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윤나 경희대 한방병원 교수, 시험 스트레스에 따른 복통·소화불량 관리법 제시
- 시험 시간에 맞춘 식사와 익숙한 음식 선택, 증상별 지압·생활관리 중요
수능이 가까워지면 수험생과 학부모의 고민 중 하나가 시험 당일 먹을 도시락이다. 어떤 음식을 준비해야 속이 편할지, 무엇을 먹어야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신경 쓰게 된다. 하지만 평소 긴장하면 배가 아프거나 화장실에 자주 가는 수험생에게는 도시락 메뉴만큼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식사 시간과 평소 소화 상태다.
시험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배가 아프거나 속이 더부룩해지는 학생들이 있다. 평소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가도 중요한 시험을 앞두면 복통이 나타나고, 장이 부글거리거나 갑자기 화장실에 가고 싶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증상은 단순히 음식을 잘못 먹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에 따른 신체 반응과 관련될 수 있다.
ESG코리아뉴스는 경희대학교한방병원 수험생케어클리닉 김윤나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수능을 앞둔 수험생들이 복통과 소화불량에 대처하고, 시험 당일 편안한 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실천할 수 있는 식사 및 건강관리 방법을 살펴봤다.
시험 스트레스가 복통으로 이어지는 이유
시험을 앞두고 긴장하거나 걱정이 커지면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에도 변화가 나타난다. 자율신경계는 심장 박동과 호흡, 소화 등 의식적으로 조절하지 않는 신체 기능에 관여한다. 특히 긴장할 때 활성화되는 교감신경과 휴식 및 소화를 돕는 부교감신경은 위장 운동과 소화액 분비에도 영향을 미친다.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위의 움직임이 둔해지거나 장의 운동과 감각이 달라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속이 더부룩하거나 배가 아프고, 장이 부글거리는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오랜 시간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생활도 소화 상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활동량이 줄어들면 장운동이 원활하지 않아 더부룩함이나 변비가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부하는 중간중간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걷거나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김 교수는 "복통을 관리할 때 음식뿐 아니라 긴장 정도와 수면, 피로 상태를 함께 살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의학에서는 소화 불편을 단순히 위장만의 문제로 보기보다 몸 전체의 상태와 연결해 살피고, 증상이 나타나는 양상에 따라 관리 방법을 달리한다.
배가 아프거나 더부룩할 때 활용하는 지압법
수험생들이 시험 도중 복통이나 소화 불편을 느낄 때 보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느린 호흡과 지압이 있다.
김 교수는 증상에 따라 양구혈, 합곡혈, 동씨침 장문혈 등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가 아플 때는 무릎뼈 위 바깥쪽에 위치한 '양구혈'을 지압하는 방법이 있다. 무릎뼈의 위쪽 바깥 부분에서 허벅지 방향으로 자신의 검지·중지·약지 세 손가락을 나란히 붙인 폭만큼 올라간 부위다.
속이 더부룩할 때는 손등의 엄지와 검지 사이에 있는 '합곡혈'을 활용할 수 있다. 검지 쪽 손등뼈 중간의 엄지 방향 오목한 부위를 찾아 부드럽게 누르는 방법이다.
배가 부글거리거나 장이 불편할 때는 팔의 새끼손가락 쪽에 위치한 '동씨침 장문혈'을 지압할 수 있다. 손등이 위를 향하도록 팔을 놓고 손목 주름에서 팔꿈치 방향으로 네 손가락 폭만큼 올라간 지점, 새끼손가락 쪽 뼈 바로 아래의 오목한 부위에서 찾는다.
지압할 때는 손가락으로 해당 부위를 가볍게 누르거나 원을 그리듯 부드럽게 자극한다.
속이 불편할 때 생강차도 한 가지 방법
평소 찬 음식을 먹으면 속이 불편하거나 따뜻한 음료를 마셨을 때 소화가 편해지는 수험생이라면 연한 생강차를 마셔보는 것도 방법이다.
생강은 예로부터 몸을 따뜻하게 하고 소화를 돕는 데 활용해 온 식재료다. 특유의 매운맛을 내는 진저롤과 쇼가올 등의 성분을 함유하고 있으며, 생강을 사용한 일부 임상 연구에서는 위의 내용물이 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을 돕는 결과가 보고됐다.
생강차는 깨끗하게 씻은 식용 생강을 얇게 썰어 따뜻한 물에 우려 마시는 방식으로 준비할 수 있다. 다만 생강을 지나치게 진하게 달이거나 많은 양을 마시면 오히려 속이 쓰릴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특히 수능 당일에는 평소 마셔보지 않은 차나 건강식품을 새롭게 시도하기보다 자신의 몸에 잘 맞는 음료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수능 도시락, 특별한 메뉴보다 익숙한 음식이 중요
수능을 앞두고 학부모들은 영양이 풍부하고 소화가 잘되는 도시락을 준비하기 위해 다양한 메뉴를 고민한다. 그러나 시험 당일만을 위해 평소 먹지 않던 특별한 음식을 준비하는 것은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
평소 아침 식사를 거르던 학생이 수능 당일 갑자기 많은 양의 음식을 먹으면 속이 더부룩하거나 소화가 불편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험을 앞둔 기간에는 기상 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소량부터 아침 식사를 시작하고, 오전 공부 시간에 허기가 지거나 속이 불편하지 않은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점심 도시락도 평소 익숙하게 먹었고 소화에 부담이 적었던 음식으로 구성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식사 후 쉽게 졸리거나 속이 더부룩해지는 학생이라면 음식의 양을 조절할 수 있지만, 모든 수험생에게 동일한 식사량이나 영양 비율을 적용할 필요는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수능 일정에 맞춰 식사하는 연습이다. 모의고사를 보는 날에는 시험 당일과 비슷한 시간에 아침과 점심을 먹어보고, 식사 후 몸 상태와 화장실 이용 습관을 확인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시험 중 화장실에 가는 것이 걱정된다는 이유로 음식이나 물을 지나치게 줄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수분은 평소처럼 나누어 마시고, 도시락은 보관 온도와 위생에도 신경 써야 한다.
김 교수는 시험 당일 몸에 좋다는 음식을 새롭게 찾기보다 평소 부담 없이 먹던 음식을 시험 일정에 맞춰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반복되는 복통, 시험 스트레스로만 넘기지 말아야
시험을 앞두고 배가 아픈 증상이 나타난다고 해서 모두 긴장 때문이라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복통이나 소화 불편이 반복돼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공부에 지장을 받는다면 의료기관을 찾아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진료에서는 복통이 나타나는 시점과 식사·배변 습관, 동반 증상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필요한 경우 개인의 상태에 따라 식사와 수면 관리, 침·한약 치료 등을 조합할 수 있다.
시험 당일 화장실에 가는 상황을 피하려고 지사제나 변비약을 처음 복용하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평소 처방받아 복용하던 약을 임의로 중단하는 행동 역시 피해야 한다.
특히 혈변이나 검은 변, 발열을 동반한 심한 복통, 반복적인 구토, 원인을 알 수 없는 체중 감소 등이 나타난다면 단순한 시험 스트레스로 넘기지 말고 의료기관에서 평가받아야 한다. 참기 어려운 통증이나 탈수 증상이 있을 때는 신속한 진료가 필요하다.
수능을 앞둔 시기에는 무엇을 더 먹어야 하는지 고민하기보다 자신의 몸이 언제, 어떤 음식과 상황에서 불편해지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식사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익숙한 음식을 선택하며, 공부 중간에 가볍게 몸을 움직이는 작은 습관도 시험 당일의 컨디션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수능 도시락의 핵심은 특별한 영양식이 아니라 수험생이 평소 편안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시험 당일 낯선 식습관으로 몸에 부담을 주기보다 지금부터 자신의 소화 상태에 맞는 식사 리듬을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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