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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문화를 읽다 ⑦] 고대의 기억을 확장하다…나폴리 ‘MANN 2’가 여는 새로운 박물관 시대

  • 권민정 기자
  • 입력 2026.02.16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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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폴리 국립 고고학 박물관 MANN [사진=Museo Archeologico Nazionale di Napoli, MANN+ABDR, 그래픽=ESG코리아뉴스]


2026년 하반기, 이탈리아 나폴리에 세계 고고학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새로운 문화 공간이 문을 연다. 바로 뮤제오 아르케올로지코 나치오날레 디 나폴리(Museo Archeologico Nazionale di Napoli, MANN)의 확장 프로젝트 ‘MANN 2’다.


세계 최고 수준의 고대 유물 컬렉션을 보유한 이 박물관은 오랜 기간 전시 공간 부족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약 40만 점에 달하는 소장품 중 상당수가 수장고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확장은 단순한 공간 증축이 아니라 고전 고고학의 지형을 다시 그리는 시도라는 평가를 받는다.


18세기 건축 유산 속으로 들어가는 고대의 시간


MANN 2는 나폴리 중심부에 자리한 레알 알베르고 데이 포베리(Real Albergo dei Poveri) 내부에 조성된다. 18세기 계몽주의 시대에 건립된 이 거대한 복합 건물은 약 400미터에 이르는 파사드를 자랑하며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규모를 지녔다. 오랫동안 미완의 상태로 남아 있던 이 역사적 공간은 이제 고대 유물을 품는 새로운 문화 플랫폼으로 탈바꿈한다.


약 1만㎡에 달하는 전시 공간이 추가되면 그동안 공개되지 못했던 주요 컬렉션이 대중과 만날 수 있게 된다. 특히 폼페이(Pompeii)와 헤르쿨라네움(Herculaneum)에서 발굴된 유물 상당수가 새롭게 조명될 예정이다.


폼페이의 기억을 다시 보다


MANN은 폼페이(Pompeii) 유물 최대 소장 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멈춰선 고대 도시의 일상은 도자기, 벽화, 조각, 생활용품 등을 통해 생생하게 전해진다.


전체 발굴 유물 약 40만 점 가운데 4만 점가량이 MANN에 소장돼 있지만, 공간 제약으로 상당수가 공개되지 못했다. MANN 2는 이러한 한계를 해소하며, 단순한 ‘전시 확대’를 넘어 고대 도시의 사회·경제·문화 구조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재구성 전시를 선보일 계획이다.


고고학의 개척자들을 기리다


새 전시관에서는 ‘산탄젤로 컬렉션(Santangelo Collection)’과 더불어 이탈리아 고고학의 선구자들을 조명하는 섹션도 마련된다.


체계적인 발굴·기록 방식을 도입한 주세페 피오렐리(Giuseppe Fiorelli), 폼페이 거리 발굴을 주도한 비토리오 스피나촐라(Vittorio Spinazzola), 20세기 대규모 복원 사업을 이끈 아메데오 마이우리(Amedeo Maiuri) 등은 고고학을 ‘수집’에서 ‘학문’으로 발전시킨 인물들이다.


이들의 연구와 기록은 오늘날 우리가 고대 로마 사회를 이해하는 토대가 됐다. MANN 2는 유물뿐 아니라 발굴의 역사 자체를 서사로 풀어내며, 고고학이 만들어온 지식의 층위를 함께 보여줄 예정이다.


박물관을 넘어선 복합 문화 허브


MANN 2의 일부 공간은 나폴리 페데리코 2세 대학교(University of Naples Federico II)의 교육 시설로 활용되며, 나폴리 국립도서관(National Library of Naples)의 추가 공간도 마련된다.


이는 박물관을 단순한 전시장이 아닌 ‘지식 생산과 공유의 거점’으로 재정의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유물은 과거의 흔적이지만, 그것을 해석하고 연구하는 현재의 활동은 살아 있는 문화이기 때문이다.


고대와 현대가 만나는 도시 전략


이탈리아 문화부와 나폴리 시는 이번 프로젝트를 도시 재생 전략의 핵심 축으로 보고 있다. 관광객 증가로 이미 세계적 문화 도시로 자리 잡은 나폴리는, MANN 2를 통해 체류형 문화 관광 모델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고대 로마의 유산과 18세기 건축, 그리고 21세기 전시 기술이 한 공간에서 만나는 장면은 도시 자체를 하나의 거대한 박물관으로 만든다.


MANN 2는 단순히 더 많은 유물을 보여주는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저장된 역사’를 ‘공유된 기억’으로 전환하는 시도다.


고대의 시간은 더 넓은 공간에서 다시 숨을 쉬게 되고, 관람객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긴 복도를 따라 걸으며 문명의 연속성을 체험하게 된다.


2026년 나폴리에서 열릴 이 새로운 장면은 묻는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역사를 아직 보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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