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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10명 중 9명 "도로 위 안전하다"…전문가 절반도 동의 안 해

  • 유연정 기자
  • 입력 2026.07.15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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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렘보(Brembo)의 지원으로 이코노미스트 엔터프라이즈(Economist Enterprise)가 실시한 신규 연구 결과, 세계 주요 자동차 시장에서 대중의 안전 인식과 전문가 평가 간 격차가 드러났다 [사진= 브렘보]

 

브렘보·이코노미스트 엔터프라이즈 공동 연구 "대중 인식과 실제 안전 수준 간 '신뢰 격차' 커"


전 세계 성인 10명 가운데 9명은 도로에서의 이동이 안전하다고 느끼고 있지만, 교통 전문가의 절반 이상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도로 교통사고 사망률이 높은 국가일수록 일반 시민의 안전에 대한 자신감이 실제 안전 수준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탈리아 모빌리티 혁신 기업 브렘보(Brembo)의 지원으로 이코노미스트 엔터프라이즈(Economist Enterprise)가 실시한 '안전한 이동을 위한 신뢰 구축(Safety in Motion: Driving Trust in Modern Mobility)'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응답자의 90%는 일상적인 도로 이동이 안전하다고 인식한 반면, 교통 시스템을 설계·운영하는 전문가 가운데 같은 의견을 밝힌 비율은 45%에 그쳤다.


이번 연구는 브라질, 중국, 프랑스, 독일, 인도, 이탈리아, 일본, 한국, 영국, 미국 등 세계 주요 자동차 생산국 10개국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조사 대상 국가는 전 세계 자동차 생산량의 약 75%를 차지한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를 대중의 안전 인식과 실제 안전 수준 사이에 존재하는 '신뢰 격차(Trust Gap)'로 분석했다. 특히 전 세계에서 매년 약 120만 명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고 있는 상황에서 실제보다 높은 안전 자신감이 오히려 도로 안전 개선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 사무총장 직속 도로안전 특사인 장 토드는 "대중은 자신의 교통 안전에 대해 전문가보다 훨씬 높은 신뢰를 보이고 있다"며 "과도한 자신감은 불필요한 위험을 감수하게 만들 수 있어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경고했다.


가장 큰 신뢰 격차는 브라질과 중국, 인도에서 나타났다. 이들 국가에서는 일반 응답자의 94%가 도로에서 안전하다고 답한 반면, 전문가 가운데 같은 의견을 보인 비율은 18%에 불과했다. 이들 국가의 평균 교통사고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16.2명으로 조사 대상 국가 평균의 약 두 배 수준이었다.


이코노미스트 엔터프라이즈의 프라티마 싱 정책·인사이트 총괄은 "새로운 인프라와 첨단 차량 도입 등으로 안전에 대한 대중의 자신감은 빠르게 높아졌지만 실제 안전 수준 개선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사람들이 시스템을 실제보다 안전하다고 믿을수록 스스로 안전 수칙을 지킬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사에서는 사회·경제적 배경과 세대에 따라서도 안전 인식에 차이가 나타났다. 저소득층은 중·고소득층보다 도로 안전에 대한 신뢰가 낮았으며, 세대별로는 밀레니얼 세대의 94%가 도로 안전을 신뢰한다고 답해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반면 Z세대와 베이비붐 세대는 각각 12%와 16%가 도로 안전에 대해 확신하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등 차량 기술 발전도 새로운 안전 과제로 지목됐다. 교통 전문가의 30%는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잘못 사용하거나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점을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꼽았고, 24%는 운전자의 주의를 분산시키는 차량 기능을 주요 위험 요소로 지적했다. 반면 기계적 결함을 사고 원인으로 꼽은 전문가는 3%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광고가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의 성능을 과장할 가능성도 우려했다. 응답자의 65%는 광고가 시스템의 실제 성능을 과장한다고 답했고, 62%는 운전자에게 주의를 덜 기울여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60%는 기술의 장점은 강조하면서 한계는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도로 안전 정책에 대해서는 일반 시민들의 적극적인 지지 의사가 확인됐다. 응답자의 88%는 제한속도 하향과 교통법규 단속 강화 등 보다 강력한 안전 정책에 찬성했으며, 더 안전한 교통 시스템 구축을 위해 추가 비용을 부담할 의향도 있다고 답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규제기관과 산업계 간 협력 부족을 가장 큰 걸림돌로 꼽았다. 전체 전문가의 68%는 효과적인 협력 체계가 마련되지 않으면 도로 안전 수준 향상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가별 분석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신뢰 수호형' 국가로 분류됐다. 일반 이용자의 도로 안전 신뢰도는 84%, 전문가는 70%로 조사돼 국가별 신뢰 격차가 가장 작은 수준을 보였다. 연구진은 독립적인 검증 체계와 제도에 대한 신뢰가 이러한 결과를 뒷받침하고 있지만, 안전 성과가 악화될 경우 제도에 대한 신뢰도 빠르게 흔들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마테오 티라보스키 브렘보 회장은 "신뢰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산업계와 정책 입안자가 함께 책임 있는 혁신과 효과적인 규제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새로운 기술의 가능성과 한계를 국민에게 정확하게 알리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기술 발전만으로는 도로 안전을 확보할 수 없으며, 국가별 문화와 제도, 거버넌스에 맞는 맞춤형 정책과 지속적인 투자, 책임 있는 혁신이 병행돼야 대중의 신뢰와 실제 안전 수준을 함께 높일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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