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런던 킹스 크로스에서 엘름그린 & 드라셋의 ‘The Audience’ 전시 개막
올해 런던의 프리즈 위크(Frieze Week)는 예년보다 한층 더 다채롭고 실험적인 문화 현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적인 미술 축제인 프리즈 런던과 프리즈 마스터스가 리젠트 파크에서 성황리에 열리는 가운데 이번 주 런던 시민과 방문객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은 또 하나의 프로젝트가 있다. 바로 패션하우스 프라다가 주최하는 ‘프라다 모드(Prada Mode)’이다.
프라다 모드는 단순한 패션 이벤트가 아닌 전 세계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지역 예술가들과 협업하는 이동식 문화 살롱이다. 이번 런던 에디션은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 듀오 엘름그린 & 드라셋(Elmgreen & Dragset)이 연출한 초현실적 설치 작품 ‘The Audience’(관객)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이들은 킹스 크로스의 오래된 타운홀 내부를 완전히 새로운 시네마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관객이 입장하면 붉은 벨벳 좌석과 희미한 조명 아래에서 한 편의 영화를 보게 된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이 영화관의 일부 좌석은 실제 사람이 아닌 정교하게 만들어진 조각상들로 채워져 있다. 팝콘을 먹거나, 친구의 어깨에 기대거나, 스크린을 응시하는 모습의 이 조각상들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흐리며 관람자에게 묘한 혼란을 선사한다.
영화 스크린에는 예술가와 작가가 창작과 집중 그리고 관객의 시선에 대해 나누는 대화가 반복 재생된다. 그러나 그것은 이야기의 중심이 아니다. 오히려 진짜 ‘작품’은 그 영화를 바라보는 관객 자신 그리고 조각상과 함께 나란히 앉아 있는 그들의 존재감이다. 엘름그린 & 드라셋은 이 작품을 통해 “예술이란 무엇인가”보다 “예술을 경험한다는 것은 어떤 행위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프라다는 이번 전시를 단순히 미적 감상의 장이 아니라, 관람의 구조 자체를 탐구하는 철학적 실험으로 기획했다. 행사 기간 동안 예술 대담, 워크숍, 음악 공연 등이 함께 열리며 패션과 미술, 공연예술이 서로 얽히는 다층적 경험을 만들어낸다.
프라다 관계자는 “프라다 모드는 현대 예술이 패션과 문화를 어떻게 새롭게 연결할 수 있는지를 탐구하는 공간”이라며, “이번 런던 프로젝트는 관객이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예술의 일부로 참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처럼 프라다 모드는 브랜드가 미술 시장에 단순히 자본을 투자하는 수준을 넘어, 직접 문화적 대화의 무대를 창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프라다가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지적 럭셔리(intellectual luxury)’의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
프리즈 위크는 매년 세계 미술계의 중심을 런던으로 옮겨놓는다. 그러나 올해의 프라다 모드는 그 속에서 예술과 패션의 경계를 허물며 관객의 시선까지 하나의 예술로 승화시켰다. 결국 이 설치 작품은 프리즈 위크의 수많은 전시 중에서도 가장 강렬하게 그리고 은밀하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지금 작품을 보고 있는가, 아니면 작품 속에 앉아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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