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내부의 코카인 제조시설과 마약 밀매 경로를 타깃으로 삼는 군사 작전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미 행정부의 대남미 전략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CNN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정부 내 복수의 관계자들은 대통령이 이 같은 계획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 실행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이러한 논의는 최근 몇 주 사이 트럼프 행정부가 카리브해 일대에서 군사력을 급속히 증강시키면서 구체화되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유럽에 주둔 중이던 미 해군의 최신예 항공모함 제럴드 R. 포드호(USS Gerald R. Ford) 전단을 카리브해로 파견하도록 지시했으며, 여기에 이오지마 상륙준비단과 제22해병원정대 등 4,500명 규모의 병력이 합류했다. 이들은 유도 미사일 구축함, 순양함, 잠수함, 정찰기 등과 함께 ‘국제 범죄 조직 해체 및 마약 테러 대응’을 명분으로 작전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에 마약을 반입하는 사람들은 죽을 것이다. 우리는 그들을 죽일 것”이라고 발언하며 의회의 선전포고 없이도 해외 마약 밀매 세력을 겨냥한 공습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육지에서의 작전도 배제하지 않는다”며, 해상 작전뿐 아니라 베네수엘라 영토 내 공습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이러한 강경한 발언은 단순한 단속 차원을 넘어 사실상 ‘군사적 제재’로 해석되고 있다.
미국은 이미 지난달부터 카리브해 일대에서 마약 운반선으로 추정되는 선박을 공습해왔으며,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지금까지 최소 10척이 격침되고 43명이 사망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번 작전은 마약 조직의 해상 네트워크를 무력화하기 위한 정당한 조치”라고 강조했지만,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를 “주권 침해이자 예고 없는 전쟁 행위”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유엔 마약범죄사무소(UNODC)는 베네수엘라가 코카인을 생산하는 국가는 아니며, 주요 코카 재배지는 콜롬비아, 페루, 볼리비아에 집중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과 측근들이 마약 밀매 및 자금세탁 활동에 관여했다고 주장하며, 이를 베네수엘라 정권 약화의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부 미국 관리들은 마약 조직의 불법 수익망을 차단함으로써 마두로 정권 내부 균열을 유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계획은 미국 내에서도 논란을 일으켰다. 상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인 공습 권한을 제한하기 위한 ‘전쟁권(War Powers)’ 결의안을 상정했으나 표결에서 부결되었다.
백악관은 의회의 공식 승인 없이도 ‘국가 안보 위협 대응’ 명목으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해외 마약 세력을 상대로 한 군사 공격이 국제법상 ‘자위권’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는지 그리고 베네수엘라 영토를 침범할 경우 주권 침해 문제를 피할 수 있을지에 대해 우려를 제기한다.
한편, 미국 남부사령부는 푸에르토리코를 중심으로 공군력을 확대하며 F-35 전투기와 MQ-9 리퍼 드론을 배치했다. 2004년 이후 폐쇄되었던 루즈벨트 로드 해군 기지도 최근 다시 가동에 들어갔다.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은 트럼프 행정부가 단순한 마약 단속을 넘어 ‘정권 교체’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을 강화시키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공개 성명을 통해 “베네수엘라는 평화를 원한다”며 미국에 대화를 제안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적 해법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지만 신뢰할 수 있는 행동을 먼저 보여야 한다”고 응수했다. 이처럼 양국 간 긴장은 군사·외교 양면에서 빠르게 고조되고 있다.
이번 사안은 미국이 ‘마약과의 전쟁(War on Drugs)’을 다시 군사적 형태로 확장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그러나 베네수엘라가 실제로 마약 공급의 주요 거점이 아니라는 국제기구의 평가 그리고 공습으로 인한 민간 피해 우려가 겹치면서 향후 미국의 대외정책이 또 다른 국제적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의 선택은 단순한 마약 단속을 넘어 라틴아메리카 내 정치 지형과 국제법 질서를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베네수엘라 작전이 현실화될 경우 이는 ‘마약과의 전쟁’이라는 명분 아래 진행되는 사실상의 지정학적 힘겨루기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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