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돌로 빚어진 언덕 위에 거품이 피어오르고 푸른 물결이 고요히 흐른다. 터키 남서부의 햇살 가득한 고원지대, 그곳에 자리한 파묵칼레는 이름처럼 ‘목화의 성’이라 불릴 만큼 신비로운 풍경을 자랑한다.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스키 리조트처럼 보이지만 이곳의 하얀 경사면은 눈이 아니라 수천 년 동안 뜨거운 온천수가 만들어낸 트라버틴 석회층이다. 물속의 칼슘 성분이 지표에 노출되며 고체로 변해 층층이 쌓인 결과 하얗게 빛나는 언덕과 계단식 웅덩이가 생겨났다. 그 위를 따라 흘러내리는 온천수는 햇살을 받아 은은한 빛을 내고 저녁이 되면 석양빛이 하얀 표면을 분홍빛으로 물들인다.
파묵칼레의 온천수는 섭씨 19도에서 57도 사이로 때로는 끓는점에 이를 만큼 뜨겁다. 이 뜨거운 물이 오랜 세월 동안 언덕을 흘러내리며 만들어낸 자연의 조각품은 지금도 조금씩 형태를 바꾸며 살아 있는 듯하다. 여름의 열기 속에서도 녹지 않고 반짝이는 이 흰 언덕은 마치 마법의 힘으로 유지되는 듯한 착각을 준다.
이곳은 단순히 아름다운 자연경관만으로 유명한 것이 아니다. 파묵칼레의 언덕 위에는 고대 도시 히에라폴리스(Hierapolis)가 자리하고 있다.
기원전 2세기에 세워진 이 도시는 로마와 비잔틴 시대를 거치며 온천의 치유력과 종교적 신성함으로 번영했다. 고대인들은 이곳의 뜨거운 물이 병을 고친다고 믿었고 신에게 제물을 바치며 지하의 신 플루토에게 통하는 ‘플루토늄(Plutonium)’, 즉 지옥의 관문을 두려움과 경외의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당시 제사장들은 독성 가스로 가득한 동굴 속에서도 숨을 참고 들어갔고 신의 사자로 추앙받았다.
오늘날 파묵칼레와 히에라폴리스는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방문객들은 남문에서 입장해 포장된 길을 따라 언덕을 오르며 하얀 대지의 끝에서 끝까지 이어진 장관을 마주한다. 신발을 벗고 맨발로 트라버틴 위를 걸을 때 발바닥 아래 느껴지는 따뜻한 퇴적물과 부드러운 촉감은 다른 여행지에서 느낄 수 없는 감각이다. 얕은 웅덩이 속으로 발을 담그면 미세한 거품이 발끝을 간질이며 고요한 물결이 언덕 아래로 흘러내린다.
테라스의 가장 높은 곳에는 ‘앤틱 풀(Antique Pool)’이 있다. 무너진 아폴로 신전의 기둥 사이로 수정처럼 맑은 온천수가 흘러들고 관광객들은 고대의 폐허 속에서 수영을 즐긴다. 물속에서는 작은 거품이 보글보글 피어올라 마치 탄산수 속에 잠긴 듯한 기분을 준다. 이 물은 피부 질환과 관절염, 순환기 질환에 효능이 있다고 전해진다.
히에라폴리스 유적지에는 로마 극장, 아고라 시장, 네크로폴리스 등 당시 도시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광활한 유적지 사이를 걷다 보면 이곳이 한때 얼마나 번성했던 도시였는지를 실감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날의 파묵칼레는 아름다움만큼이나 보존의 문제를 안고 있다.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일부 테라스는 마르고 예전처럼 모든 곳에 물이 흐르지 않는다. 유네스코 등재 이후 터키 정부는 환경 보호를 위해 호텔을 철거하고 물의 흐름을 조절하며, 일부 지역을 출입 금지 구역으로 지정했다. 그 결과 방문객들은 예전처럼 자유롭게 물놀이를 할 수는 없지만 그 덕분에 이 신비로운 자연유산은 다시 제빛을 되찾고 있다.
파묵칼레를 떠나기 전, 해가 지는 순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붉게 물든 하늘 아래에서 하얀 테라스가 금빛과 분홍빛으로 물드는 장면은 마치 다른 세상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파묵칼레는 단순히 ‘사진이 잘 나오는 곳’이 아니다. 이곳은 지열이 만든 자연의 기적이자 수천 년 동안 인간이 물과 땅을 통해 신성함을 느껴온 역사적 무대이다. 여행자는 이곳에서 단 한 번의 발걸음으로 지구의 원초적인 힘과 인간의 믿음이 교차하는 장면을 마주하게 된다.
파묵칼레는 더 이상 하얀 돌의 언덕이 아니라 살아 있는 신화가 된다.
BEST 뉴스
-
2026 제4회 한국ESG경영대상 'THE BEST ESG' 시상식 성료... ESG 우수사례 27건 선정
▲ 2026 제4회 한국ESG경영대상 'THE BEST ESG' 전체 수상자와 시상자 및 관계자 단체 사진 [사진=ESG코리아뉴스] (사)한국ESG위원회와 ESG코리아뉴스가 공동 주최하는 '2026 한국ESG경영대상 THE BEST ESG' 시상식이 오늘 5일, 한국언론진흥재단 기자회견장 19층에서 열렸다. ... -
유럽의 품격을 담다… 마포 '밤섬강변연가' 아파트에 들어선 철 단조 예술 게이트
▲ 서울 마포구 밤섬강변연가아파트의 정문 앞에 설치된 철 단조 게이트 [사진=ESG 코리아뉴스] 서울 마포구 밤섬강변연가아파트의 정문 앞에 서면 국내 공동주택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풍경이 펼쳐진다. 검푸른 철재 위에 금빛 장식이 더해진 웅장한 철 단조(Forged Iron) 게... -
세계혈기도연맹, ‘2026년 여름 공동단식’ 성료…몸을 비우고 마음을 채운 2박 3일
▲ 세계혈기도연맹이 경기도 여주시 대신면 송천동에 위치한 혈기도 야외수련장에서 행공 수련을 하고 있다. [사진=세계혈기도연맹] 세계혈기도연맹이 경기도 여주시 대신면 송천동에 위치한 혈기도 야외수련장에서 ‘2026년 여름 세계혈기도연맹 공동단식 프로그램’을 진행했다고 8... -
2026부산국제불교박람회, 체험형 프로그램 강화…108배·명상·사찰음식으로 불교문화 체험
▲ 2026부산국제불교박람회 공식 포스터 [사진=부산국제불교박람회 사무국] 오는 8월 부산에서 열리는 '2026부산국제불교박람회'가 108배와 명상, 사찰음식 등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는 체험형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하며 불교문화를 보다 쉽고 친숙하게 접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 -
오종민 성지고등학교 교육행정실장, 학교급식 자원순환 혁신 공로 인정... 한국ESG경영대상 개인 부문 '특별상' 수상
▲2026 제4회 한국ESG경영대상 'THE BEST ESG' 특별상 개인 부문 오종민 성지고등학교 행정실장 [사진=ESG코리아뉴스] 오종민 성지고등학교 교육행정실장이 학교급식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사용 급식(예비식)을 디지털 기반 자원순환 플랫폼과 연계해 취약계층에게 안전하게 제공하... -
오바마 전 미 대통령, ‘2026 여름 추천 도서’ 공개… “여러분이 즐겨 읽은 책도 추천해 주세요”
▲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여름 휴가철 읽기 좋은 추천 도서 목록 [사진= 버락 오바마 X]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올해도 어김없이 여름 휴가철에 읽기 좋은 추천 도서 목록을 공개하며 대중과의 소통에 나섰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자신의 X ...
전체댓글 0
NEWS TOP 5
실시간뉴스
추천뉴스
사람들
more +-
오바마 “책은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꾼다”…인생 바꾼 6권 다시 읽는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에게 깊은 영향을 준 책들을 다시 펼친다... -
UN 인권사무소, 말리 원주민 지도자 우무 디코 조명… “기후 정의와 원주민 권리 향상에 앞장”
유엔 인권사무소(UN Human Rights)가 7일 저녁 공식 X 계정을 통해 말리 출... -
방사능 연구에 바친 삶… 과학계의 거장 ‘마리 퀴리’를 기리며
과학 계정 ‘월드 오브 사이언스(World of Science)’가 7일 공식 X를 통해 19... -
스크린 넘어 세계를 보살피는 연기파 배우, ‘UN 평화대사’ 샤를리즈 테론(Charlize Theron)의 삶과 헌신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이자 인도주의 운동가인 샤를리즈 테론(Cha...
오피니언
more +-
[남재철의 기후&식량안보⑪] 폭염의 시대, 가장 낮은 곳에 시원한 희망을 전하다
올여름도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폭염은 단순히 불쾌한 더위... -
[용석광의 컴플라이언스와 ESG] ㉕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서 '사전 예방'으로의 패러다임 전환
사고가 터진 후에야 대책을 마련하는 '사후 약방문' 식의 대응은 오랜 기간 ... -
[용석광의 컴플라이언스와 ESG] ㉔ 산업별 공정거래법 위반 TOP 8: 우리 업종의 급소는 어디인가
공정거래법은 대한민국 모든 기업에 적용되는 기본 규범이지만, 실제 현장... -
[남재철의 기후&식량안보⑩] 기후가 휘두른 채찍, 복합재난에 대응해야 한다
올여름 지구촌 곳곳에서 기후위기의 새로운 얼굴이 나타나고 있다. 유...
기획 / 탐방
more +-
제5회 한국ESG경영 최고위과정, 홋카이도서 ESG 탐방 프로그램 진행
제5회 한국ESG경영 최고위과정이 지난 14일부터 17일... -
[인공지능 문명 리포트 ⑥] 기계는 왜 거짓말을 할까
인공지능이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대화하는 시대... -
[기계가 일하는 세상 ⑩] 24시간 멈추지 않는 무인 생산라인…공장은 잠들지 않는다
공장은 오랫동안 인간 노동의 상징이었다. 거대한 기계 소리, 반복되는 조립 ... -
[ESG탐방] 지속가능한 도시의 미래를 전시하다… 상하이 도시계획전시관이 보여주는 도시 운영의 방향
상하이 도시계획전시관(Shanghai Urban Planning Exhibition Center)은 상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