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키워드

  •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로그인을 하시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으실 수 있습니다.

[기자의 사색노트] 새의 노래와 사람의 노래가 남기는 평안에 대하여

  • 김지원 기자
  • 입력 2026.01.17 20:38
  • 댓글 0
  • 글자크기설정

1.jpg
▲ 새가 나뭇가지에 앉아 있다. [사진=Siegfried Poepperl]

 

기자는 늘 소음을 다루는 직업이다. 말의 소음, 분노의 소음, 숫자와 주장과 반박이 뒤엉킨 소음 속에서 하루를 보낸다. 마감 시간은 늘 숨을 재촉하고, 속보의 알림음은 생각이 시작되기도 전에 판단을 요구한다. 그러다 문득 이 소음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 귀에 들어오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대개 새의 노래이다.


아침 취재를 나서다 멈춰 선 횡단보도 옆 가로수에서, 혹은 늦은 밤 귀가길의 공원에서 새들은 아무 조건 없이 노래한다. 누군가에게 들리기 위해서도, 기록되기 위해서도 아니다. 새의 노래에는 해명이 없고, 논쟁도 없다. 그저 존재하고, 살아 있음을 알리는 소리다. 그래서인지 그 노래는 듣는 이에게 설명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해하지 않아도 되는 평안이 거기 있다.


사람의 노래는 조금 다르다. 사람은 노래에 사연을 싣는다. 기쁨과 슬픔, 상실과 희망, 때로는 말로는 다 하지 못한 고백을 멜로디에 얹는다. 그래서 사람의 노래는 누군가의 삶을 건너온 흔적처럼 들린다. 취재 현장에서 만난 이들이 흘리듯 부르던 노랫소리, 집회가 끝난 뒤 조용히 울려 퍼지던 합창, 또는 이어폰 너머로 혼자 듣는 오래된 곡 하나가 마음을 멈추게 할 때가 있다.


기자로서 수많은 사건을 기록하면서도 정작 사람의 마음이 회복되는 순간은 기사 속 문장이 아니라 이런 노래 속에서 발견된다. 새의 노래가 아무것도 묻지 않는 평안을 준다면, 사람의 노래는 “당신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평안에 가깝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왔지만 노래를 통해 잠시 같은 감정의 온도에 머무를 수 있다는 사실이 위안이 된다.


세상은 늘 시끄럽다. 정치의 언어는 날카롭고, 경제의 수치는 냉정하며, 뉴스의 헤드라인은 불안을 앞세운다. 그 속에서 기자는 사실을 전해야 하지만 동시에 사람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끔은 펜을 내려놓고 귀를 기울인다. 새가 부르는 노래와 사람이 만든 노래에...


새의 노래는 “지금 이 순간이 있다”고 말해주고, 사람의 노래는 “그 순간을 견뎌온 이야기가 있다”고 속삭인다. 둘 다 우리에게 필요한 평안이다. 하나는 설명 없는 쉼이고, 다른 하나는 이해받는 쉼이다.


오늘도 기사는 마감되고 또 다른 소음이 세상을 채우겠지만, 그 사이 어딘가에서는 새가 노래하고 누군가는 노래를 부른다. 기자의 사색 노트 한쪽에는 그 소리들이 조용히 적힌다. 세상을 기록하는 일의 끝자락에서 결국 우리를 버티게 하는 것은 이런 작은 평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함께...

ⓒ ESG코리아뉴스 & www.esgkorea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BEST 뉴스

전체댓글 0

추천뉴스

  • 미국 건국 250주년 맞아 플로리다에 ‘레이디 컬럼비아’ 동상 세워
  • 전 세계 1억1700만 개 호수 위기…UN “기후변화·오염이 생태계 위협”
  • 색채에 담긴 시간, 문화유산에 담긴 책임…평창 상원사 목조제석천의좌상이 전하는 역사
  • 임업인 경영 부담 줄이고 정원산업 지원 확대…산림 관련 3개 법률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 인구보건복지협회 서울지회·롯데손해보험, 모유수유실 ‘아기와 함께 행복한 방’ 1160호 개소
  • LS이링크·동아일렉콤, 전기버스 충전 인프라 확대 맞손…친환경 모빌리티 시장 공략
  • “인류의 가장 친한 친구, 개”…고대 DNA가 밝혀낸 1만 년 이상의 동행
  • 북극곰이 얼음 구멍을 내려다본 순간…‘올해의 야생동물 사진가’ 62회 수상작 미리 공개
  • [이슈 포커스] 가장 가까운 동맹에서 관세 전쟁 상대로…미국·캐나다 관계 어디로 가나
  • 네팔·중국 국경 덮친 대홍수…160명 사망·수백 명 실종

포토뉴스

more +

해당 기사 메일 보내기

[기자의 사색노트] 새의 노래와 사람의 노래가 남기는 평안에 대하여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