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3-2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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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문명의 시원, 아크로폴리스의 언덕. [사진=윤재훈]

  

여행을 떠나라책 속에서는 느끼지 못하고이 땅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무수한 이야기들이내 온몸으로 다가올 것이다.”

 

지구456,700만 년 전에 형성되었으며 태양으로부터 세 번째 행성, 엷은 대기층으로 둘러싸여 있고 지금까지 발견된 지구형 행성 가운데 가장 크다. 그리하여 인류가 생겨났다.

 

만약에 청소년들에게 권한다면 <세계 배낭여행>을 떠나라고 하고 싶다. 나의 두 발로 세계의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나와 다른 모습 다른 환경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보기를 원한다. 유럽의 청소년들은 오래 전부터 그렇게 해오고 있었다세계 어느 게스트하우스, 도미토리를 가더라도 노란 머리에 갓 스무살을 넘긴 청년들이 몇 명씩은 있었다. 여행은 한마디로 세계정신을 키울 수 있다.

 

여행보다 나를 키운 것 없다

 

인류는 왜 이렇게 유사(有史) 이래로 전쟁이 끊이지 않고 서로 사랑하지 못하는가. 오랜 왕조시대가 끝나고, 36년 일제 치하를 견디며 기적적으로 독립하고, 거기에 피비린내 나는 동족상잔 후 아시아에서 가장 가난했던 조국이 어떻게 세계 12위의 경제 대국이 되어 우리가 이렇게 잘 살고 있는가?

 

세계의 많은 나라는 왜 이렇게 극한의 날씨 속에 가난에 허덕이며 의료혜택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죽어가고 있는가? 세계는 각종 바이러스 속에 떨고 있는데, 지구상의 조그만 나라가 어떻게 의료 선진국이 되어 외국인들이 앞을 다투어 이 나라로 치료를 받기 위해 몰려오는가?

 

어떻게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의료 대란이 일어나 의사들은 4억이 넘어간다는 연봉이 작아 의사 숫자를 절대로 늘일 수 없다고 데모를 하고, 정부는 아무 준비나 대책도 없이 파격적으로 숫자를 늘이는가?

 

코로나 진단키트를 개발하여 세계가 러브콜을 하고 떠났던 민족들이 다시 조국으로 돌아오는가 싶더니, 다시 이 나라를 살기 힘든 나라로 만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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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끊어진 압록강 철교 [사진=윤재훈]

 

여행을 떠나면, 문화 충격의 쓰나미가 온몸으로 몰려온다.”

 

우리는 오늘도 어딘가 지구 위에 발자국을 남기고 있다. 우리는 어떤 발자국을 남길 것인가. 세계의 여행 길에서 나는 수많은 세계의 젊은이들을 만났다. 그들은 진즉부터 그렇게 떠나고 있었다.

 

책 속에서는 간접경험을 할 수 있지만, 여행은 온몸으로 부딪치는 체험이다. 그 속에서는 잠자던 하나하나의 감각들이 생생하게 살아나 나를 일깨워준다.

 

그러니 떠나보라.”

백 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한 번의 세계여행이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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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골 벌판을 지나며, 국제 열차 안에서 [사진=윤재훈]

 

5년 동안 세계를 돌았다. 세계의 풍경과 세계의 기후를 다 간직한 것 같은 <중국>, 거스름돈을 던지며 기차 바닥에 가래침을 뱉으며 담배를 피던 모습은 이제 사라지고 없었다. 세계 제일의 고속철로 무장하는가 싶더니 지구 위의 여행길에서 보이지 않던 중국인들이, 2014년쯤부터 세계의 관광지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우리 민족들이 사는 나라들을 돌아보고 싶었다. 그 첫 기착지가 중국이었다. 인천항에서 배를 타고 열하를 건넜던 박지원의 길을 따라 단동으로 들어갔다. 세계 지도를 펴놓고 보면 한 마리 수탉을 닮은 것 같은 거대한 땅 덩어리 동쪽 끝, 조그만 먹이에 해당하는 것 같은 땅에서 건너온 사내.

 

중국의 동북쪽, 압록강을 따라 올랐다. 강 건너 우리 땅이 보였다. 고조선 시대, 고구려, 해동성국 발해 시대, 만주의 땅까지 거대한 제국이었던 한민족, 하지만 지금은 남의 나라 땅에서 왜소한 소수민족으로 살아가는 조선족.

 

터덜거리는 완행 버스를 타고 오르는 길. 단둥, 지안, 용정, 연변, 심양 등에는 한국어 간판과 플래카드가 휘날리고 있었다. 정류장이나 식당의 메뉴가 한국어로 되어 있어 더욱 정겨웠던 땅, 곳곳에 광개토대왕과 장수왕의 거대한 용트림이 있었고 이 나라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쳤던 지사들의 흔적이 푸르게 남아있는 곳,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바랬던 젊은 시인의 절규도 있었다

 

일송정 푸른 솔로 일제 치하의 슬픔을 봉숭아처럼 노래했지만 후에 친일로 돌아선 아픈 흔적이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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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핑야오 고성 [사진=윤재훈]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수많은 기와집들이 옛 모습 그대로 온전하게 보전되어있던 <핑야오>, 중국 최대의 고도 <시안>, <뤄양>, 두보의 고향 <청도>, 남서쪽의 관문 <쿤밍>. 그곳에서는 다리 위를 걸어 베트남 국경을 넘었다.

 

바람, 구름, 초원의 땅

그 땅을 찾아가기 위해 서해를 건너온

한 사내가 서 있다

 

베이징역, 인산인해의 틈바구니에서

홍조 띤 얼굴을 하고 그가 시간을 가늠한다

철길만 외로이 벌판에 길을 내고

그 끝은 어디에 닿아있는지 아득할 뿐이다

 

사내가 다시 손차양을 하고

무엇이 그리운지 동쪽을 본다

저 해무가 거치면 아련한 그 나라가

이어도처럼 떠 있을 것이다

 

끝없이 달리는 푸른 구릉들

그 지평선 위로 오르는 구름은

저마다 미완의 꿈들을 피워 올리는지

바람 속에서 가볍게 몸피들을 부풀리고 있다

 

길을 달리는 건

오직 철마와 끝이 보이지 않은 전신주뿐

그리고 낮은 구릉들 사이로 언뜻언뜻 달리는

푸른 늑대 한 마리를 보았다

 

말발굽 소리도 이미 잦아든 지 오래인

이 푸른 대륙에

이 길의 끝은 도대체 어디쯤 가 닿아있을까

잠도 자지 않는 빙하가 365일 흘러내리는

천산 산맥 중심부를 관통하고 들어가

잠들어 버렸을까

맘모스의 화석처럼

 

언뜻언뜻 보이는 게르들

오직 하늘에 떠 있는 구름만이 이 땅에서는

그늘을 만들 수 있다

 

신은 어찌하여 이 광활한 벌판에

이토록 작은 인류를 보내셨을까

사내가 문득 벌판에 서서 다시

해시계를 가늠한다

 

길이 나 있다

광활한 초원 위로

난마(亂馬) 하는 길들

저 길들은 도대체 모두 어디로 간단 말일까

주체할 수 없는 꿈들을 안고

저마다 한 길씩 잡아 떠나갔을까

구릉 사이로 늑대 한 마리 또 스친다

 

사내는 나지막한 구릉 정상까지 뛰어 올라가

손차양을 하고 초원을 바라본다

어디에도 늑대가 간 길은 없다

가벼이 몽골벌판을 떠다니는 바람만이

초원을 핥고 다닌다

 

부드러운 곡선만이 아가의 둔부처럼

지평선에 누워있고

거대한 뭉게구름들이 포근한 엄마의 품처럼

능선들을 다독이고 있다

 

-푸른 늑대를 찾아서, 윤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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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간 불교왕국에서 만난 맨발의 동자승 [사진=윤재훈]

  

가도 가도 초록의 융단, 오직 구름만이 그늘을 만들 수 있는 <몽골>, 러시아와 국경이 맞닿은 흡수골에서 보았던 그 낯설었던 풍경들. 아오자이와 논라Non La의 고향 <베트남>, 하롱베이 앞 갓빠섬에서 만난 여인은 어선에서 고기 몇 마리를 받더니 집으로 초대를 한다. 한국 화장품, 라면 등 한국 제품으로 일색인 그녀의 방, 선한 심성의 여자, 섬을 떠나면서 보니 밤이면 한국인 주점에서 일한 듯했다.

 

아직 순수의 천국 <라오스>, 하롱베이의 바다 속에서 솟은 산들과 모양이 비슷한 <방비엔>, 그 이름에 반해 가고 싶었던 도시 <루앙푸라방>, 그곳에서 보았던 거대한 테라와다 불교의 살아있는 맥.

 

맨발의 아이들이 페트병을 주우러 다니던 <캄보디아>, 너무나 가난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땅, 그러나 서양 휴양객들이 넘쳐나던 <시하눅빌> 해변, 밤이면 광란의 춤판이 벌어지고 남녀의 거친 숨결이 장소에 구애 없이 몰아치던 곳, 현지인들과 너무나 동떨어지는 여행자들이 지천이던 해변.

 

너무 거대하고 숲속에 오랫동안 숨겨져 있어서 그나마 잘 보존이 되어 있었던 크메르인들의 위대한 유산 <앙코르 왓>, 그 앞에서는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마음이 숙연해지던 곳, 두 손이 모아지고 108배라도 해야 이 먼 곳까지 찾아온 순례자의 발걸음이 조금은 덜 죄송할 것 같은 곳. 그곳에서 오랜 시간 앉아 상념에 잠겼다.

 

하늘을 찌를 듯한 거대한 열대 수림들, 아나콘다처럼 왓(사찰)의 담벼락을 감싸쥐고 한없이 순례자를 왜소하게 만드는 곳, 그 아래 앉아있으니 불현듯 보리수 아래 삼매(三昧)에 든 부처님이 생각이 났다.

 

천상천하(天上天下) 유아독존(唯我獨尊),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내 몸이 부처인데, 한 번만 깨달으면 해탈인데여직 범부로 살고 있냐는 죽비소리가 쓸려가는 열대 수림 사이로 내리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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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방에 오래된 방석 하나

고승 대덕을 두 분이나 낳았다는데

 

봄볕 아른거리는 날

나도 그 위에

가만히 앉아보면

 

민들레 한 송이쯤은

피워낼 수 있을 것 같아

 

-‘산방(山房)의 방석 하나’, 윤재훈

전체댓글 2

  • 05700
임인출

책 속에서는 간접경험을 할 수 있지만, 여행은 온몸으로 부딪치는 체험이다. 그 속에서는 잠자던 하나하나의 감각들이 생생하게 살아나 나를 일깨워준다.

“그러니 떠나보라.”
백 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한 번의 세계여행이 더 낫다.”

오직 구름만이 그늘을 만들 수 있는

저도 한걸음 한걸음 해볼께요.
오늘도 좋은여행 고맙습니다.~*

댓글댓글 (1)
지재

임인출   >   임선생님 감사합니다
여기까지 찾아오셨군요

"가슴이 떨릴 때 떠나라, 다리가 떨리면 못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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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재의 세계오지 도보순례 ①] 길 위에서 on the ro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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