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키워드

  •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로그인을 하시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으실 수 있습니다.

[사람을 살리는 코칭언어] ⑤ 공감, 마음의 문을 여는 가장 조용한 시작

  • 강윤영
  • 입력 2026.04.15 08:18
  • 댓글 0
  • 글자크기설정

  • 판단하지 않는 한마디가 만들어내는 변화

 

사진.jpeg
▲ 공감, 마음의 문을 여는 가장 조용한 시작 [사진=AI]


어려서부터 나는 호기심이 많고 엉뚱한 아이였다. 틀에 박힌 사고와 정지된 듯한 환경을 답답해했고, 늘 그 바깥을 꿈꾸며 살았다. 청개구리 같았고, 어딘가 늘 어긋나 있는 아웃사이더 같았다.

 

'나는 이 사회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 질문은 꼬리표처럼 늘 나를 따라다녔다.

 

일찍 시작된 사회생활은 나를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퇴근 후 술과 게임으로 하루를 채우던 시간들, 그때의 나는 이 사회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그저 숨 쉬는 것뿐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회사 생활은 적응되지 않았고, 나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사람이었다. 반복되는 일상은 견디기 어려웠고, 새로운 모험과 도전만이 나를 움직이게 했다. 돌이켜보면 그 시간을 무너지지 않고 지나온 것만으로도 참 다행이었던 시절이었다.

 

그런 내 삶의 방향이 완전히 바뀌게 된 순간이 있었다. 첫 아이를 품게 되었을 때였다. 그때 나에게 주어진 작은 과제가 있었다.

"뱃속의 아이에게 말을 걸어 주세요."

 

그 말이 이상하게도 너무 어려웠다. 살면서 나는 늘 나 자신만을 향해 살아왔다. 그런 내가 처음으로 나 아닌 존재에게 말을 건네야 하는 순간이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몰랐고, 어떤 호칭으로 불러야 할지도 몰랐다. 세상에서 가장 낯선 일이었다.

 

그러다 배가 점점 불러오고 그 존재가 더 또렷해질수록 나는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기 시작했다.

"꼬물아, 곧 만나자." "많이 힘들지?"

돌아오지 않을 것 같던 말들이 어느 순간 배 속의 작은 움직임으로 돌아왔다.

 

그때 처음 느꼈다. 말은 반드시 답을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존재를 향해 건네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다는 것을...

 

아이가 태어난 이후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밤과 낮이 바뀌고, 나의 시간은 사라지고, 모든 기준은 아이가 되었다. 그 과정 속에서 나는 또 한 번 나를 마주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지역 맘카페에서 한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나와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낳은 사람이었다. 비슷한 경험, 비슷한 이야기, 비슷한 감정... 그저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혼자일 때는 버거웠던 감정들이 누군가와 나누는 순간 절반으로 가벼워졌다.

 

그때 처음 알았다. 공감받는다는 것은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견딜 수 있게 해주는 힘이라는 것을...

 

그 이후 많은 시간이 지나 코칭을 배우며 나는 또 다른 경험을 하게 되었다. 내 이야기를 꺼냈을 때 코치는 단 한마디를 건넸다.

 

"그랬군요."

 

그 말은 이상할 만큼 낯설고, 그러나 깊이 와닿았다. 누군가가 나를 판단하지 않고, 고치려 하지 않고, 그저 그대로 받아들여 준다는 느낌. 그 순간 나는 스스로도 몰랐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이어가기 시작했다.

 

"네...생각해 보니, 제가..."

 

그렇게 말이 이어졌다. 공감은 상대를 바꾸지 않는다. 다만 그 사람이 스스로를 꺼낼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줄 뿐이다.

 

코칭에서 말하는 공감은 단순한 이해를 넘어선다. 상대의 생각과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사람이 느낀 것을 있는 그대로 돌려주는 일. 그 한마디, 그 짧은 반응이 한 사람의 마음을 열고 다시 자신을 바라보게 한다.

 

돌이켜보면 나는 오랫동안 이해받고 싶었던 사람이었다. 그리고 몸소 부딪쳐온 삶의 경험을 통해 이제는 누군가를 이해하는 사람이 되고 있다.

 

사람을 살리는 언어는 거창하지 않다.

 

"그랬군요."

 

그 한마디가 누군가의 마음을 열고, 삶을 다시 움직이게 하는 시작이 된다.


 

덧붙이는 글 ㅣ강윤영 (Kang Yoon Young)

 

'꿈글'로 활동하며 사람의 이야기를 콘텐츠로 설계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 4년간 글쓰기와 북마케팅 활동을 이어오며 정신건강문화사, DID드림코칭센터 등 브랜드 및 프로젝트의 콘텐츠 기획과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독립출판 브랜드 ‘달별담’을 통해 글과 코칭을 기반으로 출판 프로젝트와 글쓰기 커뮤니티, 북살롱을 운영하며 개인의 서사가 삶과 브랜드로 확장되는 과정을 돕고 있다. ‘모든 존재는 소중하다’는 철학 아래 사람의 이야기가 존중받는 콘텐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 ESG코리아뉴스 & www.esgkorea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BEST 뉴스

전체댓글 0

추천뉴스

  • [아름다운 지구이야기②] 파도가 빚어낸 듯한 거대한 돌구슬, 뉴질랜드 ‘모에라키 볼더스’
  • 라이크라, 옥수수 기반 섬유 상용화…의류 산업의 탄소배출 저감·자원순환 확대
  • 오르카라우터, AI 검색 효율 높이는 ‘IndexRAG’ 공개…문서 간 관계 미리 분석
  • 세계 3분의 2 이상 사형제 폐지했지만…지난해 17개국서 사형 집행
  • 췌장암 발생 전 면역체계 깨운다…새로운 백신, 초기 임상서 가능성 확인
  • 이소영 중기부 장관 “가짜뉴스 형사조치”…온누리상품권 122억 의혹에 관리 책임도 주목
  • 2000년 전 청동 조각상에 남겨진 상처…고대 그리스 권투선수의 삶을 마주하다
  • 이재명 대통령 “폭언·욕설 차단은 소통 방해 아닌 진정한 소통 위한 조치”
  • 멜라니아 트럼프, AMD 리사 수 회장 국가과학훈장 수상 조명…“미래를 만드는 여성 리더”
  • [이경미의 AI와 미래공간 ①] AI가 바꾸는 공간, 인간의 삶

포토뉴스

more +

해당 기사 메일 보내기

[사람을 살리는 코칭언어] ⑤ 공감, 마음의 문을 여는 가장 조용한 시작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