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지금, ‘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알고리즘이 순식간에 이미지를 생성하고, 기계가 시각적 내용을 정밀하게 ‘이해’하는 시대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하나의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인간의 ‘본다’는 행위는 과연 대체되고 있는 것일까.
과거 우리는 제한된 정보를 마주하며 스스로 탐색하고, 선택하고, 이해해왔다. 그러나 오늘날의 시각 환경은 전혀 다르다. 정보는 알고리즘을 통해 끊임없이 유입되며, 우리는 더 이상 ‘무엇을 볼 것인가’를 능동적으로 결정하기보다 ‘무엇을 보게 될 것인가’를 제공받는다.
숏폼 영상과 추천 피드 중심의 플랫폼 구조는 우리의 시각 경험을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시각 경험은 연속성을 잃고 파편화되며, 이해는 깊이보다 속도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인다. 나아가 인공지능이 생성한 이미지와 영상은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흐리며, ‘보는 것’ 자체에 대한 신뢰를 흔들고 있다. 이제 시각 경험은 단순한 감각을 넘어 판단을 요구하는 행위로 전환되고 있다.
‘보는 것’에서 ‘해석하는 것’으로
알고리즘은 이미지 속 인물과 사물, 구조를 식별하고 어떤 장면이 더 큰 관심을 끄는지 계산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보기’는 어디까지나 데이터 처리의 결과일 뿐, 인간의 ‘관람’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기계는 이미지를 설명할 수는 있지만, 그것을 경험하거나 해석할 수는 없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문화적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며, 개인의 기억과 연결할 수도 없다. 반면 인간은 단순히 형태를 인식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우리는 연상하고, 판단하며, 공감한다. 세부에서 의미를 끌어내고, 경험을 통해 이해를 구성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관람의 개념 역시 달라지고 있다. 관람은 더 이상 ‘주어진 의미를 받아들이는 행위’가 아니라, ‘의미를 만들어내는 과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작가 중심’에서 ‘관람자 중심’으로
과거에는 작품의 의미가 창작자에 의해 설정되고, 관람자는 이를 해석하는 위치에 머물렀다. 그러나 AI 시대에 들어서면서 이미지는 하나의 고정된 해석을 갖지 않게 되었다.
동일한 이미지라도 그것을 바라보는 개인의 경험과 맥락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가 생성된다. 이 과정에서 관람은 수동적인 행위가 아니라 능동적이고 창조적인 과정으로 변화한다. 이미지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그것을 자신의 경험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가 핵심이 된다.
이제 의미는 더 이상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관람을 통해 생성된다.
알고리즘 속에서 깨어 있기
문제는 이러한 환경 속에서 우리가 알고리즘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관람 능력 자체가 점차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시각 경험의 주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느린 보기’의 습관을 회복해야 한다. 빠른 정보 소비 구조 속에서도 깊이 있는 관찰과 사유를 위한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비판적 인식을 유지해야 한다. 이미지를 볼 때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넘어 ‘왜 이렇게 제시되었는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셋째, 관람을 창조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본 것을 자신의 해석과 언어, 경험으로 확장하며 ‘보기’를 ‘생성’으로 전환해야 한다.
결국 “보는 힘은 누구의 것인가”라는 질문은,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시대 속에서도 인간이 여전히 세계를 해석할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이다. 그 답은 기술이 아니라 우리의 태도에 달려 있다.
진정한 관람은 단순한 시각적 행위가 아니라, 의식의 참여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이를 지켜내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세계와 맺고 있는 가장 본질적인 연결을 유지하는 방식일 것이다.
참고문헌
1. Mirzoeff, N. (2015). How to see the world. Pelican Books.
2. Rancière, J. (2019). The emancipated spectator. Verso.
3. Chesney, R., & Citron, D. K. (2019). Deepfakes and the new disinformation war. Foreign Affairs, 98(1), 147–155.
4. Gillespie, T. (2018). Custodians of the Internet. Yale University Press.
진문/秦雯/ QIN WEN
진문(秦雯)은 중국 루쉰미술학원을 졸업하고 예술디자인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현재 국민대학교 테크노전문대학원에서 공간문화디자인 전공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시각디자인과 시각문화를 주요 연구 분야로 삼고 있으며, 재학 기간 동안 중국 예술대학의 인공지능 및 디지털 활용 커리큘럼 특성을 분석한 논문을 KCI에 게재하는 등 학문적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아울러 한국이에스지위원회 사회공헌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지속가능한 사회 구현을 위한 다양한 사회공헌과 연구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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