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모더나의 첫 번째 mRNA 기반 계절성 독감 백신 승인 신청을 심사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mRNA 기술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번 결정은 북반구 전반에서 겨울철 기온이 급격히 하락하며 독감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시점에 내려졌다는 점에서 공중보건적 우려를 키우고 있다.
모더나는 2월 3일 공개한 서한에서 FDA가 자사의 백신 승인 신청에 대해 “적절하고 잘 통제된 임상시험이 포함돼 있지 않다”며 검토 자체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FDA는 임상시험에서 사용된 대조군 백신이 “연구 당시 미국에서 이용 가능한 최상의 표준 치료법”을 반영하지 못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모더나는 약 4만 700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자사가 개발 중인 mRNA 독감 백신을 기존 표준 용량 독감 백신과 비교해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했으며, FDA가 지난해 4월 해당 임상 설계에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FDA가 65세 이상 고령층을 위한 고용량 독감 백신과의 비교 자료 제출을 제안해 추가 데이터도 제출했지만, 결국 심사 단계로 진입하지 못했다.
모더나 사장 스티븐 호지 박사는 CNN 인터뷰에서 “임상시험 전 과정에서 FDA로부터 설계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은 적이 없었다”며 “이번 결정은 FDA의 기존 입장과 명백히 상충된다”고 반발했다. 회사는 FDA와의 면담을 요청한 상태다.
이번 결정에는 FDA 생물제제 평가연구센터(CBER) 소장인 비나이 프라사드 박사의 서명이 포함됐다. 프라사드는 그간 코로나19 대응과 백신 승인 절차를 공개적으로 비판해 왔으며, 트럼프 행정부 보건 당국 전반의 mRNA 기술에 대한 회의적 기조를 상징하는 인물로 평가된다. 실제로 미 보건복지부(HHS)는 지난해 8월, 명확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mRNA 백신 개발에 초점을 맞춘 약 5억 달러 규모의 연구 프로젝트 22개를 취소한 바 있다.
미·한 모두 한파 영향…독감 유행 ‘확산 국면’
이 같은 정책 논란은 현재 독감 유행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겨울철 상황과 맞물려 더욱 주목받고 있다. 미국에서는 기온 급강하와 건조한 날씨로 인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활동이 활발해지며 독감 환자와 입원 환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파로 실내 활동이 늘어나면서 호흡기 감염병 전파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최근 전국적으로 독감 의심 환자 비율이 빠르게 상승하며 유행 기준을 넘어선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영유아와 학생, 고령층을 중심으로 외래 진료와 입원이 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학교와 어린이집을 중심으로 집단 감염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의료계는 올겨울 독감 유행이 예년보다 길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 완화로 호흡기 바이러스에 대한 집단 면역이 낮아진 점도 독감 확산의 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차세대 백신 개발 위축 우려” 목소리도
전문가들은 독감 환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mRNA 독감 백신과 같은 차세대 백신 개발이 규제와 정책 변화로 위축될 경우, 중장기적으로 대응 수단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mRNA 기술은 기존 백신보다 개발 속도가 빠르고, 변이에 대한 대응력이 높다는 점에서 독감·RSV 등 계절성 호흡기 감염병 대응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아 왔다.
미국과 한국 보건당국은 현재로서는 기존 독감 백신 접종이 중증 진행과 합병증을 줄이는 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예방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한파와 함께 독감 유행이 정점으로 향하는 가운데, FDA와 모더나 간의 갈등이 어떤 결론에 이를지, 그리고 mRNA 기술을 둘러싼 정책 기조가 향후 백신 개발과 글로벌 공중보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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