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는 지구상에서 가장 중요한 생태계 중 하나이지만 사람들에게 가장 간과된 곳이기도 하고 이러한 무관심으로 인해 가장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곳은 수많은 야생동물들의 쉼터이며 물을 정화하고 저장하며 탄소를 흡수해 기후를 안정시키는 지구의 필수적 생명 인프라다. 그 중요성은 숲이나 바다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 혜택과 기능 면에서는 인간 사회가 누리는 생태계 서비스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습지는 지난 수백 년 동안 극적으로 감소했다. 연구에 따르면 1700년에 존재했던 전 세계 습지의 약 85%가 2000년까지 사라졌다. 사라지는 속도 역시 심각하다. 현재 습지는 숲보다 세 배나 빠르게 소멸하고 있으며, 그 상실은 수십만 종의 동식물에게 생존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농업 확대와 도시 개발, 토지 배수 사업, ‘생산성’이라는 미명 아래 자연을 전환하는 인간의 활동이 주된 원인이다.
UN환경계획(UNEP) 해양 및 담수 수석 코디네이터 레티시아 카르발류는 “건강한 습지는 기후 완화와 적응, 생물다양성, 인간의 건강과 번영에 필수적이며 그 가치가 실제 경제적 평가를 뛰어넘는다”고 말한다. 그녀는 습지의 중요성을 다시 강조하며 “습지가 인류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우선순위 지정, 보호, 복원, 그리고 더 나은 관리와 모니터링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세계 습지의 날은 1972년 체결된 람사르 협약 이후 처음으로 유엔이 공식 지정한 국제 기념일이 되었다. 이는 습지의 가치를 세계가 다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특히 이탄지(peatland)를 포함한 습지는 기후 위기의 대응에 있어서 가장 강력한 자연 기반 해결책이다. 이탄지는 지구 어디에도 견줄 수 없을 만큼 많은 탄소를 저장하고 있으며, 그 저장량은 전 세계 모든 숲의 탄소량을 합친 것의 두 배에 이른다. 내륙 습지는 홍수와 가뭄을 예방하고 극단적인 기후 조건에 대응하도록 돕는다. 이러한 기능은 기후 변화가 더욱 심화되는 오늘날 더욱 절실하다.
UNEP은 이러한 이유로 습지를 생태계 복원의 핵심 분야로 삼고 있다. 카르발류는 “습지를 자연 기반 해결책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COP26을 통해 재정과 정치적 의지의 중요성이 강조되었고 각국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에 습지 관련 정책이 적극 반영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흥미로운 점은 인간이 만든 인공 습지 역시 상당한 생태적 가치를 갖는다는 것이다. 저수지나 인공 연못 등은 물을 저장하고 기후를 완충하며 식생과 미생물 활동을 통해 폐수의 오염물질을 자연적으로 정화한다. 발트해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처럼 부유 습지를 조성해 질소·인 같은 영양염을 제거하는 방식은 환경 회복에 효과적이며 경제적으로도 효율적이다.
또한 습지는 생물다양성의 요람이다. 전 세계적으로 14만 종 이상의 생물이 담수 습지에 의존하며 어류의 절반 이상이 이곳에서 살아가거나 번식한다. 인간에게 식량과 경제적 기반을 제공하는 어업 역시 습지 생태계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침입종 증가, 오염, 서식지 파괴, 과도한 채취로 인해 담수 생물다양성의 약 3분의 1이 현재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다행히도, 과학자들은 습지의 보호와 복원이 실제로 효과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글로벌 습지 전망(Global Wetland Outlook) 보고서는 습지 관리 개선이 인류의 건강, 식량, 물 안보를 향상시키며, 이는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인 약 40억 명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고 분석한다. 지속가능발전목표(SDG) 6.6은 2030년까지 모든 국가가 습지를 보호·복원할 것을 요구하며 UNEP는 이 목표의 달성을 모니터링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세계 곳곳에는 고유한 특성을 가진 다양한 습지가 존재한다. 오카방고 삼각주와 판타날 같은 대형 내륙 습지는 생물다양성의 보고이지만 농업과 개발 압력은 이러한 상징적 공간뿐 아니라 작은 지역 습지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를 들어 인공 습지는 비용 효율적인 수질 정화와 생물다양성 회복에 도움이 되며 북극의 이탄 지대는 지구 탄소 순환의 핵심축을 이루지만 온난화로 인해 되레 탄소를 방출할 위험에 처해 있다. 소다 호수나 염수 습지처럼 특수한 환경을 가진 습지들은 교육·연구·레크리에이션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의 이탄지 습지 숲은 팜유 농장 개발로 큰 피해를 받았지만, 탄소 흡수와 생태적 가치가 재평가되며 복원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결국, 습지는 단순한 자연 풍경이 아니라 지구의 건강을 유지하는 숨은 조력자이며 우리가 직면한 기후·물·생물다양성 위기의 해결책 그 자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그 가치를 인정하고 보호하며 잃어버린 습지를 되살리는 공동의 의지다. 습지의 미래는 곧 인류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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