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량한 벌판 위, 무너진 기둥과 흔적만이 남아 있는 페르시아 제국의 첫 수도 파사르가대. 키루스 대왕이 제국의 꿈을 심고, 다리우스가 페르세폴리스로 옮기기 전까지 영화를 누렸던 이곳은 이제 바람과 흙먼지 속에 잔해만 서 있다.
- 관객궁전의 검은 돌 기둥, 위태롭게 버티는 스톤 타워, 사라반 세라이의 폐허는 모두 한때의 찬란함을 전해주는 메아리다. 알렉산더조차 파괴를 주저했다는 키루스의 무덤이 여전히 묵묵히 서 있는 가운데, 여행자는 빈 들판에서 아득히 멀어진 제국의 그림자를 더듬는다.

‘빈 들판 위에 제국의 영화가 아스라하다.’
거대한 마케도니아 제국을 세웠던 알렉산더 대왕조차도 들어가기를 주저했던 키루스 대왕의 석실 무덤이 있는 ‘아케메네스 왕조’의 건국지, 그런 위대한 성군도 이슬람 교도들이 이곳을 침입했을 때 아랍인들은 이 무덤이 이교도들에게 바친 것이라 하여 파괴하려고 했다. 이에 무덤을 지키던 사람들은 슬기를 발휘하여 키루스 무덤이 아니라 솔로몬왕의 어머니 집이라고 하여 파괴를 면할 수 있었다.
무너진 대제국의 터에는 간간이 바람이 불어 흙먼지를 쓸고 간다. 정복 군주였던 키루스 대왕은 다시 대제국의 꿈을 안고 기원전 530년경 동방원정을 떠났지만 꿈에 그리던 폴리스의 완성을 보지 못하고 길 위에서 세상을 마감한다. 그리고 그의 후손인 <다리우스 1세>가 새로이 페르세폴리스로 수도를 정하기 전까지 페르시아 제국의 수도로 영화를 누렸던 장소로 남는다.
잔해만 남은 유적들
이제는 그림자마저 한정 없이 늘어지는 시간, 멀리 보이는 사라반 세라이까지 서둘러 걷는다. 허물어진 대상들의 집터에는 잡초마저 보이지 않은 건조한 땅이다. 벌판을 가로질러 가끔씩 여행자를 태운 수레처럼 생긴 차가 향수를 자극한다. 좌우로 멀리 기둥만 남은 잔해들이 보이는 걸 보니 저기도 무너진 터인 모양이다.
“인간의 넘치는 욕망는,
나를 태우고 타인까지 태운다.”
걷는 발길마다 푸석푸석 흙먼지가 올라온다. 키 작은 풀들만 말라 있고 물기 없는 땅은, 이방인을 더욱 낯설게 만든다. 다시 한 번 사철이 뚜렷하고 계곡이 깊어 물이 풍부한 고국이 생각난다. 일 년이 훨씬 넘은 여행길이 고향으로 마음을 가게 하나 보다.
황량한 고대 도시, 빛바랜 안내판과 기둥 십여 개만 서 있다. 마침 청소를 한다는 대학생 몇 명마저 없었다면 빈 들판에 홀로 서 있을 뻔했다. 다시 잠시 걸어가니
멀리 위태로이 다리 아치처럼 보이는 돌기둥이 하나 서 있다. 그 뒤로는 쇠파이프들을 받쳐두었는데, 바람이라도 한 번 불면 금방 쓰러질 것처럼 위태롭다. 그 앞에는 <스톤 타워Stone tower>라고 써 있다. 간신히 몸을 지탱하고 서 있는 돌기둥 둘은 사라진 페르시아 제국처럼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매우 불안하다.
이곳에서 가까운 거리에 <탈레 타크트Tall-e Takht>가 있다. 기원전 6세기에 지어진 이 요새는 자연 언덕의 한쪽 면에 지어진 거대한 미완성 플랫폼이다. 기원전 530년 사이러스 대왕 시대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가 떠난 이후로 버려진 땅이 되었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를 닮았으며 궁전과 사원들이 있는 거대한 요새처럼 생겼다. 그리고 이 꿈은 후에 실제로 페르세폴리스에서 키루스의 후계자에 의해 실현을 보게 된다.
멀리 오른쪽 편으로 돌기둥 몇 개와 무너진 잔해가 보인다. <관객 궁전Audience Palace>이다.
8개의 큰 방이 있었으며 테라스를 지지하는 기둥은 모두 검은색 돌로 만들어졌다. 북서쪽 문은 인간의 발과 독수리의 이미지 담고 있으며 16개의 기둥이 있는 테라스와 연결된다. 북동쪽 문은 총 48개의 기둥이 있는 가장 큰 테라스와 연결되며, 입구의 반대편인 남동쪽 문에는 인간, 물고기, 황소의 이미지가 있다.
여기서 쭉 가면 다리(Bridge)가 나오고 이 성터의 매인 게이트가 나온다. 이제 날도 저물고 어제 발까지 삐어 돌아갈 길이 막막한데, 멀리서 비포장 된 사잇길을 터덜거리며 오토바이 한 대가 온다. 관리인이라고 하는데, 고맙게도 문 앞까지 태워다 준다. 몇 번이나 인사하고 어둠 속에 쌓여가는 키루스 대왕을 바라본다.
‘빈 들판 위에 제국의 영화가 아스라하다.’
덧붙이는 글 I 자재自在
자재는 자유자재(自由自在)의 자재이다. “환경이 아프면, 내 몸도 아프다”라는 마음으로 30여 년 가까이 일체의 세제와 퐁퐁를 쓰지 않고, 일회용품과 비닐, 비누나 치약 등도 가능한 쓰지 않는다. 물수건이나 휴지 대신 손수건을 쓰고 겨울에는 내복을 입고 실내 온도를 낮춘다. 자가용은 없으며 가까운 곳은 자전거로 먼 곳은 대중교통으로 다니면서, 나의 화석 발자국을 줄이려고 노력한다.
홍익대학교를 비롯한 몇 개의 대학에서 강의를 했으며, 한강 1,300리, 섬진강 530리, 한탄강, 금강, 임진강과 폐사지 등을 걸었으며, 우리나라 해안선만 따라 자전거로 80일 동안 5830km를 순례했다. 다시 세계가 궁금해져 5년 동안 ‘대상(隊商)들의 꿈의 도로’인 실크로드를 따라, 세계오지 배낭순례를 했다.
2000년 전주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으며, 해양 문학상, 전국 문화원 연합회 논문공모 우수상, 시흥 문학상 등 몇 개의 상을 받았다. 2020년 인사동 마루아트센터 아지트갤러리‘국제 칼렌다 사진전’에 참여하였다. 2016년 ‘평화, 환경, 휴머니즘 국제 영상제’에 <초인종 속 딱새의 순산, 그 50일의 기록>이라는 작품으로, '환경부 장관 대상'을 수상했다. 평생 다양한 기관에서 무료봉사를 해오고 있으며, 연극에도 관심이 많아 십여 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또, 노원, 영등포 50+센터 등에서 2년여 전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내 마음에 안식처 서울역사여행’등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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