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흑해 연안 러시아 주요 항구에서 수중 드론을 이용해 러시아 잠수함을 공격했다고 주장하면서, 해상전 양상이 또 한 번 전환점을 맞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내보안국(SBU)은 이번 작전이 수중 드론을 이용한 항구 내 잠수함 공격으로는 사상 최초라고 밝혔다.
CNN, 로이터 등 해외 언론에 따르면 SBU는 16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흑해 연안 노보로시스크 항에 정박 중이던 러시아 킬로급(Kilo-class) 잠수함을 수중 드론 ‘서브 시 베이비(Sea Baby)’로 공격해 심각한 손상을 입혔다고 발표했다. SBU는 “폭발로 인해 잠수함이 사실상 작전 불능 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하며, 항구 내에서 발생한 대규모 폭발 장면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러시아 “공격 실패”…엇갈리는 주장
러시아 측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러시아 국영 언론은 흑해함대 공보실장 알렉세이 룰레프의 발언을 인용해 “우크라이나의 무인 잠수정을 이용한 사보타주 시도는 실패했다”며 잠수함과 함선에 피해는 없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방송은 공격 이후 촬영된 영상이라며 손상되지 않은 잠수함 모습을 공개했지만, 영상에는 잠수함의 후미 부분이 포함되지 않아 의문을 남겼다고 서방 언론은 지적했다.
위성사진 분석에서는 공격 전후로 부두 모서리 일부가 손상된 정황이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수중 드론이 잠수함 선미에서 약 20m 떨어진 지점에서 폭발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공격 이후 문제의 잠수함은 이동하지 않았으며, 인근에 있던 다른 잠수함들만 항구 내 다른 장소로 옮겨진 점도 주목되고 있다.
‘블랙홀’ 잠수함 겨냥…전략적 의미
SBU에 따르면 공격 대상은 칼리브르(Kalibr) 순항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킬로급 잠수함으로, 한 번에 최대 4발의 미사일을 운용할 수 있다. 러시아는 전쟁 기간 동안 이 미사일을 사용해 우크라이나 전역을 공격해 왔다.
킬로급 잠수함은 저소음 설계로 소나 탐지가 어려워 ‘블랙홀’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건조 비용은 약 4억 달러에 달한다. SBU는 국제 제재로 인해 동일급 잠수함을 새로 건조할 경우 최대 5억 달러까지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해군 대변인 드미트로 플레텐추크는 이번 공격이 지난해 피격된 ‘로스토프온돈’호에 이어 두 번째로 격침된 킬로급 잠수함이라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가 2022년 기함 모스크바함 침몰 이후 함대를 항구에 묶어둘 수밖에 없었지만, 항구조차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님을 보여준 작전”이라고 평가했다.
외교 국면 속 군사적 메시지
이번 공격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외교적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이뤄졌다. 공격 발표는 미국과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베를린에서 이틀간 회담을 마친 직후 나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베를린 기자회견에서 “전선에 대한 어떤 결정도 내리기 전에 동맹국들의 확실한 안보 보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휴전 감시와 위반 시 제재가 안보 보장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미국이 “의미 있는 물질적·법적 보장”을 제시했다고 언급하며,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휴전 가능성이 보인다고 평가했다. 유럽 주요국들은 미국이 지원하는 유럽 주도의 다국적군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해상 안전과 제공권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전쟁과 협상, 동시에 진행”
해외 언론들은 이번 수중 드론 공격이 우크라이나의 비대칭 전력과 기술적 진화를 상징하는 사례라고 분석한다. 동시에 외교적 해법이 논의되는 국면에서도, 우크라이나가 군사적 압박 수단을 유지하며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 서방 군사 전문가는 로이터에 “항구에 정박한 잠수함을 겨냥한 공격은 러시아 해군의 전략적 안정성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메시지”라며 “전쟁이 끝나더라도 흑해의 군사적 균형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쟁과 외교가 동시에 움직이는 가운데, 흑해에서의 이번 폭발은 휴전 논의의 향방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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