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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빈곤층, 기후 위기에 ‘겹치는 고난’ 직면... UNDP·옥스퍼드 보고서

  • 권민정 기자
  • 입력 2025.11.17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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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빈곤층의 약 80%가 기후 위험에 노출되어있다. 아이를 앉고 강을 건너는 주부들 [사진=UNDP]

 

2025년 유엔개발계획(UNDP)과 옥스퍼드대학교 OPHI가 발표한 세계 다차원 빈곤 지수(MPI) 보고서는 빈곤과 기후 위기가 서로 깊게 얽혀 있다는 사실을 강력하게 보여준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다차원 빈곤층 11억 명 가운데 8억 8,700만 명, 즉 10명 중 8명 가까이가 극심한 더위, 홍수, 가뭄, 대기 오염 등 주요 기후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이번 연구는 기후 위험 데이터와 빈곤 데이터를 처음으로 중첩 분석함으로써 빈곤이 단순한 소득 문제를 넘어 환경적·구조적 취약성과 맞닿아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빈곤층이 단일 기후 위험이 아니라 여러 위험을 동시에 겪고 있다는 점이다. 하나 이상의 기후 위험에 노출된 사람들 중 6억 5,100만 명은 두 가지 이상의 위험을 동시에 경험하며, 3억 900만 명은 세 가지 이상이 겹치는 위험 지역에서 살아가고 있다. 


제한된 자산과 미약한 사회보장 접근성을 가진 이들은 기후 충격을 흡수할 능력이 부족해 “삼중 혹은 사중의 부담”에 직면하게 된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기후 요인은 극심한 고온과 대기 오염으로 나타났으며, 그 다음이 홍수와 가뭄이었다.


지리적 분포를 보면 남아시아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가 기후 위험과 빈곤이 집중된 대표적 ‘핫스팟’으로 나타났다. 남아시아의 경우 빈곤층의 99.1%가 적어도 하나의 기후 충격에 노출되어 있으며, 두 가지 이상의 충격을 겪는 비율도 91.6%에 달한다. 


역사적으로 큰 폭의 빈곤 감소를 이뤄낸 지역임에도 기후 변화가 재빈곤 위험을 다시 높이고 있는 것이다. 국가 소득 수준별 분석에서는 저중소득 국가가 가장 큰 부담을 지고 있으며, 이들 국가의 5억 4,800만 명 이상이 최소 하나의 기후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또한 보고서는 향후 전망이 더욱 위태롭다는 점을 경고한다. 기온 상승 예측을 분석한 결과 현재 다차원 빈곤 수준이 높은 국가일수록 금세기 말까지 더 큰 기온 상승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기후 변화가 기존의 글로벌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빈곤층에게 더욱 큰 피해를 안길 미래 시나리오를 예고한다.


이러한 결과는 국제사회가 빈곤 감소 노력과 기후 대응 전략을 분리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빈곤층은 기후 위험에 가장 취약하며 동시에 기후 대응을 위한 적응 역량이 가장 부족하기 때문이다. UNDP는 기후 회복력을 갖춘 빈곤 감소 전략과 지역 기반의 적응력 강화 및 국제 재정 협력 확대를 긴급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보고서 발표는 COP30 기후 정상회의를 앞둔 시점에 이루어졌다. UNDP는 각국 지도자들이 기후 공약을 논의할 때, 기후 위기가 세계 최빈곤층에게 미치는 불평등한 부담을 중심 의제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한다. 약 9억 명의 빈곤층이 이미 기후 위험에 직면해 있는 현실에서, 기후 행동은 단순히 배출 감축이 아닌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진전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다.


즉, 이번 MPI 보고서는 빈곤과 기후 위기를 각각의 개별 과제가 아닌 서로 얽히고 증폭되는 복합 위기로 바라봐야 한다는 새로운 정책적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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