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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양극화의 벽 앞에 선 민주주의... 분열을 넘어선 ‘거버넌스의 복원’이 절실

  • 윤재은 기자
  • 입력 2025.11.03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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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양극화의 벽 앞에 선 민주주의 [사진= Brett Sayles]

 

미국이 또다시 선거의 계절을 맞이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단순한 정치 이벤트가 아니다. 뉴저지와 버지니아 그리고 캘리포니아에서 치러지는 주지사 선거는 공화당과 민주당이라는 두 거대 정당의 대결을 넘어 미국 사회가 얼마나 깊이 분열되었는지를 드러내는 거울이 되고 있다.


1960년대 시민권 운동 이래 그리고 남북전쟁 이후 처음으로 미국은 다시금 ‘두 개의 국가’로 나뉘는 듯한 정치적 균열을 경험하고 있다. 각 주는 자당의 이념에 더욱 단단히 고착되고 있으며 상대 진영의 영향력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민주당은 트럼프가 승리했던 25개 주에서 거의 정치적 기반을 상실했고 공화당 역시 민주당이 강세를 보이는 주에서는 유권자 접점조차 줄어드는 실정이다.


이처럼 정치적 지리 구도가 완전히 양극화되면서 대통령과 연방 의회는 더 이상 ‘국가 전체의 이해’를 대변하기 어렵게 되었다. 텍사스나 플로리다의 공화당 정부가 민주당 소수 인종 의원들의 선거구를 재조정하려는 시도나 캘리포니아 주가 공화당 지역구를 해체하려는 주민발의안을 추진하는 사례는 이러한 분열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문제는 이러한 당파적 균열이 단순히 선거 지형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거버넌스(Governance) 즉, 정책을 조정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능력 자체를 마비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버클리대 정치학자 에릭 쉬클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과 의회가 자신에게 반대한 주의 이해관계를 고려할 필요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반대 진영 출신 의원들이 줄어들면서 초당적 대화의 가능성도 함께 사라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20세기 후반까지만 해도 양당은 각자의 텃밭이 아닌 지역에서도 일정한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했다. 민주당의 중도파는 남부와 중서부에서 공화당의 온건파는 동북부와 서부 해안 지역에서 균형을 잡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오늘날 그런 교량은 거의 사라졌다. 이제 대다수 의원은 자신과 같은 정당의 대통령이 이끈 주를 대표하며 반대당 대통령에 대한 자동적 반대를 정치적 의무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로 인해 정책 논의는 점점 “상대 진영을 설득하는 과정”이 아니라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경쟁”으로 변질되고 있다. 이민 정책, 에너지 전환, 교육 정책 등 주요 이슈에서 중앙정부의 조정력은 약화되고 각 주는 마치 작은 독립국처럼 자율적이면서도 적대적인 정책을 펼친다.


자유주의 성향의 니스카넨연구소 제프리 카바서비스 부소장은 “이제 미국에는 공통된 정체성을 공유하는 두 개의 블록이 아니라 서로 다른 가치 체계를 지닌 두 개의 정치 공동체가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상대 블록의 우선순위에 복종한다는 생각은 점점 더 견디기 어려운 일로 인식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미국 민주주의가 다시 기능하기 위해서는 ‘정당정치의 승리’보다 ‘거버넌스의 복원’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거 빌 클린턴과 조지 H.W. 부시 행정부는 서로 다른 이념 속에서도 타협을 통해 국가 운영의 연속성을 유지했다. 그러나 오늘날 연방정부는 주별로 갈라진 이해관계를 조율하기보다 “우리 주 대 그들 주”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다.


거버넌스의 복원은 단순히 정치적 타협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서로 다른 사회집단 간의 신뢰를 재건하고 제도적 절차를 통해 갈등을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회복하는 일이다.


대통령이 자신에게 반대표를 던진 주의 주민들을 ‘적대적 영토’가 아닌 ‘공동의 국민’으로 바라보는 태도 그리고 각 주가 자국의 이익이 아닌 연방 전체의 안정성을 우선시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정치학자 마누엘 파스토르는 “투표권법이 약화되고, 소수 인종의 대표성이 줄어드는 현상은 단순한 선거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리는 신호”라고 경고했다. 그는 “정당이 아니라 정부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를 다시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지금 미국이 마주한 위기는 ‘누가 권력을 잡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이 어떻게 행사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위기다.


거버넌스는 단순히 행정의 효율이 아니라 다원적 사회 속에서 서로 다른 집단이 공존할 수 있도록 하는 정치의 미덕이다.


이제 미국 정치가 다시 하나의 국가로 기능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선거 승리가 아니라 국가적 조정 능력의 회복이다.


분열의 정치가 아닌, 조정과 협력의 정치, 그것이 바로 오늘날 미국 민주주의가 다시 서기 위해 되찾아야 할 ‘거버넌스’의 본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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