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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사색노트] 멈춤의 미학

  • 하윤아 기자
  • 입력 2025.09.2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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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멈춤의 미학 [사진=Berko Photography]

 

우리는 언제부턴가 ‘앞으로 가야 한다’는 강박 속에 살아왔다. 더 빨리, 더 멀리, 더 높이. 그러나 문득 발걸음을 멈추었을 때 세상은 전혀 다른 얼굴을 내보인다. 


‘멈춤의 미학’은 단순히 나아감을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서 있는 자리의 소리를 듣고, 풍경을 느끼며, 나 자신과 조용히 마주하는 순간을 뜻한다.


길가의 가로수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은 서두르는 발걸음 위에서는 쉽게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잠시 멈추어 바라보면 나뭇잎 하나하나가 햇빛을 받아 반짝이며 작은 우주처럼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알게 된다.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도 멈추지 않고는 결코 눈길을 주지 않던 풍경이다. 


그렇게 멈춤 속에서 우리는 세상을 새롭게 읽는다.


멈춤은 게으름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가장 능동적인 행위일 수 있다. 나아감에만 몰두하다 보면 정작 어디로 향하는지 잊어버릴 때가 있다. 그럴 때 잠시 걸음을 멈추면, 지금까지의 길을 돌아볼 수 있고, 앞으로의 길을 가다듬을 수 있다. 


음악에서 쉼표가 있어야 선율이 살아나듯, 삶에서도 멈춤이 있어야 우리의 하루가 조화를 이룬다.


우리는 때때로 멈춤을 두려워한다. 세상이 나를 두고 앞서 나가는 것 같아 불안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멈춤은 뒤처짐이 아니라 깊어짐이다. 들숨과 날숨 사이의 잠깐의 고요가 있어야 호흡이 이어지듯 멈춤이 있기에 삶은 더 넉넉해지고 풍성해진다.


오늘도 바쁜 하루 속에서 잠시 멈춰 서 본다. 지나가는 바람의 결을 느끼고 저 멀리서 들려오는 새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렇게 멈춘 순간 내 마음속에도 잔잔한 호수가 생긴다. 멈춤이 곧 쉼이고 쉼이 곧 다시 나아갈 힘임을 깨닫는다.


‘멈춤의 미학’은 우리에게 속도를 늦추라는 충고가 아니라 삶을 더 깊이 사랑하라는 초대장이다. 잠시 멈출 줄 아는 사람만이 더 멀리 더 단단히 걸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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