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의 확산은 교육 환경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ChatGPT와 같은 AI 기술의 등장으로 학생들은 더 이상 교과서나 교실에 국한되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방대한 지식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이는 교육의 접근성과 효율성을 크게 높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동시에 학습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다시 제기하고 있다.
과거 교육은 지식을 전달하는 데 중심이 있었다. 교사가 설명하고, 교과서가 정보를 제공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AI가 즉각적으로 답을 제공하는 환경에서는 단순한 지식 전달이나 암기 중심의 학습이 더 이상 교육의 핵심 목표가 되기 어렵다. 이제는 학습자가 스스로 학습을 계획하고, 문제를 분석하며, 학습 과정을 점검하고 조정하는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교육심리학에서 오랫동안 강조되어 온 ‘자기조절 학습(Self-regulated Learning, SRL)’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교육심리학자 Barry J. Zimmerman은 자기조절 학습을 학습자가 자신의 목표를 설정하고 전략을 계획하며, 학습 과정을 스스로 평가하고 조정하는 능력으로 정의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SRL은 순환적 구조를 가지며 세 단계로 구분된다.
첫째, ‘예측 단계(forethought)’에서는 학습 목표를 설정하고 구체적인 전략을 계획한다.
둘째, ‘수행 단계(performance)’에서는 학습 과정에서 자신의 이해도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필요에 따라 전략을 조정한다.
셋째, ‘성찰 단계(self-reflection)’에서는 학습 결과를 평가하고 다음 학습을 위한 방향을 재설정한다. 이 과정은 반복되며 학습자의 장기적인 성장과 역량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AI 시대에 들어서면서 SRL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학생들이 AI를 통해 손쉽게 답을 얻을 수 있는 환경에서는 스스로 사고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생략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과제나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AI 의존도가 높아지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학습의 깊이를 저하시킬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결과 중심의 학습이 강화될수록 사고 과정과 탐구 경험은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AI는 동시에 자기조절 학습을 지원하는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 AI 기반 학습 시스템은 학습자의 수준과 학습 패턴을 분석해 개인화된 콘텐츠를 제공하고 즉각적인 피드백을 통해 학습 과정을 가시화한다. 이를 통해 학습자는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보다 명확히 인식하고 학습 전략을 조정할 수 있다. 즉, AI는 학습을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라 학습자의 자기조절 능력을 강화하는 보조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이러한 논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교육은 ESG의 ‘사회(Social)’ 영역에서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으며, 특히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시대에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가운데 ‘양질의 교육(SDG4)’은 모든 사람이 평생 학습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단순한 교육 기회의 확대를 넘어 학습의 질과 방식의 전환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AI 시대 교육과 맞닿아 있다.
결국 AI 시대의 교육은 기술과 인간의 대립이 아니라 협력의 관계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교육의 초점은 “무엇을 아는가”에서 “어떻게 배우는가”로 이동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자기조절 학습이 있다. AI 리터러시와 결합된 SRL은 단순한 기술 활용 능력을 넘어 학습자가 스스로 사고하고 성장하는 기반을 형성한다.
이에 따라 교사의 역할 역시 변화하고 있다. 교사는 더 이상 지식을 전달하는 주체에 머무르지 않고 학습자의 자기조절 과정을 지원하는 조력자이자 촉진자로 기능해야 한다. 학교와 사회 또한 학습자의 주도성을 중심에 둔 교육 환경을 구축해야 하며 평가 역시 결과 중심에서 과정 중심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AI가 가져온 변화는 교육의 위기가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이다. 자기조절 학습을 중심으로 한 교육의 전환은 개인의 성장뿐 아니라 지속가능한 사회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 결국 미래 교육의 핵심은 얼마나 많은 지식을 전달하는가가 아니라 학습자가 스스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데 있다.
주레이레이 / ZHOU LEILEI / 周蕾蕾
중국 출신으로 국민대학교에서 교육학 및 교육심리 분야의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교육심리를 중심으로 한 연구를 지속해오고 있다. 서울특별시와 국민대학교가 공동으로 추진한 2022년 중등 자기주도학습 ‘점점캠프 운영’ 용역에 참여했으며, 성북구청의 2020년 하반기 중등 자기주도학습 점점캠프 프로그램 위탁 용역과 서울시·국민대학교가 함께한 2021년 중등 자기주도학습 점점캠프 운영 용역에도 참여하는 등 교육 현장 기반 프로그램의 개발과 운영에 기여해왔다. 또한 교육부와 국민대학교가 공동으로 수행한 ‘학습디자인’ 연구 용역에 참여하며 교육 정책과 현장을 아우르는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현재는 한국ESG위원회 평생교육위원회 부위원장으로서 지속가능한 교육과 평생학습 분야의 발전을 위한 활동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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