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스스로에게 건네는 인정의 시작”
하루를 마치고 따뜻한 밥 한 끼를 먹는 순간이 있다. 고단했던 시간을 견뎌낸 나 자신에게 건네는 작은 위로다. 그 짧은 시간 속에서 우리는 잠시나마 '존재로서의 안정'을 느낀다.
"오늘 하루도 잘 버텼다."
"괜찮아, 이 정도면 충분해."
누군가에게 듣지 못했던 말을 조용히 나에게 건네보는 순간, 비로소 마음 한켠이 풀리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면 우리는 또 흔들린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 존재 자체로 받아들여지고 싶은 갈망.
"나는 괜찮은 사람일까?"
"나는 잘하고 있는 걸까?"
그 질문은 누군가에게 묻는 것 같지만, 사실은 스스로에게 던지는 말이다. 우리는 그렇게 밖에서 답을 찾으려 애쓰면서도, 정작 나에게는 한 번도 제대로 물어보지 않는다.
'나는 나를 인정해 본 적이 있는가.'
어쩌면 우리가 듣고 싶었던 말은 멀리 있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미 내 안에 있었고, 다만 꺼내어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다.
인정받지 못한 어린 시절은 어른이 되어도 사라지지 않는다. 어린 시절 충분히 받지 못한 인정과 칭찬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깊은 갈망으로 남는다. 누군가의 인정이 있어야 비로소 안심하고, 그렇지 않은 순간에는 스스로를 쓸모없는 존재처럼 느끼며 자존감이 조용히 무너진다.
"나는 왜 인정받지 못할까?"
"나는 왜 부족한 걸까?"
그 질문들은 사라지지 않은 채 어른이 된 우리의 마음속에 여전히 머물러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인정받는 사람은 따로 있다고 믿으며, 자신의 삶을 스스로 낮춰 버리기도 한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어 한다. 군대 이야기, 결혼과 출산, 육아와 일, 그리고 각자의 삶에서 버텨낸 시간들... 그 경험들은 쉽게 마르지 않는 이야기의 샘이 되어 언젠가는 흘러나오기를 기다린다. 그러나 그 이야기가 온전히 들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누군가는 이야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끼어들고, 누군가는 자신의 더 큰 이야기를 덧붙이며 목소리를 높인다. 그 순간 이야기는 더 이상 '나의 이야기'가 아닌 '서로의 경쟁'이 되어버린다. 결국 우리는 말을 꺼내 놓고도 다 듣지 못한 채 다시 마음속으로 접어 넣는다.
그렇게 흘러가지 못한 이야기들은 조용히 마음속에 고여 있다가, 어느 날 다시 같은 자리를 맴돈다. 어쩌면 우리는 이야기를 잘하는 법보다 들어주는 법을 한 번도 제대로 배워보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크게 말하고, 더 많이 설명하고, 더 인정받으려 애쓴다. 하지만 그럴수록 마음은 더 외로워진다. 누군가에게 이해받고 싶은 마음이 깊어질수록,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더 들리지 않게 된다.
내가 한 번도 꺼내지 못했던 말
나 역시 그런 시간을 지나왔다. 한 번은 새벽 낭독 독서 모임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시간, 각자의 자리에서 책을 펼치고 한 페이지씩 번갈아 읽어 내려가던 조용한 자리였다.
그날 우리가 읽었던 책은 엄마를 떠나보낸 딸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대화체로 쓰인 문장을 소리 내어 읽는 순간, 이상하게도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눈으로 읽을 때는 스쳐 지나가던 문장들이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전혀 다른 무게로 마음을 건드렸다.
그 문장들은 내가 한 번도 꺼내지 못했던 말이었고,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었던 마음의 언어처럼 느껴졌다. 말하지 못한 시간들이 그 자리에 모두 쏟아져 나오는 것 같았다. 나는 그저 책을 읽고 있었을 뿐인데, 어느새 나의 이야기를 꺼내고 있었다.
그때 비로소 알게 되었다. 사람은 누군가의 말에 위로받는 것이 아니라,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을 만날 때 비로소 마음이 풀린다는 것을...
그날 이후 나는 나에게 필요한 말을 스스로에게 건네기 시작했다.
"윤영아, 오늘도 수고했어."
"잘해왔어."
"힘들었지?"
"괜찮아."
"너, 정말 잘하고 있어.“
처음에는 입 밖으로 꺼내는 것조차 어색했다. 누군가에게 들어야 할 말을 내가 나에게 한다는 것이 낯설고, 어딘가 부끄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 말을 반복할수록 조금씩 알게 되었다.
나는 단 한 번도 나를 그렇게 대해준 적이 없었다는 것을...
그 한마디는 작고 사소한 말처럼 보였지만, 내 안에서는 전혀 다른 울림으로 남았다. 누군가에게 인정받지 못해 흔들리던 순간에도 그 말은 나를 다시 붙잡아 주었고, 주저앉고 싶었던 날에도 조용히 나를 일으켜 세웠다. 그렇게 나는 나를 향해 말을 건네는 법을 배워갔다.
인정은 누군가에게 받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서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을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했다.
코칭이 말하는 인정은 '평가'가 아니다. 코칭을 배우며 점점 더 분명해진 사실이 있다. 사람은 정답보다 인정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나 역시 인정을 잘 표현하는 것이 기술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더 좋은 말을 고르고, 더 적절한 타이밍에 건네면 충분하다고 여겼다. 그러나 시간을 지나며 깨달았다.
인정은 말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라는 것을...
코칭에서는 상대를 바꾸려 하거나 바로잡으려 하기보다,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데서 시작한다. 그가 살아온 방식, 그가 선택해 온 삶의 결, 그 안에 담긴 감정과 이유를 판단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코칭이 말하는 '존재에 대한 인정'이다.
말로 "괜찮아요"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 자체로 "당신은 이미 충분합니다"라고 느끼게 해주는 일.
말보다 먼저 전해지는 것이 있다. 바라보는 눈빛, 기다려주는 침묵, 끊지 않고 끝까지 들어주는 태도. 그것들이 쌓일 때 비로소 상대의 마음은 조금씩 열리기 시작한다.
나 역시 그 시간을 지나며 비로소 알게 되었다. '듣는다'는 것이 단순히 말을 받아들이는 일이 아니라, 한 사람의 존재를 그대로 맞이하는 일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순간부터 나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조금 더 진심으로 듣기 시작했다.
타인의 인정에 기대면 상처도 함께 온다
우리는 여전히 타인의 인정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려 한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하루의 기분이 달라지고, 작은 인정에 기뻐하다가도 그 인정이 사라지는 순간 마음은 쉽게 흔들린다. 타인의 인정에 기대는 만큼, 그 기대가 닿지 않을 때의 상처 또한 함께 따라온다. 그래서 더 필요한 것은 스스로를 인정하는 힘이다.
혼자 있는 시간 속에서 나를 바라보고, 나를 이해하고, 나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는 일. 그것이 내 마음의 평화를 지키는 가장 조용한 시작이다.
인정은 멀리 있지 않다. 지금 이 순간, 살아 숨 쉬고 있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에서 시작된다. 잘하고 있는 날뿐만 아니라, 흔들리고 있는 나까지도 그대로 품어 주는 것. 그 인정이 쌓일 때 비로소 우리는 누군가의 말에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중심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 마음은 다시 누군가를 향해 조용히 흘러간다.
사람을 살리는 말은 거창한 문장이 아니다. 누군가의 존재를 그대로 비춰 주는 단 한마디.
"괜찮아요."
"당신은 충분해요."
어쩌면 그 한마디가 한 사람의 하루를,
아니 한 사람의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시작이 될지도 모른다.
덧붙이는 글 ㅣ강윤영 (Kang Yoon Young)
'꿈글'로 활동하며 사람의 이야기를 콘텐츠로 설계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 4년간 글쓰기와 북마케팅 활동을 이어오며 정신건강문화사, DID드림코칭센터 등 브랜드 및 프로젝트의 콘텐츠 기획과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독립출판 브랜드 ‘달별담’을 통해 글과 코칭을 기반으로 출판 프로젝트와 글쓰기 커뮤니티, 북살롱을 운영하며 개인의 서사가 삶과 브랜드로 확장되는 과정을 돕고 있다. ‘모든 존재는 소중하다’는 철학 아래 사람의 이야기가 존중받는 콘텐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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