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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의 왕릉, 조선의 기억을 걷다... 정릉 역사·문화 탐방기

  • 권민정 기자
  • 입력 2025.08.31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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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태조의 두 번째 왕비인 신덕왕후 강씨의 능인 정릉 [사진=ESG코리아뉴스]

 

서울 성북구와 강남구에는 같은 이름을 지닌 두 개의 정릉(靖陵, 貞陵)이 있다. 이름은 같지만 그 속에 담긴 사연은 다르다. 이 두 정릉은 단순히 옛 무덤이 아니라 조선 왕조의 정치와 풍수, 그리고 그 시대 사람들의 삶과 감정을 담아낸 역사 현장이자 오늘날 시민들에게는 도심 속에서 고즈넉한 휴식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먼저 성북구 아리랑고개 자락에 자리한 정릉(貞陵)은 조선 태조의 두 번째 왕비인 신덕왕후 강씨의 능이다. 원래는 개경에서 올라와 한양 천도 직후 태조의 애정이 담긴 도성 안 취현방(현 영국대사관 인근)에 조성되었다. 


그러나 세자 시절부터 어머니의 총애를 받지 못했던 태종은 즉위 후 신덕왕후의 능을 현재의 성북구로 천장하였다. 이후 오랫동안 홀대받던 신덕왕후는 1669년 현종 대에 이르러서야 종묘에 신위가 모셔졌고, 능역도 왕릉의 격에 맞게 정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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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태조의 두 번째 왕비인 신덕왕후 강씨의 능을 들어가는 홍살문 [사진=ESG코리아뉴스]

 

정릉의 석물 가운데 일부는 청계천 광통교 복원 때 사용되어 지금도 서울 도심 한가운데서 그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신덕왕후의 정릉은 조선 초 왕위 계승과 정치 갈등, 그리고 여성 왕비의 비극적 운명이 깃든 장소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다른 한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정릉(靖陵)은 조선 제11대 임금 중종의 무덤이다. 중종은 조선 역사에서 중종반정으로 즉위하고 조광조를 비롯한 신진 사림을 등용해 정치 개혁을 시도했지만, 훈구와의 갈등 속에서 파란만장한 통치를 이어갔던 군주다. 


그의 능은 처음 장경왕후의 능인 희릉 옆에 조성되었으나 풍수 문제를 이유로 1562년 문정왕후에 의해 선릉 동쪽 언덕으로 옮겨졌다. 이후 오랜 세월 동안 전란과 풍해를 겪으며 제대로 정비되지 못했지만, 오늘날에는 선릉·정릉이라는 복합 왕릉 공간으로 관리되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두 정릉 모두 공통적으로 전통적인 조선 왕릉의 구조를 보여준다. 붉은 홍살문을 지나면 제향 공간과 능침 공간이 차례로 나타나고 정자각과 향로·어로, 비각 등이 왕릉의 격식을 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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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태조의 두 번째 왕비인 신덕왕후 강씨의 능중 한 곳인 정자각 [사진=ESG코리아뉴스]

 

능 앞에 세워진 무인석과 문신석, 그리고 석양과 석호는 왕의 영혼을 수호하는 수호자로서 옛 조선인들의 정신세계를 엿보게 한다. 동시에 숲길과 언덕길은 오늘날 시민들에게는 도시 속 산책로와 쉼터로 사랑받고 있다.


정릉을 찾는 방법도 어렵지 않다. 신덕왕후의 정릉은 서울 지하철 우이신설선 정릉역 2번 출구에서 도보로 7분이면 닿을 수 있다. 중종의 정릉은 지하철 9호선과 분당선이 지나는 선정릉역에서 바로 연결되어 강남 한복판에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관람 시간은 계절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 반까지 운영되며 월요일은 휴무다. 입장료는 성인 1,000원, 어린이 500원이며 단체 방문객이나 한복 착용자에게는 할인 또는 무료 관람 혜택이 주어진다. 


성북구 정릉에서는 화요일부터 금요일, 그리고 일요일에 전문 해설사가 오전과 오후 두 차례 해설을 제공하며, 토요일에는 심화 프로그램인 ‘한국의 재발견’이 운영되어 탐방객들에게 역사적 맥락을 더욱 생생하게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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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태조의 두 번째 왕비인 신덕왕후 강씨의 능이 산 언덕 위에 위치해 있다. [사진=ESG코리아뉴스]

 

정릉을 거닐다 보면 단순히 옛 왕의 무덤을 보는 것이 아니라 한 왕조의 흥망과 권력 다툼, 그리고 그 안에 살았던 인간의 이야기를 함께 느낄 수 있다. 조용히 숲길을 걷다 보면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이 고요히 능침을 감싸며 마치 조선의 시간이 오늘날로 이어지고 있음을 속삭이는 듯하다.


기자는 이곳을 걸으며 이렇게 생각했다. “정릉은 단순한 무덤이 아니라, 역사와 자연, 그리고 도심 속 쉼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그곳에서 우리는 과거를 배우고 현재를 쉬며 미래를 준비하는 지혜를 얻는다.”


서울에서 역사와 문화를 함께 느끼고 싶은 이라면 정릉은 반드시 한 번쯤 찾아가야 할 장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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