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을 건네지 않고 스스로의 답을 만나게 하는 힘
오늘도 달리기를 하며 침묵을 배웠다. 숨은 차오르고 발걸음은 리듬을 만들지만, 그 시간에는 이상하게 말이 필요 없다. 오히려 말이 사라질 때 내 안의 소리가 더 잘 들린다. 그때 문득 생각했다. 침묵은 말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소리 없이 대화하는 힘일지도 모른다고.
우리는 힘든 일을 겪으면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어진다.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무게를 누군가와 나누고 나면 짐 같았던 마음이 조금 가벼워지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말하기가 치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공감 없이 이어지는 독백은 때로 상대를 지치게 한다.
그 사실을 나 역시 삶으로 배웠다.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직장을 다니면서 N잡의 삶도 살았다. 그러다 첫아이를 낳자마자 퇴사하고 집 안에서 육아와 살림을 감당해야 했던 시간이 찾아왔다. 연고도 없는 외딴 신혼집에서 고된 육아와 낯선 생활에 지쳐 가며 나는 자주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연락이 닿기만 하면 물 만난 고기처럼 내 이야기를 쏟아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자 전화를 받지 않는 친구, 바쁘다며 통화를 줄이는 친구들이 생겨났다. 처음에는 서운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알게 되었다. 내 문제는 결국 내가 풀어야 할 문제라는 것을... 누군가가 대신 살아 줄 수는 없다는 것을... 그 깨달음은 아팠지만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나중에야 알았다. 그 시절 내가 진짜 필요했던 것은 해답이 아니라 끝까지 들어주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코칭 대화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만난다. 코칭은 누군가의 삶을 대신 살아주는 일이 아니다. 다만 그 사람이 자기 안의 답을 스스로 꺼낼 수 있도록 곁에 머무는 일이다. 고객은 이미 자기 삶의 전문가다. 코치는 답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고객 안의 답이 떠오르도록 가능성 있는 질문을 건네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도구 중 하나가, 아이러니하게도 침묵이다.
고객이 말을 이어갈 때 코치는 조급히 끼어들지 않는다. 침묵으로 듣는다. 아픔과 슬픔이 있는 순간에는 성급한 위로나 맞장구보다 침묵이 더 큰 존중이 되기도 한다. 말하지 않음으로 상대를 지켜 주는 것이다.
신기하게도 실컷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하고 난 뒤 고객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아… 내가 다 알고 있었네요."
그 순간을 마주할 때마다 느낀다. 코칭은 답을 주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의 답을 만나게 돕는 일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길 위에 침묵이 있다.
삶에도 입을 닫아야 하는 순간이 있다. 달리기에서 호흡을 고르듯, 수영에서 물의 흐름에 몸을 맡기듯, 인생에도 말보다 침묵이 더 필요한 때가 있다. 중요한 순간일수록 함부로 입을 열 수 없는 이유다.
나는 코치로 성장한다는 것이 좋은 말을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중요한 순간에 침묵할 줄 아는 힘을 배우는 일이라 생각한다.
침묵은 공백이 아니다. 존재를 믿는 태도다. 상대가 자기 마음을 스스로 만날 수 있도록 조용히 자리를 내어 주는 힘이다.
우리는 종종 말로 관계를 지킨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관계를 깊게 만드는 것은 말보다 침묵일지도 모른다.
들어주기 위해 머무는 침묵.
기다려 주기 위해 비워 두는 침묵.
존재를 존중하기 위해 선택하는 침묵.
그 침묵은 사람을 살리는 또 하나의 언어다.
덧붙이는 글 ㅣ강윤영 (Kang Yoon Young)
'꿈글'로 활동하며 사람의 이야기를 콘텐츠로 설계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 4년간 글쓰기와 북마케팅 활동을 이어오며 정신건강문화사, DID드림코칭센터 등 브랜드 및 프로젝트의 콘텐츠 기획과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독립출판 브랜드 ‘달별담’을 통해 글과 코칭을 기반으로 출판 프로젝트와 글쓰기 커뮤니티, 북살롱을 운영하며 개인의 서사가 삶과 브랜드로 확장되는 과정을 돕고 있다. ‘모든 존재는 소중하다’는 철학 아래 사람의 이야기가 존중받는 콘텐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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