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칼럼 주레이레이의 AI시대 인간심리 ①에서 우리는 생성형 AI의 확산이 교육 환경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으며 지속가능한 교육의 핵심으로 자기조절학습(Self-Regulated Learning, SRL)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교육심리학자 배리 J. 짐머만(Barry J. Zimmerman)이 정의한 바와 같이 SRL은 학습자가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전략을 수립하며 학습 과정을 평가하고 조정하는 능력이다.
그러나 이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AI 학습 플랫폼은 바로 이 SRL의 세 단계를 실질적으로 지원함으로써 학습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예측 단계(forethought), 수행 단계(performance), 반성 단계(self-reflection)를 중심으로 AI가 이를 어떻게 연결하고 강화하는지 살펴보며 ‘효율적 자기조절 학습’의 실현 가능성을 논하고자 한다.
첫째, 예측 단계(forethought)는 학습의 출발점이다. 학습자는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한다. 전통적인 교육에서는 교사가 일률적으로 목표를 제시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는 학습자의 개별적 동기와 수준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이 지점에서 AI 학습 플랫폼은 강력한 ‘스마트 코치’ 역할을 수행한다. 예를 들어, 학습자가 플랫폼에 처음 접속하면 진단 평가(adaptive pretest)를 통해 현재의 지식 수준, 학습 스타일(시각·청각·운동형), 과거 학습 패턴 등을 분석한다. 이후 AI는 SMART(구체성·측정 가능성·달성 가능성·관련성·시간 제한성) 원칙에 기반한 개인화된 목표를 제안한다.
“이번 주 미적분 기본 개념 이해”와 같은 추상적 목표가 아니라 “3일 내 미적분 1단원을 80% 이상 이해하고, 5문제의 응용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기”처럼 구체적인 형태다.
더 나아가 AI는 전략까지 추천한다. 학습자가 반복 연습에 강점을 보인다면 간격 반복(spaced repetition) 기반 학습 일정을 제시하고 이해 중심 학습자에게는 개념 지도(concept map)나 영상 설명을 우선 배치한다. 이를 통해 학습자는 단순한 의지가 아니라 “나는 어떤 방식으로 학습할 때 효과적인가”라는 메타인지를 형성하게 된다.
이 단계에서 AI는 학습자의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최적의 출발점을 제공하며 예측 단계의 불확실성을 줄여 학습 동기를 유의미하게 높인다.
둘째, 수행 단계(performance)는 실제 학습 과정에서 자신의 이해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조절하는 단계이다. 이 과정에서 학습자는 인지적·동기적·행동적 조절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AI 플랫폼은 이 과정을 실시간으로 지원하는 ‘디지털 동반자’로 기능한다. 학습 중 클릭 패턴, 체류 시간, 오답 유형 등을 분석하여 “이 개념에서 혼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짧은 설명을 다시 확인해 볼까요?”와 같은 즉각적인 피드백을 제공한다. 이는 단순한 힌트를 넘어 학습자의 이전 오류와 유사 사례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개입이다.
예를 들어 수학 문제 풀이 과정에서 오답이 발생하면 “이전과 유사한 변수 설정 오류가 나타났습니다. 변수를 명확히 정의해 보세요”와 같은 피드백이 제공된다. 이러한 과정은 학습자가 스스로 자신의 이해 상태를 점검하는 ‘모니터링 습관’을 형성하도록 돕는다.
또한 난이도 자동 조절(adaptive learning) 기능은 지나치게 쉬운 문제에서 오는 지루함과 과도한 난이도에서 오는 좌절을 동시에 방지한다. AI가 제공하는 실시간 대시보드는 집중도, 이해도, 학습 지속 시간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며 “25분 학습 후 5분 휴식”과 같은 행동 전략도 제안한다.
이로써 학습자는 외부 통제 없이도 스스로 학습을 조절하는 주체로 성장하게 된다.
셋째, 반성 단계(self-reflection)는 학습 이후 성찰을 통해 다음 학습을 준비하는 핵심 단계이다. 기존에는 학습 일지나 교사의 피드백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는 주관적이고 시차가 발생하기 쉬웠다.
AI 학습 플랫폼은 이를 실시간·객관적·개인화된 반성 과정으로 전환한다. 학습 데이터를 종합하여 “이번 주 학습 패턴: 개념 이해 85%, 응용 문제 62%. 주요 약점은 문제 전환 시 개념 혼동입니다”와 같은 정밀한 분석을 제공한다.
더 나아가 “다음 목표로 응용 문제 80% 달성을 추천하며, 관련 개념 연계 퀴즈 학습 전략을 권장합니다”와 같이 구체적인 개선 방향까지 제시한다.
이러한 즉각적 피드백은 학습자의 자기관리 능력을 강화한다.
“오늘 목표 달성률 90%, 지난주 대비 전략 조정 횟수 증가”와 같은 메시지는 성취감을 높이고 메타인지 발달을 촉진한다.
특히 AI는 학습자의 취약 영역을 기반으로 맞춤형 콘텐츠를 자동 생성한다. 반복 오류 유형을 변형한 문제, 영상 설명, 시뮬레이션, 게임화 요소 등을 결합하여 학습을 확장한다. 이 과정에서 학습자는 단순한 결과 평가를 넘어 자신의 학습 방식에 대한 깊은 이해를 형성하게 된다.
결국 AI 학습 플랫폼은 SRL의 세 단계를 단순히 지원하는 수준을 넘어, 이를 유기적으로 연결한다. 예측 단계의 목표는 수행 단계의 모니터링 지표가 되고, 반성 단계의 결과는 다시 다음 예측 단계의 기반이 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한다.
이는 학습 효율을 높이는 것을 넘어, AI 시대에 필수적인 ‘평생학습자 역량’을 길러준다. 지식을 생성하는 역할을 AI가 점점 더 수행하는 시대에 인간에게 요구되는 핵심 역량은 ‘자기조절 능력’이다.
AI 플랫폼은 이를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학습 파트너’로 구현함으로써 교육의 민주화와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가능하게 한다.
물론 AI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학습자의 주도성을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 따라서 플랫폼 설계에는 ‘AI 제안 거부 기능’, ‘학습자 주도 목표 수정 기능’, ‘인간 멘토 연계’와 같은 장치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부모와 교사는 AI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자와의 대화를 확장하고, 학습자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경험을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AI 시대의 교육은 ‘AI가 대신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AI와 함께 더 잘 학습하는 것’에 있다. 자기조절학습의 세 단계를 AI가 효과적으로 뒷받침할 때, 우리는 비로소 지속가능하고 효율적인 학습 문화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주레이레이 / ZHOU LEILEI / 周蕾蕾
중국 출신으로 국민대학교에서 교육학 및 교육심리 분야의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교육심리를 중심으로 한 연구를 지속해오고 있다. 서울특별시와 국민대학교가 공동으로 추진한 2022년 중등 자기주도학습 ‘점점캠프 운영’ 용역에 참여했으며, 성북구청의 2020년 하반기 중등 자기주도학습 점점캠프 프로그램 위탁 용역과 서울시·국민대학교가 함께한 2021년 중등 자기주도학습 점점캠프 운영 용역에도 참여하는 등 교육 현장 기반 프로그램의 개발과 운영에 기여해왔다. 또한 교육부와 국민대학교가 공동으로 수행한 ‘학습디자인’ 연구 용역에 참여하며 교육 정책과 현장을 아우르는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현재는 한국ESG위원회 평생교육위원회 부위원장으로서 지속가능한 교육과 평생학습 분야의 발전을 위한 활동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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