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청 국립해양유산연구소가 조선시대 거북선의 구조와 운용체계를 과학적으로 규명한 『거북선 학술복원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번 연구는 『이충무공전서』에 기록된 통제영 거북선과 전라좌수영 거북선을 문헌 분석과 조선공학적 검증, 모형 제작 등을 통해 학술적으로 복원한 것으로, 향후 거북선 실물 재현과 복원 사업의 핵심 기초자료가 될 전망이다.
국립해양유산연구소는 1795년 간행된 『이충무공전서』에 수록된 거북선 도설과 설명을 토대로 통제영 거북선과 전라좌수영 거북선의 구조와 기능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거북선 학술복원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30일 밝혔다.
거북선은 15세기부터 제작된 군선으로, 이순신 장군이 개량·실용화해 1592년 임진왜란 당시 왜군을 격퇴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1895년 삼도수군통제영이 폐지되면서 실물이 사라졌고, 이후 여러 형태로 복원되었지만 세부 구조와 실제 운용 방식에 대해서는 명확한 근거가 부족했다.
이에 국립해양유산연구소는 2008년부터 고려·조선시대 고선박과 조선통신사선 등을 복원해 온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2022년부터 거북선 학술복원 연구를 추진했다. 연구진은 문헌 기록과 구조 분석, 조선공학적 검증, 축소 모형 제작 등을 통해 거북선의 원형과 기능을 체계적으로 재구성했다.
연구 결과 가장 큰 성과는 통제영 거북선과 전라좌수영 거북선의 설계 목적이 서로 달랐다는 점을 규명한 것이다. 통제영 거북선은 돛대를 세우고 눕힐 수 있는 구조를 갖춰 신속한 전환이 가능해 전투뿐 아니라 의장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전라좌수영 거북선은 돛대 없이 노를 중심으로 운용하는 구조로 설계돼 전투 효율성을 극대화한 전용 군선의 성격이 강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기존에는 출입구로 추정되던 지붕 양측의 반육각형 구조물이 실제로는 외부를 감시하고 전투를 지휘하기 위한 '관측장'이라는 새로운 해석도 제시됐다.
공학적 분석을 통해 거북선의 규모도 구체적으로 산출됐다. 두 척 모두 자체 무게는 약 140.4톤, 꼬리를 포함한 전체 길이는 약 35.27m에 달하는 대형 전투선으로 추정됐다. 선체 면적은 전라좌수영 거북선이 209㎡로 통제영 거북선의 195㎡보다 다소 크게 설계된 것으로 분석됐다.
내부 공간의 활용 방식도 새롭게 정리됐다. 두 거북선 모두 2층 구조로, 1층은 무기 보관과 군사들의 휴식 공간으로, 2층은 노를 젓고 화포를 운용하는 전투 공간으로 구성됐다. 상부 다락 형태의 상포판은 통제영 거북선에서는 돛 운영 공간으로, 전라좌수영 거북선에서는 외부 관측 공간으로 활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연구진은 거북선 격군들이 기존에 알려진 것처럼 서서 노를 젓기보다 앉아서 노를 저었을 가능성을 새롭게 제시했다. 조선통신사선 관련 회화와 대동강 환목선 사례 등을 종합 분석한 결과, 거대한 선체와 폐쇄적인 내부 구조를 고려하면 좌식 노 젓기가 안전성과 전투 효율성 측면에서 더욱 적합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전라좌수영 거북선에서는 선체 바닥이 앞뒤로 완만하게 휘어진 '만곡형 저판 구조'도 확인됐다. 이러한 구조는 수심이 얕고 물살이 빠른 연안이나 좁은 수로에서 기동성과 선회 능력을 높이는 전통 조선 기술이 적용된 것으로 분석됐다.
아울러 『이충무공전서』의 거북선 도설을 정밀 분석한 결과, 기존 연구에서 주목받지 않았던 선미부 방패판 구조도 새롭게 확인됐다. 이 구조는 선체 내부 공간을 넓혀 격군 활동과 화포 운용 효율을 높이는 역할을 했을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했다.
국립해양유산연구소는 이번 보고서를 향후 거북선 복원 설계와 제작, 검증을 위한 핵심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보고서는 연구소 누리집에서 누구나 자유롭게 열람하고 내려받을 수 있으며, 이번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제작한 1대30 축소 모형의 통제영·전라좌수영 거북선은 오는 7월 20일부터 29일까지 BEXCO에서 열리는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대한민국관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국립해양유산연구소는 이번 학술복원 성과를 계기로 거북선의 역사적 가치와 우리 전통 조선기술의 우수성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고, 향후 실물 크기의 학술 복원과 재현 사업도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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