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의 전설적인 배우 다이앤 키튼(Diane Keaton)이 세상을 떠났다. 1970년대 이후 반세기 넘게 스크린 위에서 자신만의 개성과 재치를 빛내며 수많은 관객에게 사랑받았던 그녀는 2025년 10월 11일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향년 79세의 나이로 눈을 감았다.
키튼의 사망 소식은 피플(People)지의 단독 보도로 처음 알려졌으며 그녀와 함께 일했던 프로듀서 도리 래스가 이를 확인했다. 로스앤젤레스 소방국은 이날 오전 키튼의 주소로 의료지원 요청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으나 사망 원인은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았다. 가족 측은 “현재는 조용히 애도할 시간을 갖고 싶다”며 언론의 배려를 요청했다.
1946년 로스앤젤레스에서 다이앤 홀(Diane Hall)로 태어난 그녀는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공연 예술에 매료되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헤어(Hair)’로 연극계에 데뷔한 키튼은 이후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명작 대부(The Godfather)에서 마이클 코를레오네의 아내 케이(Kay) 역을 맡으며 영화계에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그녀의 이름을 할리우드의 중심으로 끌어올린 작품은 단연 1977년 작 ‘애니 홀(Annie Hall)’이었다.
우디 앨런이 연출한 이 영화에서 키튼은 사랑스럽고 엉뚱한 여인 애니 홀을 연기하며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그녀의 자연스러운 말투, 독특한 리듬의 대사 처리, 그리고 진심 어린 감정 표현은 코미디의 틀 안에서 드라마 이상의 울림을 만들어냈다. 영화 속에서 남성용 셔츠와 조끼, 넥타이, 그리고 챙 넓은 모자를 매치한 그녀의 패션은 ‘앤드로지너스 스타일’의 상징으로 남으며 이후 수많은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애니 홀’ 이후에도 그녀의 커리어는 끊임없이 확장되었다.‘ 스터 굿바를 찾아서(1977)’, ‘레즈(1981)’, ‘베이비 붐(1987)’에서 독립적이고 강인한 여성상을 그려낸 그녀는 1990년대에는 ‘퍼스트 와이브스 클럽(1996)’으로 중년 여성의 연대를 유쾌하게 담아내며 다시 한번 시대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동시대 배우 베티 미들러, 골디 혼과 함께한 이 작품은 “50대 여성도 주연이 될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녀의 연기 인생은 코미디에만 머물지 않았다. ‘마빈스 룸(1996)’에서는 메릴 스트립,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함께 드라마 연기를 선보이며 세 번째 아카데미 후보에 올랐고, 2003년에는 잭 니콜슨과 함께한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Something’s Gotta Give)‘로 또 한 번 아카데미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50대 후반이던 그녀는 나이와 상관없이 당당하게 사랑을 이야기하는 여성으로 관객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전했다.
배우로서의 경력 외에도 키튼은 감독과 프로듀서로서도 활약했다.’언스트렁 히어로즈(Unstrung Heroes,1995)‘와 ’행잉 업(Hanging Up, 2000)‘을 연출하며 섬세한 감수성과 가족 관계의 복잡함을 담아냈다. 또한 2023년에는 영화 ’메이비 아이 두(Maybe I Do)‘의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해 노년의 로맨스를 다루는 새로운 시도를 이어갔다.
키튼은 평생 결혼하지 않았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어머니는 꿈보다 가족을 선택했지만, 나는 내 독립심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대신 50대에 입양한 두 자녀인 딸 덱스터와 아들 듀크가 그녀의 삶의 중심이 되었다. “부모가 된 후 걱정의 방식이 달라졌다. 이제는 아이들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고 말한 그녀의 인터뷰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그녀는 또한 뛰어난 사진작가이자 인테리어 예술가이기도 했다. 스스로를 “일상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사람”이라 부르던 키튼은 나이 들어서도 세상을 향한 호기심과 감탄을 잃지 않았다. “이 나이가 되면 모든 게 놀랍다. 그저 나무 한 그루만 봐도 ‘왜 이제야 이걸 보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삶의 경이로움을 이야기했다.
그녀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자 전 세계 영화계와 팬들의 추모가 이어졌다. ‘퍼스트 와이브스 클럽’의 동료 배우 베티 미들러는 “그녀는 유머러스했고 완전히 독창적이었다. 진정한 국보 같은 배우였다”고 추모했다. 골디 혼 역시 “그녀와 함께 웃고, 울고, 연기했던 시간은 내 커리어의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밝혔다.
다이앤 키튼은 단지 배우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적 상징이었다. 그녀는 언제나 ‘다이앤 키튼답게’ 살았고, 세월의 흐름에도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았다. 세련된 유머, 따뜻한 인간미, 그리고 불완전함을 아름답게 끌어안는 연기. 그녀가 남긴 그 모든 순간들은 여전히 스크린 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이제 세상은 다시 한 번 그녀의 말처럼 속삭인다.
“라디다(La-dee-da).”
그녀의 미소와 함께 그 가벼운 한마디는, 여전히 할리우드 하늘을 맴돌고 있다.
BEST 뉴스
-
문체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패러게임' 준비단 출범…선수단 안전·편의 지원 본격화
▲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공식 로고 [사진=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문화체육관광부가 오는 9월 개막하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과 아시안 패러게임에 참가하는 대한민국 선수단과 대회 관람객의 안전 및 편의를 지원하기 위해 관계기관 합동 준비단을 ... -
5억3900만 년 기후의 비밀 풀었다… “지구는 스스로 온도를 조절해 왔다”
▲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사진=gemini 생성이미지] 지구는 지난 5억3900만 년 동안 빙하기와 초온난기를 반복하면서도 전체 평균기온을 일정 범위 안에서 유지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공동연구진은 암석 속에 남겨진 화학적 흔적과 첨단 기후모델을 결합해... -
서울시-메가MGC커피, 커피박 재활용 활성화 협약
▲ 왼쪽부터) 이호민 메가커피 CMO(chief marketing officer), 윤재삼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 [사진=서울시] 서울시가 카페에서 발생하는 커피 찌꺼기인 커피박(커피를 추출한 뒤 남는 부산물)의 재활용 활성화를 위해 프랜차이즈 업계와 손을 잡았다. 서울시는 지난 7월 30일 ... -
상반기 신규 등록 차량 23%가 전기차…친환경차 395만 대 돌파
▲ 충전중인 전기차 [사진=ESG코리아뉴스] 국내 자동차 시장이 친환경차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신규 등록 자동차 4대 가운데 1대에 가까운 차량이 전기차였으며, 친환경차 누적 등록 대수는 처음으로 395만 대를 넘어섰다. ... -
금천구시설관리공단, 금천장애인복지관과 협력…최중증 발달장애인 체육활동 지원
▲ 금빛휘트니스센터 전경 [사진=금천구시설관리공단] 서울특별시 금천구시설관리공단이 금천장애인복지관과 협력해 최중증 발달장애인의 건강 증진과 사회참여 확대를 위한 맞춤형 체육활동 지원에 나섰다. 금천구시설관리공단은 금빛휘트니스센터를 통해 신체활동 기회가 상대... -
세우타 덮친 '이민 쓰나미'…수만 명 몰리고 수십 명 사망, 유럽 다시 국경의 벽 높인다
▲ 북아프리카 모로코와 맞닿아 있는 스페인령 월경지 세우타(Ceuta)로 몰려드는 불법이민자들 [사진=Sophia X 영상 캡쳐] 북아프리카 모로코와 맞닿아 있는 스페인령 월경지 세우타(Ceuta)가 사상 최대 규모의 불법 이주 사태로 심각한 혼란에 빠졌다. 단 며칠 사이 수만 명의 이...
전체댓글 0
NEWS TOP 5
실시간뉴스
추천뉴스
사람들
more +-
오바마 “책은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꾼다”…인생 바꾼 6권 다시 읽는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에게 깊은 영향을 준 책들을 다시 펼친다... -
UN 인권사무소, 말리 원주민 지도자 우무 디코 조명… “기후 정의와 원주민 권리 향상에 앞장”
유엔 인권사무소(UN Human Rights)가 7일 저녁 공식 X 계정을 통해 말리 출... -
방사능 연구에 바친 삶… 과학계의 거장 ‘마리 퀴리’를 기리며
과학 계정 ‘월드 오브 사이언스(World of Science)’가 7일 공식 X를 통해 19... -
스크린 넘어 세계를 보살피는 연기파 배우, ‘UN 평화대사’ 샤를리즈 테론(Charlize Theron)의 삶과 헌신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이자 인도주의 운동가인 샤를리즈 테론(Cha...
오피니언
more +-
[남재철의 기후&식량안보⑪] 폭염의 시대, 가장 낮은 곳에 시원한 희망을 전하다
올여름도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폭염은 단순히 불쾌한 더위... -
[용석광의 컴플라이언스와 ESG] ㉕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서 '사전 예방'으로의 패러다임 전환
사고가 터진 후에야 대책을 마련하는 '사후 약방문' 식의 대응은 오랜 기간 ... -
[용석광의 컴플라이언스와 ESG] ㉔ 산업별 공정거래법 위반 TOP 8: 우리 업종의 급소는 어디인가
공정거래법은 대한민국 모든 기업에 적용되는 기본 규범이지만, 실제 현장... -
[남재철의 기후&식량안보⑩] 기후가 휘두른 채찍, 복합재난에 대응해야 한다
올여름 지구촌 곳곳에서 기후위기의 새로운 얼굴이 나타나고 있다. 유...
기획 / 탐방
more +-
제5회 한국ESG경영 최고위과정, 홋카이도서 ESG 탐방 프로그램 진행
제5회 한국ESG경영 최고위과정이 지난 14일부터 17일... -
[인공지능 문명 리포트 ⑥] 기계는 왜 거짓말을 할까
인공지능이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대화하는 시대... -
[기계가 일하는 세상 ⑩] 24시간 멈추지 않는 무인 생산라인…공장은 잠들지 않는다
공장은 오랫동안 인간 노동의 상징이었다. 거대한 기계 소리, 반복되는 조립 ... -
[ESG탐방] 지속가능한 도시의 미래를 전시하다… 상하이 도시계획전시관이 보여주는 도시 운영의 방향
상하이 도시계획전시관(Shanghai Urban Planning Exhibition Center)은 상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