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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만 년 전 모로코 화석이 밝히는 인류 진화의 공백기와 현생 인류의 뿌리

  • 윤아라 기자
  • 입력 2026.01.08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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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 모로코 카사블랑카 인근 토마스 채석장 I 지층에 위치한 ‘그로트 아 호미니데스’ 동굴에서 발굴된 이빨 화석, 우상) 네안데르탈인, 우하) 데니소바인 [사진=Hamza Mehimdate, program, Préhistoire de Casablanca+AI 생성이미지, 그래픽=ESG코리아뉴스]

 

2026년 1월 7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는 장 자크 후블린(Jean-Jacques Hublin, 콜레주 드 프랑스·막스 플랑크 진화인류학 연구소)을 중심으로 한 국제 공동연구팀이 수행한 연구 논문 '모로코에서 발견된 초기 인류 화석은 호모 사피엔스 계통의 기저에 위치한다.(Early hominins from Morocco basal to the Homo sapiens lineage)'가 게재되었다. 이 논문은 약 77만 3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북아프리카 호미닌 화석을 정밀 분석해 현생 인류와 네안데르탈인 그리고 데니소바인의 공통 조상 계통에 매우 가까운 인류 집단의 존재를 제시한 연구로 평가된다.


연구의 대상이 된 화석은 모로코 카사블랑카 인근 토마스 채석장 I 지층에 위치한 ‘그로트 아 호미니데스’ 동굴에서 발굴되었다. 이곳에서는 두 명의 성인과 한 명의 어린이에 해당하는 턱뼈 세 점을 비롯해 치아, 척추뼈, 대퇴골 일부가 발견되었다. 화석 자체는 2000년대 후반에 이미 발굴되었으나 최근 고지자기학적 분석을 통해 연대가 매우 정밀하게 측정되면서 그 학술적 의미가 새롭게 조명되었다.


연구진은 화석이 포함된 지층이 지구 자기장의 극성이 뒤바뀐 시기인 마쓰야마–브룬헤스 전이대와 일치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전이대는 약 77만 년 전으로 확정된 전 지구적 지질학 기준점이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해당 호미닌들이 약 77만 3천 년 전, 오차 범위 수천 년 이내라는 매우 정확한 시기에 살았음을 밝혀냈다. 이는 약 100만 년 전 이후부터 50만 년 전 이전까지 상대적으로 화석 기록이 거의 없는 인류 진화의 ‘공백기’ 한가운데에 해당한다.


형태학적 분석 결과, 이 호미닌들은 원시적 특징과 진화된 특징이 동시에 나타나는 ‘모자이크형’ 해부학적 구조를 지닌 것으로 확인되었다. 턱뼈에는 현생 인류와 같은 뚜렷한 턱선이 없었지만, 치아의 크기와 배열, 치열의 구조는 현생 인류와 네안데르탈인과 매우 유사한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조합은 이 화석들이 단순히 과거의 원시 인류가 아니라, 이후 인류 계통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전환 단계에 위치해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이 화석에 대해 공식적인 학명을 부여하지는 않았으나 해부학적 특징상 호모 에렉투스 계열과 연속성을 가지면서도 현생 인류로 이어지는 계통에 더 가까운 집단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는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 그리고 현생 인류로 갈라지기 직전 혹은 그 초기 단계에 해당하는 조상 집단이 아프리카에 존재했음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해석된다.


이번 발견은 인류 진화가 단순한 직선적 과정이 아니라 아프리카 대륙 안팎에서 여러 인류 집단이 공존하며 점진적으로 분화해 나간 복잡한 역사였음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특히 북아프리카가 단순한 이주 통로가 아니라 인류 진화의 핵심 무대 중 하나였다는 점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미 모로코의 제벨 이르후드 유적에서 약 30만 년 이상 된 초기 현생 인류 화석이 발견된 바 있는데, 이번 연구는 그보다 훨씬 이전 단계의 진화 과정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며 시간적 연속성을 보완한다.


연구진은 또한 이 호미닌들이 살았던 동굴 환경이 결코 안전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일부 뼈에서는 하이에나로 추정되는 포식자의 이빨 자국이 발견되었고 동굴이 육식동물의 서식지로도 사용되었음을 보여주는 흔적이 다수 확인되었다. 이는 당시 호미닌들이 위험한 환경 속에서 생존했음을 보여주는 간접적인 증거다.


이번 논문은 “우리보다 먼저 살았던 사람은 누구였는가”라는 인류학의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 새로운 실마리를 제공한다. 약 77만 년 전 북아프리카에 살았던 이 정체 불명의 호미닌 집단은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 그리고 현생 인류로 이어지는 진화사의 갈림길에 서 있었던 존재일 가능성이 크다. 이 발견은 인류 진화의 가장 불분명했던 시기를 밝히는 중요한 이정표로 남으며, 앞으로의 화석 발견과 유전 연구가 이 계통의 정체를 더욱 명확히 밝혀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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