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열대우림의 작은 마을부터 인도양 연안의 어촌, 남태평양의 산악 마을에 이르기까지 원주민 여성들이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에 맞서 지역 차원의 실천으로 생존 기반을 지키고 경제적 대안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들은 단순한 환경운동가가 아니라 숲과 바다와 결속된 생활 세계를 보호하는 공동체의 핵심이자 새로운 녹색 경제의 주체로 부상하고 있다.
브라질 파라(Pará)주 트린체이라 바카자(Trincheira Bacajá) 지역의 시크린(Mẽbêngôkre Xikrin) 여성들은 2003년 생활 터전인 숲의 보존과 공동체 생계를 동시에 지키기 위해 협회를 결성했다.
그들이 설립한 베보 시린 두 바카자 협회(Associação Bebô Xirin do Bacajá)는 바바수(Babassu) 코코넛 오일과 수공예품의 현지 공급망을 여성 주도의 지속 가능한 소득원으로 발전시켜 삼림 벌채로부터 토지를 지키고 공동체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같은 지역 주도의 대체 경제 모델은 숲을 '보호할 대상'이 아닌 '살아 있는 집'으로 바라보는 토착 여성들의 세계관에서 출발했다.
아마존 지역의 사례는 여성들이 생태계 보전과 생계유지라는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추구할 때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크린 여성들은 손으로 만든 천과 가방, 바바수 오일을 지역 시장과 소셜 미디어를 통해 판매하고 이를 통해 얻은 소득으로 가족생활을 지원하는 동시에 숲의 경제적 가치를 지역사회 내부에 순환시키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러한 노력이 결국 영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고 외부의 개발 압력과 불법 침입에 대한 공동의 방어 역량을 키워 왔다.
해안과 섬 지역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모잠비크 잉함바네(Inhambane) 만에서는 오션 레볼루션 모잠비크(Ocean Revolution Mozambique)와 지역 원주민 공동체가 맹그로브와 해초(시그라스) 서식지 보전, 공동체 주도의 해양보호구역 설정, 생태계 기반의 소득 다각화로 기후 충격에 대한 회복력을 높이고 있다.
오션 레볼루션 모잠비크는 지역 주민들의 전통 지식과 현대 과학을 결합해 연안 생태계를 복원하고, 어업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대체 소득을 연결해주며 수백 가구의 생활 안정을 지원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남태평양 파푸아뉴기니의 사례도 눈에 띈다. 마우베레마 생태관광, 자연보호, 교육, 연구 및 훈련 센터(Mauberema Ecotourism, Nature Conservation, Education, Research & Training Centre)는 8개 지역 공동체를 묶어 665헥타르 규모의 생태계를 지속 가능하게 관리하고 있다.
특히 여성과 소녀들에게 생태관광·보전·연구 훈련을 제공해 지역 기반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토착 작물, 비목재 임산물, 커피, 생태관광 등 자연 기반 기업들은 전통 지식과 보전 가치를 보존하는 방식으로 수입을 만들어내며 지역사회 자립을 돕고 있다.
이들 사례가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 전 세계 농업과 자연 자원 관리에서 여성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지만, 토지권·재정·의사결정 접근에서 심각한 불평등을 겪고 있다.
유엔여성기구(UN Women)와 국제기구의 자료는 전 세계 토지 소유자의 20% 미만만이 여성임을 지적하며, 여성의 토지 소유 및 관리권이 향상될 때 식량 안보와 기후 대응 능력이 함께 개선된다고 보고한다. 즉, 원주민 여성의 권한 강화는 기후 위기 대응의 사회적·경제적 열쇠라는 점이 국제적 연구와 정책 논의에서도 반복해서 강조된다.
현장의 변화는 또한 교육과 기술 훈련을 통해 가능해졌다. 모잠비크에서 지역 청년들이 다이버나 해양 생물학자로, 또는 전기·정비 기술자로 훈련받아 지역 관광과 해양 과학, 기술직에 진출하는 사례는 기존의 젠더·직업 분업을 깨고 여성과 소녀들이 새로운 생계 수단을 획득하는 전형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인간 자본 투자는 단기적 소득을 넘어 지역의 기후 회복력을 장기적으로 높이는 기반이 된다.
그러나 과제도 남아 있다. 원주민 여성들이 만든 협회와 공동체 기업들은 외부 자본과 정책 지원, 시장 접근성, 법적 권리 보호 등으로 인해 규모 확대와 지속성에서 한계를 경험한다. 또한 생태계 보호와 생계유지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려면 더 많은 정치적 지원과 토지·자원에 대한 명확한 권리 보장이 필요하다.
국제기구와 비영리단체, 학계의 지원은 큰 도움이 되었지만 궁극적으로는 국경을 초월한 책임 있는 공급망과 공정한 시장 접근, 지역주도의 법·제도적 권리 확보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지역에서 시작된 작은 실천들이 글로벌 기후정책의 전환점을 만드는 일도 가능하다. 원주민 여성들이 주도하는 숲·연안 보전 모델은 탄소 흡수원으로서의 생태계 가치를 보존하는 동시에 지역사회의 경제적 권한을 확대한다.
국제 사회는 이들의 현장 경험을 정책 설계와 기후금융 배분에서 중심에 놓아야 하며, 이는 기후 정의와 지속 가능한 개발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길이라는 점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원주민 여성의 투쟁은 결국 지역사회의 일상과 문화를 지키려는 삶의 보전 행위이다. 그들이 숲과 바다를 ‘집’으로 규정하고 이를 지키기 위해 조직하고 교육하며 사업을 일구는 과정은 기후 위기에 맞서는 가장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해법 중 하나다. 국제 사회와 정책결정자, 기업이 이들의 목소리를 더 귀담아 듣고 권한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때, ‘지역에서 글로벌로’ 이어지는 기후·사회적 전환은 더욱 탄탄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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