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원의 끝자락,
바위의 심장에서 태어난 도시가 있었다.
페르세폴리스
신들의 계단을 따라 오르면
태양이 돌기둥의 이마에 내려앉고
왕의 꿈이 그 아래에 잠들어 있다.
돌이 언어가 되고,
침묵이 역사보다 오래 남는 자리,
페르세폴리스
-바람의 제국, ‘페르세폴리스’, 윤재훈
시라즈에 오면 반드시 아케메네스(페르시아) 왕조를 세운 키루스 대왕이 잠든 ‘파사르 가다에’와 그의 후손들이 세운 거대한 왕국 ‘페르세폴리스(Persepolis)’, 그들이 잠든 절벽 무덤 ‘낙쉐 로스탐’까지 가야한다. 그러나 이곳들은 대중교통으로 접근이 힘들어 여행자들과 함께 택시를 대절하는 것이 편하다.
게스트에서 서로 의견이 맞은 스위스 청년과 중국 아가씨와 함께 1인당 10유로씩을 내고 택시를 하루 빌렸다. 언뜻 스쳐가는 주유소 팻말에 1L, 1만 리알(80원 정도)이라고 적혀있다. 처음에는 내 눈을 의심했다. 다음으로 드는 생각은 과연 산유국답다는 생각이었다. 물처럼 나오는 것일까? 여하튼 물값 보다 싸다.
카스피해 연안 국가들에서는 기름이 물처럼 나온다.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 바닷가에서 기름이 줄줄 흘러내리던 갯바위들을 보고 소름이 끼쳤던 기억이 난다.
검색을 해보니 한국은 1리터에 2299원이었다. 거의 30배 가까운 수준이다. 그런데도 기사님은 ‘외국인에게는 싸고 현지인에게는 비싸다’고 한다. 하긴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 아래 얼마나 살기가 힘들까.
택시기사 이름은 <알리>다. 다음에 아들을 나면 <래자>로 하고 그다음 <후세인>으로 하라며 가벼운 농담을 나누었다. 전부 '이맘'(예언자 무함마드의 직계 후손이자, 신이 선택한 절대적 열두 이맘(12 Imams) 지도자, 동남아의 아잔Ajahn과 비슷)들의 이름이다.
미국은 지금 이란을 세계에서 가장 과격한 나라라고 하며 금방이라도 전쟁을 일으킬 것처럼 경제제재를 하고 몰아 부친다. 원유선들이 지나가는 호루뮤즈 해협도 봉쇄한다는 소리가 간간이 들린다. 그런데 정말로 이란인들은 그렇게 ’급진적‘인가?
무슬림에는 크게 ‘시아파(Shia)’와 ‘순니파(Sunni)’가 있으며, 이란은 국민 대다수가 시아파에 속한 국가다. 흔히 함께 언급되는 ‘수피(Sufi)’는 시아파나 순니파처럼 구분되는 <종파>가 아니라, 이슬람 내부의 신비주의적 수행과 영적 수련을 중시하는 전통을 가리킨다. 따라서 수피는 시아파나 순니파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다.
시아파 내부에는 다시 여러 분파가 존재하지만, 오늘날 가장 큰 주류는 ‘12이맘파(Twelvers)’이며, ‘7이맘파’는 현재의 이스마일파(Ismaili)로 이어진다. 지금은 12대 이맘*까지 왔는데, 갑자기 874년에 12대 이맘 무함마드 알-마흐디(Muhammad al-Mahdi)가 사라졌다. 무슬림들은 이것을 ‘이맘의 은폐기’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무려 1151년 전의 일이다.
무슬림들은 AD 874년에 ‘소은폐(Occultation of Minor)’ 상태에 들어갔다가 AD 941년부터는 ‘대은폐(Greater Occultation)’의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알려져 있다. 이 오랜 기간 이들은 한국의 불자들이 미륵을 기다리는 것처럼 언제가 마흐디가 나타나 세상의 정의를 회복할 것이라고 간절하게 믿고 있다.
특히나 시아파만의 특징이 있는데, 첫 번째로는 <신의 빛(누르Nur)이론>이다. 즉 ‘신은 매 단계마다 누군가를 선택하여 그에게만 능력을 내리는데, 그에 따르면 유일한 하느님의 상속자는 이슬람 4대 칼리프 ‘알리 이븐 아비 탈리브(Ali ibn Abi Talib, 최초의 남자 무슬림)’라고 굳게 믿고 있다. 그만이 신의 빛을 받아 선택된 자이며,1·2·3대 칼리프는 정치적 지도자로는 인정은 하지만 종교적 정통 계승자로는 보지 않는다는 점에서 순니파와 근본적인 차이를 보인다.
‘알리 이븐 아비 탈리브’는 무함마드의 사촌동생으로 AD 601년 9월 15일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에서 태어났다. 무함마드의 보호자였던 아부 탈리브의 아들이다. 그는 무함마드의 딸 파티마(Fatima)와 결혼하여 AD 656년 4대 칼리파가 되었으며, 하산과 후세인을 두었다.
그러다 시리아 총독이던 무아위야와의 내전(시핀 전투, AD 657)을 겪으며 이슬람 공동체는 깊은 정치적 분열에 빠져들었다. 알리는 그전쟁에서 승리하였으나 잘못된 협상을 하며 정치적 입지가 급격히 약화되었다. 결국 AD 661년 1월, 이라크 쿠파 대모스크(Grand Mosque of Kufa)에서 그에게 충성을 다하던 젊고 급진적인 카와리지파(Kharijites) 소속 자객에 의해, '1월 29일 암살당한다.
*아랍어로 ‘지도자’, ‘모범이 되어야 할 것’을 의미, 이란을 이슬람 국가로 만든 호메이니나 그의 후계자인 현 하메네이도 스스로를 ’이맘‘이라 부른다.

다음으로는 <정의에 대한 교리>이다. 성직자는 ‘절대로 잘못이 없는 청결한 사람’이어야 하며, 이슬람법의 해석권(결정권)을 갖은 이맘을 보위하고 보호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타끼야Taqiya론>이다. 이것은 ‘믿음을 위한 거짓말은 종교적으로 옳은 행동이라고 자신들을 인정’하는 것이다.
성지순례로 유명한 곰Qom이나 마샤드Mashad에 가면 수많은 모스크와 성직자, 신실한 무슬림들이 평화롭게 모여 사는 것을 볼 수 있다.
페르세폴리스가 멀지 않는 모양이다. 길에 낙타를 세워놓고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유발하는 호객꾼이 나오는가 싶더니, 석류와 오렌지, 밀감 등을 파는 노점상들이 줄을 잇는다. 집이 몇 채 서 있는 조그만 가게 앞에 기사가 차를 세우더니 허름한 가게로 들어가 아메리카노를 한 잔씩 사준다. 그의 단골집인 듯 익숙하다.
따뜻한 심성의 그는 ‘현지인이 사면 싸고 여행자가 사면 비싸다’고 하며 웃는다. 관광객들에게는 '그래 보았자 이란의 물가인데...' 하는 마음도 들지 않을까, 그들은 참으로 힘들 것이다. 마음 씀씀이가 참 고마운 사람이다.
고원의 끝자락,
바위의 심장에서 태어난 도시가 있었다.
페르세폴리스
신들의 계단을 따라 오르면
태양이 돌기둥의 이마에 내려앉고
왕의 꿈이 그 아래에 잠들어 있다.
기둥은 하늘을 받치려다
이미 하늘의 일부가 되었고,
사자와 황소의 조각이
아직도 서로의 숨결을 노려본다.
길었던 싸움
돌의 주름마다,
불타는 제국의 시간이 스며 있다.
다리우스의 음성이
먼 하늘에서 울려온다.
“나는 바위를 다스리는 왕이다.”
그러나 지금, 그 궁전은
모래의 바다 위에 흩어진 돌글자,
바람의 사서(寫書)만이
그 이름을 다시 읽는다.
한낮의 태양 아래
누군가가 서 있다.
그의 그림자마저 사라질 때쯤,
바람이 낮게 중얼거린다.
“제국은 사라지고,
빛만이 남았다.”
밤이 오면 별들이 계단을 내려와
무너진 궁전의 어깨에 앉는다.
누군가는 여전히 이곳을 왕국이라 부른다.
돌이 언어가 되고,
침묵이 역사보다 오래 남는 자리,
페르세폴리스
-바람의 제국, ‘페르세폴리스’, 윤재훈
덧붙이는 글 I 자재自在
자재는 자유자재(自由自在)의 자재이다. “환경이 아프면, 내 몸도 아프다”라는 마음으로 30여 년 가까이 일체의 세제와 퐁퐁를 쓰지 않고, 일회용품과 비닐, 비누나 치약 등도 가능한 쓰지 않는다. 물수건이나 휴지 대신 손수건을 쓰고 겨울에는 내복을 입고 실내 온도를 낮춘다. 자가용은 없으며 가까운 곳은 자전거로 먼 곳은 대중교통으로 다니면서, 나의 화석 발자국을 줄이려고 노력한다.
홍익대학교를 비롯한 몇 개의 대학에서 강의를 했으며, 한강 1,300리, 섬진강 530리, 한탄강, 금강, 임진강과 폐사지 등을 걸었으며, 우리나라 해안선만 따라 자전거로 80일 동안 5830km를 순례했다. 다시 세계가 궁금해져 5년 동안 ‘대상(隊商)들의 꿈의 도로’인 실크로드를 따라, 세계오지 배낭순례를 했다.
2000년 전주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으며, 해양 문학상, 전국 문화원 연합회 논문공모 우수상, 시흥 문학상 등 몇 개의 상을 받았다. 2020년 인사동 마루아트센터 아지트갤러리‘국제 칼렌다 사진전’에 참여하였다. 2016년‘평화, 환경, 휴머니즘 국제 영상제’에 <초인종 속 딱새의 순산, 그 50일의 기록>이라는 작품으로, (환경부 장관) 대상을 수상했다. 평생 다양한 기관에서 무료봉사를 해오고 있으며, 연극에도 관심이 많아 십여 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또, 노원, 영등포 50+센터 등에서 2년여 전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내 마음에 안식처>서울역사여행’등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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