첫 만남 [사진=김정하] 어느 날 외할머니가 저에게 흰오목눈이라는 새를 보여주셨어요. 눈처럼 하얗고 포근한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그 자리에서 반해버렸어요. 그래서 언젠가 꼭 그림으로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그림은 제가 ... -
[갤러리] 청소년 환경예술가 이동준의 '달빛 아래 유영하는 향유고래'
▲이동준 작품, 달빛 아래 유영하는 향유고래 [사진=이동준] 그림을 그릴 때 처음 떠올린 장면은 깊은 밤 우주의 달빛이 바다 위로 비치고, 그 아래에서 향유고래가 천천히 헤엄치는 모습이었습니다. 바다와 우주의 경계가 사라져서 마치 고래가 별들 사이를 유영하는 것... -
을지대학교 FMP 봉사동아리, 밥상공동체와 함께 연탄 나눔으로 따뜻한 온정 전해
▲밥상공동체와 함께한 을지대학교 FMP 봉사동아리의 연탄 나눔 현장에서 단체사진 [사진=을지대학교 FMP 봉사동아리] 을지대학교 FMP 봉사동아리가 밥상공동체와 함께 추운 겨울을 앞두고 지역의 소외계층을 위한 연탄 나눔 봉사활동을 펼치며 따뜻한 이웃 사랑을 실천했다. &... -
2025년 니콘 코미디 야생동물 어워드... 웃음과 자연보호가 만난 10주년의 축제
▲ 니콘 코미디 야생동물 어워드 2025 참가작 [사진=Nikon Comedy Wildlife Photography Awards 2025]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 니콘 코미디 야생동물 어워드 2025 (Nikon Comedy Wildlife Photography Awards 2025)가 전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야생동물의 순간적인 표정을 유머... -
타투 합법화, 한국문화 세계화의 새로운 상징으로
▲ 손에 타투를 한 외국인이 전화를 하며 타투 문신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Monica Silvestre] 한국이 오랜 논쟁 끝에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을 합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며 문화적 전환점을 맞이했다. 그동안 의료 면허가 없는 사람이 타투를 시술하면 5년 이하 징역 ... -
문화체육관광부, 한류 글로벌 확장... 한국 문화 포함 콘텐츠까지 지원해 글로벌 창작자들과 협업
▲ 문화체육관광부, 한국 문화 포함 콘텐츠까지 지원해 글로벌 창작자들과 협업 [사진=Netflex, 그래픽=ESG코리아뉴스] 최근 한국 문화체육관광부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K-Pop Demon Hunters”의 글로벌 성공을 계기로 한국 이외 지역에서 제작되었지만 한국 문화를 소...
전체댓글 0
NEWS TOP 5
실시간뉴스
추천뉴스
사람들
more +-
원주민 토지권 수호의 최전선, 네몬테 넨키모(Nemonte Nenquimo)의 리더십
에콰도르 아마존의 와오라니족 출신인 네몬테 넨키모(Nemonte Nenquimo)는 ... -
서스테인플루언서, 반포 한강공원에서 가을 플로깅 진행
지속가능한 영향력을 실천하는 서스테인플루언서가 9월 27일, 가을 정취를 ... -
[ESG 사람들] 생태계의 수호자 넬슨 올레 레이이아(Nelson Ole Reiyia)... 원주민 지혜로 이끄는 지속가능성의 길
넬슨 올레 레이이아(Nelson Ole Reiyia)는 케냐 마사이마라 국립보호구역 근... -
[ESG사람들] 전통 지식과 생태적 평화를 잇는 지도자... 에르난도 친도이 친도이(Hernando Chindoy Chindoy)
콜롬비아 인가(Inga) 원주민 출신 지도자 에르난도 친도이 친도이(Hernando...
오피니언
more +-
[Coios View ㉒] 부키팅기의 일본군 터널: 인도네시아 서수마트라에 남은 제2차 세계대전의 유산
일제 점령기의 지하 유산 서수마트라의 부키팅기 중심에는 ‘일본군 터널(Lu... -
[코이오스의 뷰 ㉑] 정체성의 향미: 리비아 요리가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방식
리비아 요리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수세기에 걸친 문화 교류·이주·생존의 역사를 반영한다. 베르베르... -
[코이오스의 뷰 ⑳] 리비아의 숨은 보석들: 익숙하지 않은 최고의 관광지
리비아는 잘 알려진 로마 유적지와 해안 도시들 그 이상을 제공한다. 고대 오아시스와 화산 지형부터 안... -
[코이오스의 뷰 ⑲] 왜 아일랜드는 두 개일까?
유럽 북쪽 해안에서 살짝 떨어진 섬, 아일랜드는 오랫동안 전 세계 여...
기획 / 탐방
more +-
제4회 한국ESG경영최고위과정, ESG탐방 위한 상하이 해외워크샵
한국ESG위원회와 ESG코리아뉴스가 공동 주최·주관... -
[레드의 유혹 ⑥] 세계 최초의 샴페인 하우스라는 명성을 갖고 있는 '메종 루이나르(Maison Ruinart)'
ESG코리아뉴스 라이프팀은 세계 최고의 와이너리 중 하나를 선정해 ‘레드의... -
[히든 플레이스 ②] 지라프 매너(Giraffe manor), ‘기린과 함께 아침 식사를’
... -
[ESG탐방] 친환경 설계를 활용한 대만의 지속가능한 건축물 탐방
대만은 2050년 대만 전역 건물 탄소중립화 비율 최종 목표를 신축건물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