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나라. 책 속에서는 느끼지 못하고, 이 땅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무수한 이야기들이, 내 온몸으로 다가올 것이다.”
지구! 45억 6,700만 년 전에 형성되었으며 태양으로부터 세 번째 행성, 엷은 대기층으로 둘러싸여 있고 지금까지 발견된 지구형 행성 가운데 가장 크다. 그리하여 인류가 생겨났다.
만약에 청소년들에게 권한다면 <세계 배낭여행>을 떠나라고 하고 싶다. 나의 두 발로 세계의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나와 다른 모습 다른 환경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보기를 원한다. 유럽의 청소년들은 오래 전부터 그렇게 해오고 있었다. 세계 어느 게스트하우스, 도미토리를 가더라도 노란 머리에 갓 스무살을 넘긴 청년들이 몇 명씩은 있었다. 여행은 한마디로 ‘세계정신’을 키울 수 있다.
“여행보다 나를 키운 것 없다”
인류는 왜 이렇게 유사(有史) 이래로 전쟁이 끊이지 않고 서로 사랑하지 못하는가. 오랜 왕조시대가 끝나고, 36년 일제 치하를 견디며 기적적으로 독립하고, 거기에 피비린내 나는 동족상잔 후 아시아에서 가장 가난했던 조국이 어떻게 세계 12위의 경제 대국이 되어 우리가 이렇게 잘 살고 있는가?
세계의 많은 나라는 왜 이렇게 극한의 날씨 속에 가난에 허덕이며 의료혜택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죽어가고 있는가? 세계는 각종 바이러스 속에 떨고 있는데, 지구상의 조그만 나라가 어떻게 의료 선진국이 되어 외국인들이 앞을 다투어 이 나라로 치료를 받기 위해 몰려오는가?
어떻게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의료 대란’이 일어나 의사들은 4억이 넘어간다는 연봉이 작아 의사 숫자를 절대로 늘일 수 없다고 데모를 하고, 정부는 아무 준비나 대책도 없이 파격적으로 숫자를 늘이는가?
코로나 진단키트를 개발하여 세계가 러브콜을 하고 떠났던 민족들이 다시 조국으로 돌아오는가 싶더니, 다시 이 나라를 살기 힘든 나라로 만드는가?
“여행을 떠나면, 문화 충격의 쓰나미가 온몸으로 몰려온다.”
우리는 오늘도 어딘가 지구 위에 발자국을 남기고 있다. 우리는 어떤 발자국을 남길 것인가. 세계의 여행 길에서 나는 수많은 세계의 젊은이들을 만났다. 그들은 진즉부터 그렇게 떠나고 있었다.
책 속에서는 간접경험을 할 수 있지만, 여행은 온몸으로 부딪치는 체험이다. 그 속에서는 잠자던 하나하나의 감각들이 생생하게 살아나 나를 일깨워준다.
“그러니 떠나보라.”
백 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한 번의 세계여행이 더 낫다.”
5년 동안 세계를 돌았다. 세계의 풍경과 세계의 기후를 다 간직한 것 같은 <중국>, 거스름돈을 던지며 기차 바닥에 가래침을 뱉으며 담배를 피던 모습은 이제 사라지고 없었다. 세계 제일의 고속철로 무장하는가 싶더니 지구 위의 여행길에서 보이지 않던 중국인들이, 2014년쯤부터 세계의 관광지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우리 민족들이 사는 나라들을 돌아보고 싶었다. 그 첫 기착지가 중국이었다. 인천항에서 배를 타고 열하를 건넜던 박지원의 길을 따라 단동으로 들어갔다. 세계 지도를 펴놓고 보면 한 마리 수탉을 닮은 것 같은 거대한 땅 덩어리 동쪽 끝, 조그만 먹이에 해당하는 것 같은 땅에서 건너온 사내.
중국의 동북쪽, 압록강을 따라 올랐다. 강 건너 우리 땅이 보였다. 고조선 시대, 고구려, 해동성국 발해 시대, 만주의 땅까지 거대한 제국이었던 한민족, 하지만 지금은 남의 나라 땅에서 왜소한 소수민족으로 살아가는 조선족.
터덜거리는 완행 버스를 타고 오르는 길. 단둥, 지안, 용정, 연변, 심양 등에는 한국어 간판과 플래카드가 휘날리고 있었다. 정류장이나 식당의 메뉴가 한국어로 되어 있어 더욱 정겨웠던 땅, 곳곳에 광개토대왕과 장수왕의 거대한 용트림이 있었고 이 나라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쳤던 지사들의 흔적이 푸르게 남아있는 곳,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바랬던 젊은 시인의 절규도 있었다.
‘일송정 푸른 솔’로 일제 치하의 슬픔을 봉숭아처럼 노래했지만 후에 친일로 돌아선 아픈 흔적이 있는 곳.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수많은 기와집들이 옛 모습 그대로 온전하게 보전되어있던 <핑야오>, 중국 최대의 고도 <시안>, <뤄양>, 두보의 고향 <청도>, 남서쪽의 관문 <쿤밍>. 그곳에서는 다리 위를 걸어 베트남 국경을 넘었다.
바람, 구름, 초원의 땅
그 땅을 찾아가기 위해 서해를 건너온
한 사내가 서 있다
베이징역, 인산인해의 틈바구니에서
홍조 띤 얼굴을 하고 그가 시간을 가늠한다
철길만 외로이 벌판에 길을 내고
그 끝은 어디에 닿아있는지 아득할 뿐이다
사내가 다시 손차양을 하고
무엇이 그리운지 동쪽을 본다
저 해무가 거치면 아련한 그 나라가
이어도처럼 떠 있을 것이다
끝없이 달리는 푸른 구릉들
그 지평선 위로 오르는 구름은
저마다 미완의 꿈들을 피워 올리는지
바람 속에서 가볍게 몸피들을 부풀리고 있다
길을 달리는 건
오직 철마와 끝이 보이지 않은 전신주뿐
그리고 낮은 구릉들 사이로 언뜻언뜻 달리는
푸른 늑대 한 마리를 보았다
말발굽 소리도 이미 잦아든 지 오래인
이 푸른 대륙에
이 길의 끝은 도대체 어디쯤 가 닿아있을까
잠도 자지 않는 빙하가 365일 흘러내리는
천산 산맥 중심부를 관통하고 들어가
잠들어 버렸을까
맘모스의 화석처럼
언뜻언뜻 보이는 게르들
오직 하늘에 떠 있는 구름만이 이 땅에서는
그늘을 만들 수 있다
신은 어찌하여 이 광활한 벌판에
이토록 작은 인류를 보내셨을까
사내가 문득 벌판에 서서 다시
해시계를 가늠한다
길이 나 있다
광활한 초원 위로
난마(亂馬) 하는 길들
저 길들은 도대체 모두 어디로 간단 말일까
주체할 수 없는 꿈들을 안고
저마다 한 길씩 잡아 떠나갔을까
구릉 사이로 늑대 한 마리 또 스친다
사내는 나지막한 구릉 정상까지 뛰어 올라가
손차양을 하고 초원을 바라본다
어디에도 늑대가 간 길은 없다
가벼이 몽골벌판을 떠다니는 바람만이
초원을 핥고 다닌다
부드러운 곡선만이 아가의 둔부처럼
지평선에 누워있고
거대한 뭉게구름들이 포근한 엄마의 품처럼
능선들을 다독이고 있다
-푸른 늑대를 찾아서, 윤재훈
가도 가도 초록의 융단, 오직 구름만이 그늘을 만들 수 있는 <몽골>, 러시아와 국경이 맞닿은 흡수골에서 보았던 그 낯설었던 풍경들. 아오자이와 논라Non La의 고향 <베트남>, 하롱베이 앞 갓빠섬에서 만난 여인은 어선에서 고기 몇 마리를 받더니 집으로 초대를 한다. 한국 화장품, 라면 등 한국 제품으로 일색인 그녀의 방, 선한 심성의 여자, 섬을 떠나면서 보니 밤이면 한국인 주점에서 일한 듯했다.
아직 순수의 천국 <라오스>, 하롱베이의 바다 속에서 솟은 산들과 모양이 비슷한 <방비엔>, 그 이름에 반해 가고 싶었던 도시 <루앙푸라방>, 그곳에서 보았던 거대한 테라와다 불교의 살아있는 맥.
맨발의 아이들이 페트병을 주우러 다니던 <캄보디아>, 너무나 가난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땅, 그러나 서양 휴양객들이 넘쳐나던 <시하눅빌> 해변, 밤이면 광란의 춤판이 벌어지고 남녀의 거친 숨결이 장소에 구애 없이 몰아치던 곳, 현지인들과 너무나 동떨어지는 여행자들이 지천이던 해변.
너무 거대하고 숲속에 오랫동안 숨겨져 있어서 그나마 잘 보존이 되어 있었던 크메르인들의 위대한 유산 <앙코르 왓>, 그 앞에서는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마음이 숙연해지던 곳, 두 손이 모아지고 108배라도 해야 이 먼 곳까지 찾아온 순례자의 발걸음이 조금은 덜 죄송할 것 같은 곳. 그곳에서 오랜 시간 앉아 상념에 잠겼다.
하늘을 찌를 듯한 거대한 열대 수림들, 아나콘다처럼 왓(사찰)의 담벼락을 감싸쥐고 한없이 순례자를 왜소하게 만드는 곳, 그 아래 앉아있으니 불현듯 보리수 아래 삼매(三昧)에 든 부처님이 생각이 났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내 몸이 부처인데, 한 번만 깨달으면 해탈인데, 여직 범부로 살고 있냐는 죽비소리가 쓸려가는 열대 수림 사이로 내리치는 듯하다.
--------------------------
“산방에 오래된 방석 하나
고승 대덕을 두 분이나 낳았다는데
봄볕 아른거리는 날
나도 그 위에
가만히 앉아보면
민들레 한 송이쯤은
피워낼 수 있을 것 같아”
-‘산방(山房)의 방석 하나’, 윤재훈
덧붙이는 글 I 자재自在
자재는 자유자재(自由自在)의 자재이다. “환경이 아프면, 내 몸도 아프다”라는 마음으로 30여 년 가까이 일체의 세제와 퐁퐁를 쓰지 않고, 일회용품과 비닐, 비누나 치약 등도 가능한 쓰지 않는다. 물수건이나 휴지 대신 손수건을 쓰고 겨울에는 내복을 입고 실내 온도를 낮춘다. 자가용은 없으며 가까운 곳은 자전거로 먼 곳은 대중교통으로 다니면서, 나의 화석 발자국을 줄이려고 노력한다.
홍익대학교를 비롯한 몇 개의 대학에서 강의를 했으며, 한강 1,300리, 섬진강 530리, 한탄강, 금강, 임진강과 폐사지 등을 걸었으며, 우리나라 해안선만 따라 자전거로 80일 동안 5830km를 순례했다. 다시 세계가 궁금해져 5년 동안 ‘대상(隊商)들의 꿈의 도로’인 실크로드를 따라, 세계오지 배낭순례를 했다.
2000년 전주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으며, 해양 문학상, 전국 문화원 연합회 논문공모 우수상, 시흥 문학상 등 몇 개의 상을 받았다. 2020년 인사동 마루아트센터 아지트갤러리‘국제 칼렌다 사진전’에 참여하였다. 2016년 ‘평화, 환경, 휴머니즘 국제 영상제’에 <초인종 속 딱새의 순산, 그 50일의 기록>이라는 작품으로, '환경부 장관 대상'을 수상했다. 평생 다양한 기관에서 무료봉사를 해오고 있으며, 연극에도 관심이 많아 십여 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또, 노원, 영등포 50+센터 등에서 2년여 전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내 마음에 안식처 서울역사여행’등을 진행하고 있다.
BEST 뉴스
-
자연과 전통을 아이들의 시선으로…제4회 청소년환경예술전 ‘Memory for Tomorrow’
▲2026 제4회 청소년환경예술전 [사진=셀리맘아트] 인공지능이 이미지와 예술작품까지 만들어내는 시대, 아이들은 미래에 무엇을 기억하고 남기고 싶어 할까. 자연과 생명, 우리의 전통과 문화를 청소년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제4회 청소년환경예술전 ‘Memory for Tomorrow’가 서... -
[문화의 현장] 이경미 박사가 기획한 ‘도시시작’…평창동의 길, 몸으로 다시 만나다
▲ 이경미 박사가 기획한 ‘도시시작’ 평창동의 길, 몸으로 다시 만나다중 가나아트센터 계단에서의 머포먼스 모습. [사진=이경미 박사 제공] 늘 걷던 길도 걷는 방식을 바꾸면 전혀 다른 공간이 된다. 계단에서 몸을 돌려 하늘을 바라보고, 손끝으로 산등성이의 선을 따라가며, 오... -
[현장] 제4회 청소년환경예술전 《Memory for Tomorrow》, 청소년들이 지키고 싶은 것들에 대하여
▲2026 제4회 청소년환경예술전 1층에 전시된 작품들 [사진=ESG코리아뉴스] 사라져가는 자연과 생명, 잊혀가는 전통과 문화를 예술로 기억하고 미래로 이어가려는 청소년들의 시선이 한자리에 모였다. ‘2026 제4회 청소년환경예술전 《Memory for Tomorrow》’ 개막식... -
[초콜릿, 문명을 만나다 ①] 초콜릿은 어디에서 시작됐을까…마야 신화 속 카카오
[편집자주] 〈초콜릿, 문명을 만나다〉는 한국초콜릿연구소뮤지엄의 전시와 소장 자료를 따라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초콜릿의 뿌리를 찾아가는 ESG코리아뉴스의 기획연재이다. 카카오의 기원에서 출발해 마야의 신화와 문화, 아즈텍 사회의 카카오, 유럽으로 건너간 뒤 달라진 초콜릿, 오늘날 한 조각의 초콜릿... -
[갤러리] 청년 환경예술가 오유나의 'Fragments of Self'
▲오유나 作, Fragments of Self [사진=오유나] 〈Fragments of Self〉를 처음 구상했을 때 저는 무의식과 내면에 존재하는 여러 모습의 ‘나’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하나의 얼굴만으로는 경험과 기억, 감정에 따라 달라지는 저 자신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여러... -
[초콜릿, 문명을 만나다 ②] 카카오는 왜 ‘신의 선물’이 됐을까…아즈텍 신화(Aztec Mythology)와 케찰코아틀(Quetzalcoatl)
[편집자주] 〈초콜릿, 문명을 만나다〉는 '한국초콜릿연구소뮤지엄'의 전시와 소장 자료를 따라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초콜릿의 뿌리를 찾아가는 ESG코리아뉴스의 기획연재이다. 1편에서는 약 5,300년 전 남미 상부 아마존에서 확인된 카카오 이용의 흔적과 마야 문명에서 카카오가 음식과 의례, 신화적 세계관 속에...
NEWS TOP 5
실시간뉴스
추천뉴스
사람들
more +-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①] “내가 맡긴 돈은 어디로 갈까”…이상진 대표가 그리는 가치금융의 미래
[편집자 주] 세상의 변화는 익숙한 현실에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로... -
인류의 달 착륙 뒤에 있었던 여성 과학자…마거릿 해밀턴, 90세로 별세
1969년 7월 20일, 인류가 처음 달에 발을 내디딘 역사적인 순간에는 보이지 ... -
오바마 “책은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꾼다”…인생 바꾼 6권 다시 읽는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에게 깊은 영향을 준 책들을 다시 펼친다... -
UN 인권사무소, 말리 원주민 지도자 우무 디코 조명… “기후 정의와 원주민 권리 향상에 앞장”
유엔 인권사무소(UN Human Rights)가 7일 저녁 공식 X 계정을 통해 말리 출...
오피니언
more +-
[강윤영의 사람을 살리는 콘텐츠] ② 불안의 시대, 나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우리는 매일 수많은 정보를 만난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 -
[이경미의 AI와 미래공간 ①] AI가 바꾸는 공간, 인간의 삶
사무실 책상에 앉아 인공지능(AI)과 함께 제안서를 작성하는 풍경은 이... -
[용석광의 컴플라이언스와 ESG] ㉜ CP 우수기업 인센티브 체계와 과징금 감경 규정: 준법경영이 가져다주는 강력한 재무적·행정적 혜택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 우수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는 상징적 포상이... -
[서정태의 ESG현장클리닉④] 중소기업의 공급망 ESG 평가대응, ESG 대응 체계 구축이 중요하다.
최근 ESG는 대기업이나 상장기업만의 과제가 아니다. 해외 바이어와 대기...
기획 / 탐방
more +-
[ESG탐방] 농업 생산지가 관광 자원으로… 홋카이도 ‘패치워크 로드’와 ‘팜 토미타’가 보여준 농촌 경관의 가치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의 ‘패치워크 로드’와 나카후라노의 ‘팜 토미... -
[ESG탐방] 화산 지질이 만든 지하수의 흐름… 비에이 ‘시로가네 폭포’가 보여준 자연자산의 가치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정의 시로가네 온천 지역에는 화산 지질과 지하수가 ... -
[ESG탐방] 방재시설에서 관광자원으로... 자연과 함께 만들어진 홋카이도 비에이 ‘청의 호수’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정에 위치한 청의 호수(아오이이케·青い池)는 처... -
[ESG탐방] 아사히카와 디자인센터, 지역 산업을 지속가능한 자산으로 연결
일본 홋카이도 아사히카와시는 가구와 목공산업이 발달한 도시다. 홋카이도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