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의 확산은 인간의 일상과 학습 방식, 업무 습관까지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과거에는 자료를 찾고 문장을 정리하며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그러나 이제는 OpenAI의 ChatGPT와 같은 AI 도구에 질문만 입력하면 몇 초 안에 초안과 정리된 답변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분명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여주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중요한 질문도 던진다. 과연 AI는 인간의 자기통제력(self-control)을 강화하는가, 아니면 오히려 약화시키는가?
특히 ‘미루기(procrastination)’ 문제는 AI 시대에 더욱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AI 덕분에 일을 더 쉽게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실제로 AI는 과제의 첫 문장을 써주고, 복잡한 내용을 요약하며, 막막했던 시작의 부담을 줄여준다. 이러한 기능은 행동 개시(action initiation)를 도와 미루기를 줄이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최근 연구들 역시 AI 기반 학습 도구가 학습 참여도와 자기조절학습(Self-Regulated Learning, SRL)을 지원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AI는 동시에 인간이 원래 수행해야 할 ‘인지적 노력(cognitive effort)’을 대신해주기도 한다. 즉, 스스로 고민하고 계획하며 집중하는 과정을 생략하게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 Carnegie Mellon University, University of Oxford 공동 연구에서는 단 10분간 AI에 의존한 사람들조차 이후 독립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때 쉽게 포기하거나 성과가 낮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이는 자기통제력의 본질과 깊은 관련이 있다. 자기통제력은 단순히 충동을 억제하는 능력이 아니라, 장기적인 목표를 위해 현재의 행동을 조절하는 능력이다. 다시 말해 “해야 하지만 하기 싫은 일”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이다. 그런데 AI가 지나치게 많은 과정을 자동화하면 인간은 점점 ‘노력하지 않는 방식’에 익숙해질 가능성이 있다.
교육심리학에서는 자기통제력이 습관과 반복적 훈련 속에서 형성된다고 본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근육이 약해지듯, 사고와 집중 역시 사용하지 않으면 점차 약화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교육 연구에서는 생성형 AI가 학습자의 메타인지와 자기조절 능력을 지원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과도한 의존은 ‘표면적 학습(surface learning)’과 인지적 수동성을 강화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AI는 인간의 ‘즉각적 보상 선호’를 더욱 강화한다. 인간은 본래 불편함보다 편리함을 선호하는 존재다. 어려운 문제를 오래 고민하기보다 즉시 답을 얻고 싶어한다. 생성형 AI는 이러한 심리를 정확히 만족시킨다. 몇 초 만에 답을 제공하는 AI 환경 속에서 사람들은 점점 느리고 힘든 사고 과정을 견디기 어려워질 수 있다.
문제는 자기통제력이 바로 이러한 ‘불편함을 견디는 힘’이라는 점이다. 공부, 연구, 글쓰기, 운동, 다이어트, 저축 모두 즉각적인 즐거움보다 미래의 가치를 선택해야 가능한 행동들이다. 그런데 AI가 모든 과정을 빠르게 단축시켜준다면 인간은 점점 장기적 인내보다 단기적 효율에 익숙해질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일부 연구에서는 AI 활용이 학업 미루기를 줄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깊은 사고를 회피하는 행동을 증가시킬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특히 OECD는 생성형 AI가 학생들에게 “거짓 숙련감(false mastery)”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과물은 좋아 보이지만, 실제 사고력과 자기조절 능력은 충분히 발달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AI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인간이 AI를 사용하는 방식이 핵심이라는 사실이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연구들에서도 “AI는 사고를 대체하는 순간 위험해진다”는 의견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일부 학생들은 AI를 자신의 사고를 검증하는 도구로 활용하지만, 다른 일부는 처음부터 AI에게 사고 자체를 맡긴다. 이 차이가 결국 자기통제력의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AI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자기통제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중요한 것은 AI를 단순한 ‘자동 해결기’가 아니라 인간의 행동과 사고를 촉진하는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AI에게 과제를 대신 작성하게 하기보다 시작 구조를 만들거나, 해야 할 일을 세분화하고, 집중 계획을 세우는 방식으로 활용할 때 AI는 인간의 실행력을 건강하게 보조할 수 있다.
동시에 우리는 단순한 생산성보다 ‘인지적 참여’를 더욱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AI를 통해 빠르게 결과물을 만드는 것과 실제로 배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끝냈는가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얼마나 깊이 사고하고 스스로 이해했는가에 있다. 따라서 글쓰기 초안 작성, 문제 해결 과정, 논리 구성과 같은 일부 과정은 의도적으로 직접 수행할 필요가 있다. AI가 모든 어려움을 제거해주는 순간 인간은 사고력과 성장의 기회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AI 시대에는 메타인지 훈련 역시 더욱 중요해진다. “나는 지금 정말 이해했는가?”, “AI 없이도 설명할 수 있는가?”, “왜 이 답이 맞는가?”와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던지며 자신의 이해 수준을 점검해야 한다. 결국 자기통제력은 외부 기술이 아니라 자기 인식과 자기 조절에서 시작된다.
아이러니하게도 AI 시대에는 기술 활용 능력보다 ‘자기조절 능력’이 더 중요한 경쟁력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의 사회에서는 단순히 AI를 잘 사용하는 사람보다, AI를 사용하면서도 자신의 사고와 행동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이 더 강해질 수 있다.
AI는 인간의 게으름을 극대화할 수도 있고, 반대로 인간의 실행력을 강화하는 최고의 도구가 될 수도 있다. 결국 차이를 만드는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인간의 자기통제력이다.
미래 사회의 핵심 질문은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니다.
오히려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AI가 모든 것을 대신해줄 수 있는 시대에도, 인간은 스스로 행동할 수 있는가?”
주레이레이 / ZHOU LEILEI / 周蕾蕾
중국 출신으로 국민대학교에서 교육학 및 교육심리 분야의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교육심리를 중심으로 한 연구를 지속해오고 있다. 서울특별시와 국민대학교가 공동으로 추진한 2022년 중등 자기주도학습 ‘점점캠프 운영’ 용역에 참여했으며, 성북구청의 2020년 하반기 중등 자기주도학습 점점캠프 프로그램 위탁 용역과 서울시·국민대학교가 함께한 2021년 중등 자기주도학습 점점캠프 운영 용역에도 참여하는 등 교육 현장 기반 프로그램의 개발과 운영에 기여해왔다. 또한 교육부와 국민대학교가 공동으로 수행한 ‘학습디자인’ 연구 용역에 참여하며 교육 정책과 현장을 아우르는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현재는 한국ESG위원회 평생교육위원회 부위원장으로서 지속가능한 교육과 평생학습 분야의 발전을 위한 활동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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