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존 볼턴이 메릴랜드 연방 대배심에 의해 기소되었다. 그는 총 18개의 혐의, 즉 국가 방위 정보 전송 혐의 8건과 국가 방위 정보 보관 혐의 10건에 직면해 있다. 이는 모두 미국의 스파이 행위 금지법(Espionage Act)에 해당하는 중대한 범죄로 유죄 판결 시 혐의당 최대 10년의 징역형이 가능하다.
미 법무부는 볼턴이 재직 시절 혹은 퇴임 이후 개인 이메일과 메신저 앱을 통해 국가 기밀 정보를 제3자에게 전송하고 이를 개인 소유의 장비나 자택 내에서 보관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확보한 기소장에는 약 1,000쪽이 넘는 문건이 ‘일기 형식의 노트(diary-like notes)’로 작성되어 있었으며 일부가 가족들에게 공유된 정황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수사 과정에서 볼턴의 메릴랜드 자택과 워싱턴 D.C.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되었고 해킹 피해 가능성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공식 성명에서 “국가 안보를 위협하거나 권력을 남용하는 행위는 그 위치가 누구든 법의 심판을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FBI 역시 이번 수사가 정치적 의도와 무관하게 진행되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볼턴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 대표적인 강경 외교안보 라인으로 꼽혔지만, 2019년 사임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급격히 갈라섰다. 그는 2020년 출간한 회고록 《The Room Where It Happened》에서 트럼프의 외교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며 ‘무능하고 즉흥적인 결정이 국가 안보를 위협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책은 백악관의 사전 검열 없이 출간되어 당시에도 국가기밀 유출 논란이 일었다.
그런 배경 탓에 이번 기소를 둘러싸고 정치적 해석이 뒤따르고 있다. 트럼프 지지자들과 공화당 내 일부 인사들은 이번 사건을 “정치적 보복”으로 규정하며 “트럼프 행정부에 반기를 든 인물들에 대한 법적 탄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과 일부 법조계 인사들은 “기밀 취급에 있어 전·현직을 막론하고 동일한 법적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며 “법의 형평성이 확인될 기회”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번 사건은 최근 몇 년간 미국 내에서 잇따라 불거진 기밀문서 취급 논란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 대통령 시절 플로리다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기밀문서를 보관한 혐의로 기소된 바 있고, 조 바이든 대통령 역시 부통령 시절 문서를 부적절하게 보관한 의혹으로 조사받은 바 있다. 이처럼 미국 정치권 전반에서 고위직 인사들의 기밀 관리 문제는 점점 더 민감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볼턴은 아직 공식적으로 유죄가 확정되지 않은 피의자 신분으로, 메릴랜드 연방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재판에서는 그가 다루었던 문건의 구체적 성격, 전송의 의도, 외부 유출 여부 등이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기소는 단순히 한 전직 관료의 법적 문제를 넘어, 국가 안보 정보의 보호와 정치적 중립성, 그리고 행정부 내부의 책임 문제를 동시에 드러낸 사건이다. 존 볼턴이 트럼프와의 정치적 결별 이후 법적 갈등의 중심에 서게 되면서, 미국 내에서는 ‘사법의 정치화’와 ‘기밀 관리의 제도적 허점’을 둘러싼 논의가 한층 격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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