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1-16(목)
 
1여성은 아직 스님이 될 수가 없다.여성 메씨 수행자들.JPG
▲ 여성은 아직 이 땅에서 스님이 될 수 없다. ‘메씨’ 수행자들. [촬영=윤재훈]

 

바람, 구름, 초원의 땅

그 땅을 찾아가기 위해 서해를 건너온

한 사내가 서 있다

 

베이징역, 인산인해의 틈바구니에서

홍조 띤 얼굴을 하고 그가 시간을 가늠한다

철길만 외로이 벌판에 길을 내고

그 끝은 어디에 닿아있는지,

아득할 뿐이다

 

사내가 다시 손차양을 하고

무엇이 그리운지 동쪽을 본다

저 해무가 거치면 아련한 그 나라가

이어도처럼 떠 있을 것이다

 

끝없이 달리는 푸른 구릉들

그 지평선 위로 오르는 구름들은

저마다 미완의 꿈들을 피워 올리는지

바람 속에서 가볍게 몸피들을 부풀리고 있다

 

길을 달리는 건

오직 철마와 끝이 보이지 않은 전신주뿐

그리고 낮은 구릉들 사이로 언뜻언뜻 달리는

푸른 늑대 한 마리를 보았다

 

말발굽 소리도 이미 잦아든 지 오래인

이 푸른 대륙에

이 길의 끝은 도대체 어디쯤 가 닿아있을까

잠도 자지 않는 빙하가 365일 흘러내리는

천산 산맥 중심부를 관통하고 들어가

잠들어 버렸을까

맘모스의 화석처럼

 

언뜻언뜻 보이는 게르들

오직 하늘에 떠 있는 구름만이 이 땅에서는

그늘을 만들 수 있다

 

신은 어찌하여 이 광활한 벌판에

이토록 작은 인류를 보내셨을까

사내가 문득 벌판에 서서 다시

해시계를 가늠한다

 

길이 나 있다

광활한 초원 위로

난마(亂馬)하는 길들

저 길들은 도대체 모두 어디로 간단 말일까

주체할 수 없는 꿈들을 안고

저마다 한 길씩 잡아 떠나갔을까

구릉 사이로 늑대 한 마리 또 스친다

 

사내는 나지막한 구릉 정상까지 뛰어 올라가

손차양을 하고 초원을 바라본다

어디에도 늑대가 간 길은 없다

가벼이 몽골 벌판을 떠다니는 바람만이

초원을 핥고 다닌다

 

부드러운 곡선만이 아가의 둔부처럼

지평선에 누워있고

거대한 뭉게구름들이 포근한 엄마의 품처럼

능선들을 다독이고 있다.

 

-푸른 늑대를 찾아서, 윤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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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라와디 강가에서 [촬영=윤재훈]

 

오랜 미얀마 여행을 마치고 이제 위구르족들의 나라, 중국 서쪽 끝으로 날아갈 것이다. 이번에는 여행사에 의지하지 않고 직접 비자를 받아볼 생각이다. 미얀마는 개인이 비자 받기 어려운 나라 중의 하나다. 아마도 뒷돈이 있어서 그럴까.

 

코캇서스의 3국의 맨 아래 아르메니아에서도 물어 물어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비자를 받아본 적이 있다. 여유만 있다면 시간을 더 들이는 것이 아까울 수도 있다. 아르메니아의 수도 예레반의 중앙에는 거대한 분수대가 있는데, 나라에서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는 이곳 분수대에서 화려한 쇼가 열리기 시작한다. 음악에 맞추어 오랜 동안 오색의 불빛과 함께 쏟아내는 물줄기는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멋줄 연출을 보여주었다.

 

사실 비자를 받을 수 있는 여행사는 그곳에서 멀지 않았다. 제대로 의사 소통이 힘들다는 것이 제일 문제였지만 신청하고 며칠 후에 그리 어렵지 않게 받은 것 같다. 다음에는 교통을 이용하는 것이다. 매번 국경을 넘을 때마다 겪는 것이지만 버스를 타는 곳을 찾기란 만만치 않다

 

그런데 미얀마에서 중국 비자를 받기는 상당히 어려웠다. 그중에 한 가지가 뙤약볕 아래 왔다갔다 하는 일이었다. 현지 가이드가 알려준 장소로 갔지만 관리인들은 약간 고압적이였으며 비협조적이였다. 여하튼 한 달 가까이 걸렸을까, 어려웠지만 좋은 체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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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가 눈앞에 놓인 작은 먹이 같이 위태롭다. [사진=freepik]

 

이제 내일이면 갈 나라, 중국 지도를 펼쳐놓고 가만히 보면 한 마리의 커다란 수탉이 먹이를 쪼을 듯한 형상이다. 그 아래 부분에 먹이처럼 던져진 대한민국, 어찌보면 마치 거대한 대륙이 절벽처럼 이 나라를 내리누르는 것만 같아 답답하기까지 하다.

그 덕분에 이 반도에 형성된 삼국시대와 고려, 조선 등의 조그만 나라들이 500년 이상 유지됐을까?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든 현상이라고 하는데, 중국이 위에서 둘러싸고 있고 오랜 시절 사대(事大)를 유지하다 보니 그나마 견뎌 왔을까.

 

그러나 그 아래 지척에 있는 왜구들은 줄기차게 이 땅을 침범해 와서 욕을 보였다. 급기야 지금은 그들의 앞바다에 핵폐기물까지 버리며 인류를 함께 파멸 속으로 몰아넣고 있으니 답답할 일이다. 그러나 중국과 달리 이 나라에 위정자들은 누구 한 사람 그 잘못을 따지는 사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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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물가에서 [촬영=윤재훈]

 

이제 쿤밍으로 갈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가 중국에서 미얀마로 갈 때 약간의 갈등이 있었다. 나는 1차 세계여행 때는 여기에서 베트남 싸파 국경을 육로로 넘었다. 그런데 이번 2차 여행 때는 윈난성을 돌고 출발한 작정이었다. 그런데 트렁크가 문제였다.

 

1차 세계여행 때는 태국을 일주하면서 방콕에서 치앙마이로 올라갈 때도 트렁크를 가져갈 것인가, 두고 갈 것인가, 한참을 고민한 적이 있다. 방콕에는 배낭 여행자들의 성지처럼 유명한 카오산 로드가 있는데, 근처에는 배낭 여행자들의 집결지로 수많은 게스트하우스가 몰려있다. 그중에 한국인이 직접 운영하는 곳이 두 군데나 있고 여행사도 한 군데 있다.

 

나는 여행사에 트렁크를 맡겨 두고 일정 비용을 내기로 했다. 그리고 일 년 후에 돌아왔는데, 그 안이 어떻게 되었을까, 한 번 상상해 보시라아마 그 당시 한두 번 입었던 옷도 있었을지는 모른다. 가방을 열어보니 안은 완전 벌레투성이였다. 우리가 보통 이라고 하는 벌레가 가방 가득 들어있었다. 옷들은 전부 걸레 조각처럼 되어 있어 만지기도 징그러웠다히말라야 안나푸르나 ABC에서도 사용했던 고가의 오리털 파카도 침낭도 다 걸레가 되어가고 있었다. 단 한 개도 건지지 못하고 모두 버렸다.

 

가방 안은 그 형상이 끔직했다.

생명의 난장판이었다.

이것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4청정 얼하이호, 파란하늘이 너무 아름다운데 우리는 어디에 이런 호수가 있는가,점점 잃어가고 있다.JPG
▲ 청정 얼하이호, 파란 하늘이 너무 아름다운데 대한민국에는 이런 호수가 남아 있는가? [촬영=윤재훈]

 

쿤밍에서는 약간 즐거운 일도 하나 있었다. 내가 들어간 게스트 하우스는 비수기인지 어떤지 손님이 별로 없었다. 도미토리를 예약했는데, 손님이 없다고 주인은 조금만 더 내고 1인실을 쓰려는지 물었다. 중국인답지 않게 요금을 과하게 말하기 않아 방을 구경하고 그렇게 하겠다고 이틀을 예약했다.

 

투명한 유리창으로 밖이 환히 내려다 보이는 2층 방, 옛날부터 나는 만일 집을 짓는다면 전체적으로 투명한 유리창이 있는 그런 집에 살고 싶었다. 자연 속에 안겨 있는 집, 응접실에 앉아 보면 사방이 전부 한 시야에 들어오는 집.

 

자연이 나와 온전히 하나가 될 수 있는 방,

깊은 밤 홀로 그 방안에 앉아 있어도 거리낌이 없는,

다이모니온(소크라테스의 양심의 소리)의 소리가 들려오는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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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재의 세계오지 도보순례⑥] 서역만리, 위그루인들의 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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