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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중문대·버지니아공대, 전해질 교체로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 위험 낮춘다

  • 윤재은 기자
  • 입력 2025.12.26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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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판 전해액의 손톱 테스트 전후 비교. 루이춘 교수, 홍콩중문대학교. [사진=루이춘 교수 연구 논문 중]

 

홍콩중문대학교와 미국 버지니아 공과대학 연구진이 리튬 이온 배터리의 화재 위험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새로운 전해질 설계를 제시했다. 기존 배터리 제조 공정을 거의 변경하지 않고도 적용할 수 있는 이 기술은, 리튬 이온 배터리 안전성 문제를 둘러싼 오랜 난제를 현실적인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연구에는 버지니아 공과대학 박사후 연구원 웨 선(Yue Sun)과 홍콩중문대학교 기계자동화공학과 루이춘(Lui Chun) 교수가 참여했다. 연구진은 배터리 내부 구조를 바꾸는 대신, 전해질의 화학 조성만 조정하는 방식으로 성능과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루이춘 교수는 “전해질은 액체이기 때문에 새로운 설비 없이도 기존 배터리에 바로 적용할 수 있다”며 “현재 상용 배터리 시스템에 가장 빠르게 도입할 수 있는 안전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스마트폰, 노트북, 전기차, 항공기 등 현대 사회 전반에 사용되고 있지만, 내부에 가연성 액체 전해질을 포함하고 있어 특정 조건에서는 심각한 화재 위험을 안고 있다. 배터리가 물리적으로 손상되거나 과충전, 고온 노출, 제조 결함 등이 발생하면 내부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며 ‘열 폭주’로 불리는 연쇄 반응이 시작된다. 이 과정에서 배터리는 짧은 시간 안에 발화하거나 폭발할 수 있다.


이러한 위험성은 항공 산업에서 특히 민감한 문제로 다뤄진다. 미국 연방항공국(FAA)은 오래전부터 예비 리튬 이온 배터리의 위탁 수하물 반입을 금지하고 있으며 기내 반입 시에도 승무원이 즉시 접근할 수 있는 위치에 보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FAA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여객기와 화물기에서 발생한 배터리 관련 연기·화재·과열 사고는 89건에 달했으며, 2025년 상반기에도 수십 건이 보고됐다.


실제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올해 초 한국 부산에서 발생한 에어버스 A321 기내 화재 사고는 기내 선반에 보관된 보조 배터리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사고 이후 일부 항공사들은 보조 배터리 반입 자체를 제한하거나 규정을 강화했다.


배터리 화재 위험은 항공기뿐 아니라 가정과 사업장에서도 커지고 있다. 전기 자전거와 전동 스쿠터 사용이 늘어나면서 충전 중 화재 사고가 증가하고 있으며 영국 보험사 아비바의 조사에서는 2024년 기준 영국 내 500여 개 사업체 중 절반 이상이 리튬 이온 배터리와 관련된 스파크, 화재 또는 폭발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연구진이 제안한 해법은 ‘온도 감응형 전해질’이다. 이 전해질은 두 가지 용매를 조합해 설계됐다. 상온에서는 기존 배터리와 동일하게 높은 에너지 효율과 성능을 유지하지만 배터리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면 화학 구조가 변화해 위험한 반응 속도를 늦춘다. 이를 통해 열 폭주로 이어지는 연쇄 반응을 초기 단계에서 차단한다.


실험 결과는 기존 배터리의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연구진이 배터리에 못을 박아 강제로 손상시키는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일반 리튬 이온 배터리는 내부 온도가 약 555℃까지 급격히 상승한 반면, 새로운 전해질을 적용한 배터리는 온도 상승이 3.5℃에 그쳤다. 화염이나 폭발은 발생하지 않았다. 또한 이 배터리는 1,000회 충전 이후에도 초기 용량의 80% 이상을 유지해 성능 저하도 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루이춘 교수는 “배터리 제조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전극과 같은 고체 부품이지만, 전해질은 액체이기 때문에 기존 공정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다”며 “대량 생산이 이뤄질 경우 가격도 현재 배터리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현재 배터리 제조업체들과 상용화 논의를 진행 중이며 실제 시장 적용까지는 약 3~5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번 연구에 대해 해외 배터리 안전 전문가들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의 도널 파인건 선임과학자는 “고온 환경과 단락 상황에서도 화재를 일으키지 않는 배터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텍사스 A&M 대학교와 버지니아대학교 연구진 역시 이번 연구가 리튬 이온 배터리의 핵심 병목이었던 안전성과 성능의 동시 확보 문제에 실질적인 해법을 제시했다고 분석했다.


전고체 배터리처럼 장기적인 대안이 아닌 지금 사용 중인 리튬 이온 배터리를 더 안전하게 만드는 현실적인 개선책이라는 점에서 이번 연구의 의미는 크다. 배터리 기술의 경쟁이 성능을 넘어 안전성으로 이동하는 가운데 전해질 하나의 변화가 산업 전반의 위험을 줄일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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