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정부가 데이터 정책을 범국가적 차원에서 총괄하는 새로운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AI의 성능과 신뢰성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데이터라는 인식 아래, 정부는 부처별로 분산되어 있던 데이터 정책을 하나의 전략 아래 통합해 국가 데이터 역량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첫 ‘데이터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AI 시대를 뒷받침할 국가 데이터 전략을 논의했다. 이번 회의는 데이터를 국가 핵심 인프라이자 전략 자산으로 규정하고 범정부 차원의 데이터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데이터 정책은 공공데이터 개방, AI 학습용 데이터 구축, 통계데이터 관리 등 기능에 따라 여러 부처가 나누어 담당해 왔다. 그러나 AI 기술이 산업과 행정, 의료, 제조업 등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데이터의 생산과 관리, 활용을 하나의 체계 안에서 연결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커졌다. 이에 정부는 국무총리 주재의 ‘데이터 관계장관회의’를 신설해 국가 데이터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기기로 했다.
새로운 회의체는 데이터의 구축부터 관리, 개방, 활용에 이르는 전 과정을 총괄 조정하는 범부처 협력기구로 운영된다. 이를 통해 각 부처의 전문성을 유지하면서도 정책 간 연계성과 효율성을 높여 AI 시대에 필요한 데이터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AI 대전환 시대 데이터 정책 추진방향’도 함께 발표됐다. 정부는 우선 AI 산업 발전에 필요한 고품질 데이터를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생성형 AI와 추론형 AI의 성능을 높일 수 있는 데이터는 물론 제조업, 모빌리티, 로봇, 의료 등 산업별 특성을 반영한 전문 데이터 구축을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공공데이터 정책도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된다. 정부는 AI 활용 가치가 높은 공공데이터 100선을 선정해 개방하고, AI가 즉시 학습에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품질을 개선하는 ‘AI 레디(AI Ready)’ 정책을 추진한다. 또한 공공저작물의 활용 범위를 확대해 AI 학습 자원으로 적극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공공과 민간 데이터를 연결하는 국가 차원의 데이터 파이프라인 구축도 추진된다. 이를 통해 정부와 기업, 연구기관이 보유한 데이터를 보다 효율적으로 공유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특히 AI 학습용 데이터 플랫폼인 AI 허브를 확대 개편해 공공과 민간의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국가 데이터 허브로 발전시킬 방침이다.
데이터 활용 과정에서 제기되는 개인정보 보호와 저작권 문제에 대한 제도 정비도 본격화된다. 정부는 개인정보보호법과 디지털헬스케어 관련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AI 기술 발전과 저작권 보호 사이의 균형을 고려한 제도 개선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데이터 안심구역과 통계데이터센터 역시 기능을 고도화해 안전하면서도 활용 가능한 데이터 환경을 구축할 계획이다.
민간 데이터 산업 육성도 중요한 과제로 제시됐다. 정부는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AI 전환(AX) 지원 바우처를 확대하고, 데이터 활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지원 체계를 마련할 예정이다. 또한 합성 데이터 생성 기술과 데이터 산업 분류 체계 개발 등 연구개발 투자도 확대한다.
이번 정책은 단순히 데이터를 모으고 개방하는 차원을 넘어 국가 경제와 산업 구조 전반을 AI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기반 구축 작업으로 평가된다. 과거 산업화 시대의 핵심 자원이 철강과 에너지였다면, AI 시대에는 데이터가 국가 경쟁력을 결정하는 새로운 전략 자산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회의에서 “제조와 의료, 행정 등 사회 모든 분야의 데이터 고도화 없이는 국가 인공지능 경쟁력도 확보할 수 없다”며 “새롭게 출범한 데이터 관계장관회의를 중심으로 부처 간 긴밀한 협력과 일관된 정책을 추진해 국가 데이터 생태계를 탄탄하게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기술이 국가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이번 데이터 거버넌스 개편은 대한민국이 데이터 강국과 AI 선도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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