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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재의 세계오지 도보순례 ⑨] 유럽여행 프롤로그(prologue)

  • 윤재훈
  • 입력 2025.07.05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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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굶었을까

세계는 그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을 것이다
새들이 하루종일 먹이를 찾아 헤매듯
그도 그러했을 것이다

아무리 하루살이 인생이라고 하지만
고국에서는 그의 부모님이나
그리운 아내와 자식들이
기다리고 있을 텐데


세계는 또 어떤 이데올로기와 이상을 꿈꾸며
오늘을 위태롭게 지탱하는지

 

- '장발장을 만나다', 윤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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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마 조국의 제단 [촬영=윤재훈]

  

아시아 대륙을 넘어 맞는 유럽의 첫인상은 난민, 소매치기와 부랑아들의 천국이었다. 어느 나라를 가든지 넘쳐났다. 불행하게도 그들은 타국에서 도시 불안을 조장하고 국격을 하락시키는 원인이었다.

 

그 첫 땅 불가리스로 유명한 불가리아의 도시 <플로브디프>는 참 낯설었다. 그리고 버스 안에서 보았던 수도 <소피아>의 잿빛 안개. 인류문명의 시원이라는 <그리스>는 부랑아와 노숙자들로 넘쳐났으며, 밤이면 어둠침침한 골목마다 흑인들이 서서 불안하게 했다.

 

아크로폴리스 앞에 드글거리던 흑인들의 강매와 소매치기들. 지중해의 바람을 맞으며 나지막한 산정에 서 있던 인류문명의 시원 아크로 폴리스 언덕의 <파르테논 신전>, 땅의 배꼽 <움팔로스>와 신탁이 이루어지던 <델포이>, 마케도니아 중심도시 <테살로니카>에서 생각나는 젊은 알렉산더 대왕의 대제국의 진출로, 실크로드의 길목.

 

추억의 영화 벤허와 쿼바디스가 생각나는 땅, 천 년 제국 <이탈리아>. 로마 원형경기장 <콜로세움>, 그 제국의 중심지라는 <포로 로마노>, 모든 신을 위한 신전 <판테온>, 연인들의 명소 <트레비 분수>.

 이탈리아 안의 또 다른 나라 <바티칸>, 대성당과 미술관. 르네상스의 시작 <플로렌스> 또 다른 이름 <피렌체>, 운하의 성지 시원한 바다의 <베네치아>, 세계의 패션을 주도하는 <밀라노>, 이름만 들어도 환상적인 그림이 그려지는 항구 <나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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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부르 황금빛 야경. [사진=윤재훈] 

 

지중해의 서쪽 점점이 떠 있던 요트들이 넘쳐나던 프랑스 제2의 도시 <마르세이유>. 그들의 자존심이라는 <루브르 박물관>에는 세계에서 훔쳐 온 약탈문화재가 넘쳐나고, 그 나라 국민이 달라고 아무리 아우성을 쳐도 약탈자들은 주지 않는다. 문명국을 빙자한 강도들이다. 회색빛 하늘 아래 보았던 미라보 다리, 그 아래 좁은 세느강으로는 흙탕물과 쓰레기만 영불해협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파리, 베르시 세인Very seine 버스터미널
티켓부스 앞에서 초라한 행색으로
서성이는 사내

어느 나라에서 왔을까,
눈동자마저 힘을 잃었다
도너츠를 반쯤이나 먹고 있는 중국인 여자에게

주저주저하며 다가가더니,

빵을 달라고 한다
그녀가 반쯤 떼어주자 서둘러 입에 넣는다


얼마나 굶었을까
세계는 그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을 것이다
새들이 하루종일 먹이를 찾아 헤매듯
그도 그러했을 것이다

버스 시간이 늦어 허둥지둥하면서
막 티켓을 집어넣으려는 순간, 세상에
여기에서 장발장을 보다니
그가 아직도 살아 있다니,
그것도 더 초라한 모습으로
21세기의 거리를 여지껏
헤매고 다니다니,
탄식이 흘러나온다

나는 주섬주섬 짐을 뒤져
어제 사 둔 커다란 빵덩어리를 주었다
촛점 풀린 그의 눈을 보면서
오늘 저녁은 또 어찌하려나
아무리 하루살이 인생이라고 하지만
고국에서는 그의 부모님이나
그리운 아내와 자식들이
기다리고 있을 텐데


세계는 또 어떤 이데올로기와 이상을 꿈꾸며
오늘을 위태롭게 지탱하는지

 

- '장발장을 만나다', 윤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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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를 향해 오르는 걸까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사진=윤재훈]

  

남미  대부분 땅을 식민지 삼아 지금도 그들의 말이 통용되는 무적함대의 <스페인>, 제2의 도시 <바르셀로나>에는 1882년에착공에 들어가 14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진행중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이 있다. 많은 약탈품이 전시되어 있는 프라도 미술관이 있는수도 <마드리드>. 그들은 아직도 백호주의와 식민지 제국을 그리워 하고 있을까? 

 

유럽 대륙의 끝 거대한 대서양의 바람을 온몸으로 맞고 있는 대항해 시대의 약탈자 <포루투칼>, 그 항해를 처음 시작했다는 ‘엔히크 왕자’가 살았던 나라, 리스본 바닷가에서 훅, 풍겨오던 약탈자 바스코 다가마의 후추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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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크로폴리스에서도 잘 보이던 올림피아 제우스 신전 [사진=윤재훈]

  

동아시아의 후추와 인도의 목화 약탈을 기반으로 하여 산업혁명을 이룩한 나라, 오고가는 뱃길이 너무 멀자 기술자들을 아예 잡아가거나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해지자, 다시는 목화 생산을 못하도록 그들의 손목을 잘라버리고 갔다는 나라, 

중국에서의 차와 도자기 수입이 너무 많아 나라의 경제가 휘청하자 그 나라에 아편을 뿌리고, 그것에 저항하자 대포를 앞세우고 일으킨 두 번의 아편 전쟁으로 초토화시켜버린 나라.

 

동쪽에서 해가 떠 서쪽으로 지지 않는다는 섬나라, 세계의 약탈국에 항상 끼어 있던 <영국>, 그 바닷길에는 도자기를 싣고 가던 배들이 가라앉아 수백 년 바닷물에 씻기고 있다.

 

고군산 열도에서

청자가 발견되었다

수백 년 바다에서 수장되었던 것들

파도에 쓸리고, 진흙이 쌓이고

고기들이 집을 짓고, 해파리가 붙고

여여(如如)한 침묵의 세월

 

가족들은 얼마나 기다렸을까

아낙은 사립에 서서 얼마나,

오랫동안 지아비를 기다렸을까

 

차곡차곡 포개진 채 깊은 어둠 속에서

도대체 누굴 기다렸을까

원혼처럼 고요히 잠든 고려청자들

푸른 표피마다 배여 있는 도공의 심성

 

어디로 싣고 가다,

그 풍랑 속에서 난파되었을까

간짓대처럼 사립문에 서서 기다렸을

고려의 아낙이 바닷물에 씻기며,

서럽게 운다

  

-‘고려청자’, 윤재훈

 

유럽에 피 냄새를 쏟았던 히틀러와 니체의 나라, 라인 강가의 쾰른 대성당과 통독의 문 브란데브르크의 <독일>, 항상 약소국처럼 느껴지지만 선량한 사람들이 사는 <폴란드>.

 

수시로 얼음꽃이 피는 동토(凍土)의 대제국 <러시아>, 세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큰 땅으로 세계지도 자체를 억누르고 있는 북극곰 같은 나라, 북서쪽의 끝 오로라가 춤을 추는 발트해를 넘어 핀란드가 지척에 보이는 옛 제국의 수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이국적인 풍경, 야간열차로 도착한 <모스코바> 역에는 4월인데도 함박눈이 진저리치게 쏟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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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학문의 산실, <아테네 학당> [사진=윤재훈]

  

이 지구촌 안에는 어떤 사람들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우리는 어떻게 연결(NetWork) 되어 서로의 문화와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삶을 영위하고 있을까? 그런 모습들이 궁금했다.

 

이제 유럽으로 들어가는 이 여행기는 단순한 관광객이 아닌 여행자의 시선으로 써 내려갈 것이다. 최소한 한 달이나 두 달, 그 지역에 머물러야만 느낄 수 있는 내밀한 이야기들, 관광지만의 위주가 아닌 현지인들과 숨 쉬면서 살아가는 그 나라의 문화와 민속, 역사를 함께 녹여나가는 여행을 이야기할 것이다.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여행자. 자신들만이 즐기고 지역에는 아무 이득도 남지 않는, 쓰레기만 남기고 가는 그런 여행을 지양할 것이다. 그 지역에서 나는 음식과 물로 만든 식탁에 앉아 현지인들과 식사를 하며, 그 지역의 교통수단을 이용하고, 지역민들과 서로 눈빛을 교감(交感)하는 그런 여행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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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서 있을 곳이 없어요 [사진=게티이미지 뱅크]

  

환경이 아프면 내 몸도 아프다.

환경과 인간은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 인류는 그렇지 못하다. 지금 지구가 중병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지구의 온도가 1,7도가 올라가면 자정능력을 잃어버린다고 하는데, 이미 그 온도를 지나가 버렸다.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도 인간은 환경을 단지 파괴의 대상으로만 생각하지 공생의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는다.

 

심지어 인간의 먹거리는 자연스러움을 벗어나서, “네 다리가 있는 것은 책상만 빼고 다 잡아먹은 그 잡식성을 반성할 줄 모른다.” 그렇게 지구상의 동물들을 다 박멸해 버릴 것 같은 인간의 대식(大食)에 동물들은 씨가 마르는 수난을 겪고 있다. 수많은 종이 이 지상에서 이미 사라져버렸다.

 

자신이 사는 터전을 이렇게 철저하게 파괴하는 동물은 이 지구상에 인간 말고 또 무엇이 있겠는가? 그 이기심에 생물 종들이 하나하나 사라져가고, 덩달아 창궐하고 있는 메르스나 사스, 코로나 19 바이러스는 단순히 나쁜 놈, 박멸해야 될 대상으로만 생각하고 있다. 이제 또 무슨 거대한 질병이 우리 앞에 나타날지 하루, 하루, 불안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더욱 우스꽝스러운 것은, 거대한 북극해가 녹아 뼈만 앙상한 채 동족포식(同族捕食)까지 서슴지 않는 북극곰을 보면서, 인간들이 만든 재해를 경계하는 것이 아니라 북극 루트의 경제성만 따지는 어리석은 동물이 되어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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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베르데 섬에서 게가 버려진 일회용 플라스틱 컵에 갇혀 있다 [사진=그린피스]

  

매년 허리케인, 대규모 산불, 라니뇨, 지진, 쓰나미, 폭염 등 인간의 탐욕에 대한 자연의 경고는 끊임없이 일어나지만, 인간은 이미 불감증에 걸려 버렸다.

 

미세 플라스틱을 먹은 물고기들은 중독이 되어가고, 인간들은 다시 그것을 잡아먹고 있는 살풍경이 매일 벌어진다. 물개의 목에는 플라스틱 링이 끼여 숨이 막히고, 거북이의 코에는 일회용 젓가락이 끼여 죽어가고 있는데, 인간들은 마치 그 플라스틱이라도 먹고 살 듯하다.

 

바닷물의 수위가 대책 없이 올라가 잠길 위기에 처해지는 나라가 수시로 생겨나고 있다. 이제는 영국 보호령이 되어버린 투발루Tuvalu 섬이나 몰디브Maldives섬, 얄라 군도 등 수많은 섬들에게 닥치는 비운을 보면서도, 파괴와 오염의 질주를 경제성이라는 미명하에 멈출 줄을 모르는 동물들이 사는 세계가 되어 버렸다.

 

그러면서 매일 자연으로 나가 건강한 몸을 위해 운동을 하고 맑은 공기를 갈구한다. 언제부턴가 스마트폰에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수치가 수시로 뜨지만 마치 오래전부터 그래왔던 것처럼 반응이 없다. 오늘도 ‘나와는 상관없다는 듯이’ 과다하게 세제를 사용하고 일회용품을 쓰고 쓰레기를 버리고, 차를 몰고 질주한다.

 

“그대는 지금 어디로 가십니까?” 

 

 

덧붙이는 글 I 자재自在


자재는 자유자재(自由自在)의 자재이다. “환경이 아프면, 내 몸도 아프다”라는 마음으로 30여 년 가까이 일체의 세제와 퐁퐁를 쓰지 않고, 일회용품과 비닐, 비누나 치약 등도 가능한 쓰지 않는다. 물수건이나 휴지 대신 손수건을 쓰고 겨울에는 내복을 입고 실내 온도를 낮춘다. 자가용은 없으며 가까운 곳은 자전거로 먼 곳은 대중교통으로 다니면서, 나의 화석 발자국을 줄이려고 노력한다. 


홍익대학교를 비롯한 몇 개의 대학에서 강의를 했으며, 한강 1,300리, 섬진강 530리, 한탄강, 금강, 임진강과 폐사지 등을 걸었으며, 우리나라 해안선만 따라 자전거로 80일 동안 5830km를 순례했다. 다시 세계가 궁금해져 5년 동안 ‘대상(隊商)들의 꿈의 도로’인 실크로드를 따라, 세계오지 배낭순례를 했다. 


2000년 전주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으며, 해양 문학상, 전국 문화원 연합회 논문공모 우수상, 시흥 문학상 등 몇 개의 상을 받았다. 2020년 인사동 마루아트센터 아지트갤러리‘국제 칼렌다 사진전’에 참여하였다. 2016년 ‘평화, 환경, 휴머니즘 국제 영상제’에 <초인종 속 딱새의 순산, 그 50일의 기록>이라는 작품으로, '환경부 장관 대상'을 수상했다. 평생 다양한 기관에서 무료봉사를 해오고 있으며, 연극에도 관심이 많아 십여 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또, 노원, 영등포 50+센터 등에서 2년여 전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내 마음에 안식처 서울역사여행’등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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