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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세계 석유 격변의 중심으로…브라질·가이아나·아르헨티나가 이끄는 ‘새로운 석유 개척지’

  • 하윤아 기자
  • 입력 2025.11.18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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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트로브라스가 캄포스 분지에서 또 다른 석유 매장지 발견[사진=Petrobras, 그래픽=ESG코리아뉴스]

 

남아메리카는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석유 개발의 새로운 무대로 떠오르고 있다. 그 상징적 장면은 브라질 북동부, 아마존 강이 대서양으로 흘러들어가는 거대한 하구에서 시작된다. 이곳에서는 최근 10년이 채 되지 않아 3,600제곱마일에 달하는 심해 산호 생태계가 발견되었고, 바로 그 주변 해저 아래에는 수십억 배럴 규모로 추정되는 석유가 묻혀 있어 두 개의 상반된 ‘보물’이 충돌하는 듯한 형세를 이루고 있다.


이 지역에서 벌어지는 일은 남미 전체의 흐름과 맞닿아 있다. 가이아나 해역에서는 이미 2015년 발견된 대형 심해 매장지를 바탕으로 하루 65만 배럴 수준의 석유가 퍼 올려지고 있으며, 이 작은 국가는 순식간에 1인당 석유 생산량 세계 1위의 신흥 석유 부국으로 자리 잡았다. 또 남쪽 깊숙이 들어가면 아르헨티나 서부의 바카 무에르타가 끝없이 펼쳐지는데 거대한 셰일가스와 셰일오일이 매장된 이 지역은 2030년이면 하루 생산량이 100만 배럴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브라질, 가이아나, 아르헨티나는 모두 정치 체제도 환경 의식도 경제 여건도 서로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석유 확대’라는 목표에서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OPEC 비회원국 중에서도 세계 석유 생산 증가를 이끄는 주요 국가들이 바로 이들 세 나라다. 기후 위기가 심화되고 남미 곳곳이 산불·홍수·폭풍·가뭄으로 큰 피해를 겪고 있다는 사실은 이들의 선택에 복잡한 윤리적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그러나 이들 정부는 “석유 수요가 여전히 강한데 왜 남미가 공급하지 말아야 하는가?”라고 반문하며 개발 속도를 늦추지 않고 있다.


브라질은 이 흐름의 중심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낸다. 선염전 지층에서 발견된 막대한 심해 매장지 덕분에 브라질은 이미 남미 최대의 석유·가스 생산국으로 올라섰고 2024년에는 처음으로 원유가 브라질 최대 수출품이 되었다. 


최근 리우 앞바다에서 발견된 대형 매장지로 기대는 더 커지고 있다. 그러나 가장 뜨거운 논란은 아마존 강 하구 일대인 포즈 두 아마조나스 분지다. 환경청이 한때 생태계 위험을 이유로 시추를 막았지만, 올해 들어 ‘엄격한 심사’를 이유로 탐사 허가가 승인되며 환경단체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이곳은 깊은 수심과 강한 해류 때문에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하면 통제가 어려울 가능성이 크고 주변에는 대규모 맹그로브와 새롭게 발견된 심해 산호초가 존재해 피해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하지만 브라질 정부는 당장 석유를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룰라 대통령은 자신을 ‘환경 지도자’로 포장한 적 없다며 석유 수입이야말로 브라질의 청정에너지 전환과 사회경제적 투자를 뒷받침할 수 있는 현실적 수단이라고 말한다. 그의 논리는 단순하다. “석유를 끊는 것은 무책임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석유 수익에 의존하는 전략이 오히려 전환을 늦추고 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의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가이아나는 브라질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석유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불과 2015년에 석유가 발견된 이 나라는 이제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 국가로 평가될 만큼 폭발적 성장을 경험하고 있다. 정부는 석유 수익이 교육·보건·인프라 개선 등 국가 개발을 위한 ‘거대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게다가 가이아나는 울창한 열대우림 덕분에 세계적으로 보기 드물게 ‘탄소 흡수국’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스스로는 기후 보호와 석유 산업이 양립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주민들은 생활비 상승과 불평등 심화 그리고 여전히 취약한 공공 서비스 등의 현실적 문제를 호소하며 자원의 저주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감추지 못한다.


아르헨티나의 바카 무에르타도 남미의 석유 지도에서 빼놓을 수 없다. 경제 위기에서 탈출하려는 정부는 이 셰일 매장지가 국가 재건의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셰일 자원은 초기 투자 규모가 비교적 작고 빠른 수익 회수가 가능해 정치적 불안정성에도 기업을 끌어들이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프래킹으로 인한 물 사용 증가, 지층 교란, 화학물질 오염 등의 환경적 부작용은 여전히 뜨거운 논쟁 거리다.


이처럼 남미 곳곳에서 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이 흐름이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는 누구도 확신하지 못한다. 석유 수요가 가까운 미래에 정점을 찍을 수 있다는 전망은 지금의 대규모 투자가 장기적으로 ‘수익성 없는 산업에 갇히는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지속되고 있으며 공급 부족에 대비하려는 에너지 산업은 신규 프로젝트 투자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


궁극적으로 남미에서 벌어지는 석유 확대는 단일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가 직면한 더 큰 현실을 드러낸다. 심각한 기후 위기가 계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가와 기업들이 여전히 “화석 연료 없이 당장 세계가 돌아갈 수 없다”는 공통된 인식 아래 행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미 지도자들도 그 흐름 속에서 속도를 늦추지 않고 있다. 마치 세계가 기후 위기를 향해 달려가고 있음에도 그들의 발은 ‘가속 페달’에서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남아메리카는 지금 풍부한 자원이 주는 기회의 문 앞에서 경제적 도약과 기후 책임 사이의 갈림길에 서 있다. 어느 방향으로 향하든 이 대륙이 앞으로 세계 에너지 시장에 미칠 영향은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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