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는 누구의 것인가? 카메라를 든 인간일까, 아니면 데이터를 학습하는 알고리즘일까?
히토 슈타이얼(Hito Steyerl)은 디지털 시대 자본주의와 기술, 그리고 이미지의 정치적 문법을 탐구해 온 세계적인 독일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영화감독이다. 다큐멘터리적 필름 에세이와 영상 작업을 통해 데이터 감시와 기술 전쟁 같은 동시대의 문제를 비판적으로 다뤄왔으며, 2022년에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아시아 첫 개인전을 개최하며 국내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그의 작업은 이미지가 단순한 재현을 넘어 권력과 통제의 장치로 작동하는 방식을 집요하게 추적해 왔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개인전 ‘섬(The Island)’에서 더욱 확장된다. 2025년 12월 4일부터 2026년 10월 30일까지 Fondazione Prada의 전시 공간 Osservatorio Fondazione Prada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특정 장소를 전제로 설계된 ‘장소 특정적(사이트-스페시픽, site-specific) 프로젝트’다.
전시가 펼쳐지는 공간은 Galleria Vittorio Emanuele II 3층에 위치한 유리 구조의 전시장이다. 밀라노 중심부의 역사적 상업 아케이드 위에 자리한 이 장소는, 현실과 가상이 교차하는 슈타이얼의 작업과 긴밀하게 호응한다.
전시의 중심에는 작가가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새롭게 제작한 영상 작품이 놓인다. 그는 ‘범람(플러딩, flooding)’이라는 반복적 개념을 통해 이미지와 정보가 과잉 생산되는 동시대의 조건을 시각화한다. 범람은 데이터의 홍수이자 통제되지 않는 알고리즘의 확장을 은유한다.
이 전시는 영상 설치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조각, 구조물, 인터뷰 영상 등 다양한 매체가 결합된 다층적 구성은 하나의 ‘환경’을 형성하며, 관람자는 서로 다른 시간과 논리가 중첩된 공간을 경험하게 된다.
특히 슈타이얼은 양자역학(퀀텀 메커닉스, quantum mechanics)과 공상과학(사이언스 픽션, science fiction)의 논리를 차용해 시공간을 재구성한다. 현실과 가상, 인간과 기계의 경계는 전시 안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며, 우리가 인식하는 세계가 얼마나 불안정한 기반 위에 놓여 있는지를 드러낸다.
동시에 전시는 매우 구체적인 현실 문제를 겨냥한다. 인공지능(에이아이, AI)의 오남용이 만들어내는 권위주의적 경향, 기후 위기, 그리고 과학에 가해지는 정치적 압력 등이 작품 전반에 걸쳐 교차한다. 이미지와 데이터는 더 이상 중립적인 도구가 아니라 권력의 장치로 작동한다.
국제 미술계에서는 이번 전시를 ‘이미지 정치학의 확장’이라는 맥락에서 주목한다. 특히 디지털 이미지와 AI 기술이 지배하는 시대에 시각 문화가 어떻게 권력 구조와 결합하는지를 날카롭게 드러냈다는 평가다.
다만 일부에서는 개념 중심의 구성과 이론적 밀도가 관람의 진입 장벽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한 메시지가 감각적 경험의 여지를 제한할 수 있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이 전시는 분명한 질문을 남긴다. 우리는 이미지를 소비하고 있는가, 아니면 이미지에 의해 통제되고 있는가.
밀라노에서 펼쳐진 ‘섬(The Island)’은 데이터와 권력이 얽힌 세계를 드러내는 하나의 실험장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이미지는 다시 묻는다.
“이 세계를 구성하는 것은, 과연 누구의 시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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