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슬비가 산등성을 적시는 날 가을의 향기가 한층 진해진다. 국민의 대명절인 한가위가 다가오면 마음 한켠이 묘하게 들뜨면서도 차분해진다. 창밖으로 내리는 빗방울 소리는 마치 먼 옛날 조상들의 이야기와 겹쳐져 오늘 우리가 누리는 평온한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이맘때쯤이면 온 가족이 모여 조상의 묘를 찾아간다. 작은 손으로 묘소를 닦고 산길을 오르내리며 조상께 예를 올리는 순간 세상 모든 고민은 잠시 멈춘다. 먼 길을 떠나온 발걸음마다 부모님의 얼굴이 떠오르고 부모님이 걸어온 길이 마음속에 스며든다.
비가 내리는 날의 한가위는 유독 기억에 남는다. 빗물에 적신 풀 냄새, 흙냄새 그리고 은은한 단풍의 색감이 뒤섞이며 조상과 부모를 공경하는 마음을 더욱 깊게 한다. 흔들리는 우산 아래에서 나누는 인사와 웃음 속에는 세대를 잇는 정이 담겨 있다.
명절 음식 냄새가 집안을 채우고 부엌에서는 송편이 김을 뿜어낸다. 한입 깨물면 달콤한 속이 입 안에 퍼지고 잠시 어린 시절의 기억 속으로 돌아간다. 부모님이 차려주신 밥상, 조상에게 올리는 차례상 앞에서 마음을 모으는 시간 그 순간이야말로 우리가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깨닫게 해주는 순간이다.
비 오는 한가위는 조금 특별하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 빗방울이 부딪히는 지붕 소리, 그리고 조용히 마음속에 스며드는 감사와 존경의 마음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한국적 미풍양속의 정수를 느끼게 한다.
그렇게 오늘도 우리는 조상과 부모를 생각하며, 가족과 함께 웃고, 서로의 손을 꼭 잡는다. 비가 내려도,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음속의 명절 풍경은 언제나 따뜻하다.
BEST 뉴스
-
[갤러리] 청소년 환경예술가 김정하의 '흰오목눈이 새'
▲김정하 작품, 흰오목눈이와의 첫 만남 [사진=김정하] 어느 날 외할머니가 저에게 흰오목눈이라는 새를 보여주셨어요. 눈처럼 하얗고 포근한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그 자리에서 반해버렸어요. 그래서 언젠가 꼭 그림으로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그림은 제가 ... -
[갤러리] 청소년 환경예술가 이동준의 '달빛 아래 유영하는 향유고래'
▲이동준 작품, 달빛 아래 유영하는 향유고래 [사진=이동준] 그림을 그릴 때 처음 떠올린 장면은 깊은 밤 우주의 달빛이 바다 위로 비치고, 그 아래에서 향유고래가 천천히 헤엄치는 모습이었습니다. 바다와 우주의 경계가 사라져서 마치 고래가 별들 사이를 유영하는 것... -
을지대학교 FMP 봉사동아리, 밥상공동체와 함께 연탄 나눔으로 따뜻한 온정 전해
▲밥상공동체와 함께한 을지대학교 FMP 봉사동아리의 연탄 나눔 현장에서 단체사진 [사진=을지대학교 FMP 봉사동아리] 을지대학교 FMP 봉사동아리가 밥상공동체와 함께 추운 겨울을 앞두고 지역의 소외계층을 위한 연탄 나눔 봉사활동을 펼치며 따뜻한 이웃 사랑을 실천했다. &... -
2025년 니콘 코미디 야생동물 어워드... 웃음과 자연보호가 만난 10주년의 축제
▲ 니콘 코미디 야생동물 어워드 2025 참가작 [사진=Nikon Comedy Wildlife Photography Awards 2025]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 니콘 코미디 야생동물 어워드 2025 (Nikon Comedy Wildlife Photography Awards 2025)가 전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야생동물의 순간적인 표정을 유머... -
타투 합법화, 한국문화 세계화의 새로운 상징으로
▲ 손에 타투를 한 외국인이 전화를 하며 타투 문신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Monica Silvestre] 한국이 오랜 논쟁 끝에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을 합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며 문화적 전환점을 맞이했다. 그동안 의료 면허가 없는 사람이 타투를 시술하면 5년 이하 징역 ... -
문화체육관광부, 한류 글로벌 확장... 한국 문화 포함 콘텐츠까지 지원해 글로벌 창작자들과 협업
▲ 문화체육관광부, 한국 문화 포함 콘텐츠까지 지원해 글로벌 창작자들과 협업 [사진=Netflex, 그래픽=ESG코리아뉴스] 최근 한국 문화체육관광부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K-Pop Demon Hunters”의 글로벌 성공을 계기로 한국 이외 지역에서 제작되었지만 한국 문화를 소...
전체댓글 0
NEWS TOP 5
실시간뉴스
추천뉴스
사람들
more +-
원주민 토지권 수호의 최전선, 네몬테 넨키모(Nemonte Nenquimo)의 리더십
에콰도르 아마존의 와오라니족 출신인 네몬테 넨키모(Nemonte Nenquimo)는 ... -
서스테인플루언서, 반포 한강공원에서 가을 플로깅 진행
지속가능한 영향력을 실천하는 서스테인플루언서가 9월 27일, 가을 정취를 ... -
[ESG 사람들] 생태계의 수호자 넬슨 올레 레이이아(Nelson Ole Reiyia)... 원주민 지혜로 이끄는 지속가능성의 길
넬슨 올레 레이이아(Nelson Ole Reiyia)는 케냐 마사이마라 국립보호구역 근... -
[ESG사람들] 전통 지식과 생태적 평화를 잇는 지도자... 에르난도 친도이 친도이(Hernando Chindoy Chindoy)
콜롬비아 인가(Inga) 원주민 출신 지도자 에르난도 친도이 친도이(Hernando...
오피니언
more +-
[Coios View ㉒] 부키팅기의 일본군 터널: 인도네시아 서수마트라에 남은 제2차 세계대전의 유산
일제 점령기의 지하 유산 서수마트라의 부키팅기 중심에는 ‘일본군 터널(Lu... -
[코이오스의 뷰 ㉑] 정체성의 향미: 리비아 요리가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방식
리비아 요리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수세기에 걸친 문화 교류·이주·생존의 역사를 반영한다. 베르베르... -
[코이오스의 뷰 ⑳] 리비아의 숨은 보석들: 익숙하지 않은 최고의 관광지
리비아는 잘 알려진 로마 유적지와 해안 도시들 그 이상을 제공한다. 고대 오아시스와 화산 지형부터 안... -
[코이오스의 뷰 ⑲] 왜 아일랜드는 두 개일까?
유럽 북쪽 해안에서 살짝 떨어진 섬, 아일랜드는 오랫동안 전 세계 여...
기획 / 탐방
more +-
제4회 한국ESG경영최고위과정, ESG탐방 위한 상하이 해외워크샵
한국ESG위원회와 ESG코리아뉴스가 공동 주최·주관... -
[레드의 유혹 ⑥] 세계 최초의 샴페인 하우스라는 명성을 갖고 있는 '메종 루이나르(Maison Ruinart)'
ESG코리아뉴스 라이프팀은 세계 최고의 와이너리 중 하나를 선정해 ‘레드의... -
[히든 플레이스 ②] 지라프 매너(Giraffe manor), ‘기린과 함께 아침 식사를’
... -
[ESG탐방] 친환경 설계를 활용한 대만의 지속가능한 건축물 탐방
대만은 2050년 대만 전역 건물 탄소중립화 비율 최종 목표를 신축건물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