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이 주도한 우크라이나 평화 계획을 “향후 협정의 기반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하며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동시에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에서 철수하지 않을 경우 군사적 수단을 통해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위협하며 기존의 강경 입장을 되풀이해 실제 협상 전망은 여전히 어두운 것으로 평가된다.
푸틴 대통령은 27일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에서 열린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 최근 제안한 평화안 초안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크렘린은 이르면 다음 주 초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가 이끄는 미국 대표단이 모스크바를 방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푸틴의 발언이 보여주는 ‘협상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한 절대 조건으로 “우크라이나군이 점령 지역에서 완전히 철수해야 한다”고 못 박았으며 이를 거부할 경우 “군사적 수단을 통해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사실상 영토 문제에서 한 치도 양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현재 러시아는 국제적으로 우크라이나의 영토로 인정되는 지역 중 약 20%를 점령하고 있으며 루한스크 전역과 도네츠크·헤르손·자포로지아 지역 일부가 포함된다. 러시아는 이 네 개 지역 전체를 자국 영토로 ‘완전히 통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의 영토 회복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려 하고 있다.
한편 미국이 작성한 초기 평화안은 러시아의 요구가 대거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우크라이나의 군사력 축소와 NATO 가입 금지 등이 포함돼 논란을 불러왔다. 우크라이나와 유럽 국가들의 강력한 반발로 지난주 제네바에서 초안이 수정됐지만 핵심 쟁점인 영토 문제는 여전히 명확히 조율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번 주말 미국 관리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다음 주에는 “중요한 협상”이 예정돼 있다고 밝혔지만 영토 양보는 국가 안보의 ‘레드라인’임을 재차 강조했다. 유럽 동맹국들 역시 러시아의 영토 요구를 수용하는 형태의 평화 조정에는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전황 면에서도 협상 가능성은 밝지 않다. 러시아는 최근 동부 전선 특히 포크롭스크 일대에서 일부 진전을 보였지만 미국의 전쟁 연구소(ISW)는 러시아의 도네츠크 전역 장악이 임박한 상황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전황이 러시아의 확고한 우위로 기울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푸틴의 발언은 미국이 최근 “평화 노력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다”고 강조한 이후 공개적으로 나온 것으로 러시아가 미국의 중재 시도에 즉각적인 양보 의사를 보이지 않음을 확실히 드러낸 신호로 해석된다. 특히 푸틴은 우크라이나 정부를 “불법 정권”으로 규정하며 협상 상대는 우크라이나가 아니라 미국이라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어 협상 구조 자체가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이번 발언은 러시아가 ‘협상 의지’를 언급하며 외교적 공간을 남겨두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기존의 영토 요구를 강화하고 군사적 압박을 병행하는 전략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영토 양보를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는 만큼 미국이 중재하는 새로운 평화안이 돌파구를 마련할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국제사회는 러시아의 발언이 향후 평화 협상을 위한 신호인지 아니면 전선을 강화하기 위한 외교적 시도인지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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