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쿠팡의 침해사고와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전반을 점검하기 위해 이틀간 청문회를 여는 가운데 쿠팡 창업주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을 비롯한 핵심 전현직 경영진이 대거 불출석하면서 기업 거버넌스와 사회적 책임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이번 청문회는 국회법에 따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주도로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이례적인 연석회의로 열렸다. 이는 쿠팡을 둘러싼 문제가 단순한 기업 내부 사안이 아니라 개인정보 보호, 공정거래 질서, 노동권, 플랫폼 책임 등 사회 전반에 걸친 구조적 문제임을 국회가 공식적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범석 의장과 김유석 부사장, 강한승 전 대표 등 쿠팡의 핵심 의사결정 라인에 있었던 인사들이 청문회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것은 책임 있는 지배구조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김 의장은 쿠팡의 전략과 조직 문화, 의사결정 체계 전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인물로 평가되는 만큼 청문회 불참은 ‘법적 책임 이전에 사회적 책임을 회피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거버넌스 측면에서 보면, 대규모 플랫폼 기업의 최고 책임자가 공적 검증의 장에 응하지 않는 것은 투명성과 책임성 원칙을 훼손하는 행위다. 쿠팡은 국내 유통·물류 생태계와 노동시장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그에 상응하는 설명 책임과 통제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이사회 중심의 책임 경영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으로 이어진다.
사회(Social) 차원에서도 문제는 심각하다. 개인정보 유출과 노동환경 논란은 소비자와 노동자의 일상적 안전과 직결된 사안이다. 이러한 사안에 대해 최고경영진이 직접 국회에 나와 해명하고 재발 방지 의지를 밝히는 것은 사회적 신뢰 회복의 최소 조건이다. 그러나 핵심 인물의 불출석은 피해 당사자와 국민에게 ‘문제의 무게를 가볍게 인식하고 있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
한편 국민의힘이 청문회 방식과 주관 상임위를 문제 삼으며 불참을 결정하고 민주당 소속 일부 의원들이 사보임을 통해 과방위원 자격으로 참여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진 점도 주목된다. 이는 쿠팡 사안이 정쟁의 대상이 되면서도 동시에 그 파급력과 중대성 때문에 국회 차원의 검증을 피할 수 없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플랫폼 기업의 ESG 경영에서 거버넌스와 사회적 책임은 분리될 수 없다”며 “특히 창업주이자 이사회 의장이 공적 책임의 장에 응하지 않는다면, 기업이 아무리 제도 개선을 약속해도 진정성에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이번 청문회는 법적 처벌 여부를 넘어 쿠팡이 한국 사회에서 어떤 책임을 지는 기업으로 남을 것인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쿠팡이 불출석이라는 선택으로 당장의 부담은 피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거버넌스 신뢰와 사회적 정당성이라는 더 큰 비용을 치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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