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가 가속화되는 오늘날 세계 곳곳의 산악 지역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위협에 놓여 있다. 고지대는 저지대보다 온도가 더 빠르게 상승하고 변덕스러운 강수와 산사태·홍수 같은 자연재해는 지역 주민들의 삶을 흔들고 있다. 산은 수자원의 보고이자 생물다양성의 중심지이며 수많은 공동체가 기대어 살아가는 공간이지만, 지금 이곳은 기후 위기의 최전선이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 지역은 자신들이 가진 자연환경과 전통, 사회구조에 맞는 방식으로 기후 적응 전략을 찾기 시작했다. 최근 UNEP와 여러 국제기관이 발간한 산악 적응 사례들은 남캅카스와 동아프리카, 아시아 히말라야가 서로 다른 환경 속에서도 비슷한 질문에 답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후 위기 속에서 어떻게 생계를 지키고, 자연을 회복하며, 공동체의 미래를 지탱할 수 있을까?
남캅카스, 농업 혁신으로 토양과 생계를 살리다
아르메니아와 조지아가 위치한 남캅카스 지역은 수자원 부족과 토양 황폐화 그리고 산사태 위험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곳의 공동체들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아르메니아에서는 오래된 관개 시스템을 보수하고 점적 관개를 도입하면서 물 손실을 줄이고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있다. 태양열 건조기와 비난방 온실은 농작물의 가치를 높이고 생장 기간을 연장해 농가 소득을 안정시키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조지아에서는 토양 침식을 막기 위해 전통적인 치카베리 포도나무 재배를 다시 활성화하며 와인 산업을 통한 새로운 소득원도 마련하고 있다.
이 지역의 해법들은 자연을 소모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연과 협력하는 방식이다. 기후 스마트 농업을 중심에 둔 접근은 생태계 보전과 경제적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사례로 꼽힌다.
동아프리카, 에너지와 생태계를 동시에 지키는 실천들
동아프리카의 산악 지역, 특히 케냐와 르완다는 가뭄과 홍수의 반복, 산림 감소, 에너지 빈곤 같은 복합적인 위기에 시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이 지역 주민들은 공동체 단위의 해결책으로 새로운 삶의 방식을 만들어가고 있다.
케냐에서는 소규모 농가들이 제로 방목 시스템을 도입해 토양 침식을 줄이고 우유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나아가 소똥을 활용한 가정용 바이오가스 생산이 확산되면서 장작 사용이 줄어 산림 보전과 여성 건강 개선이라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거두고 있다.
르완다의 산림·목축 통합 방식 역시 주목할 만하다. 목초지에 나무를 심어 가축의 사료와 그늘을 제공하고 동시에 토양의 질을 회복하는 숲 목축(Silvopasture)은 생물다양성과 생계를 함께 살리는 혁신으로 평가된다.
동아프리카의 전략은 공동체 참여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주민들은 단순한 수혜자가 아니라 정책과 실천의 핵심 역할을 맡으며 자연을 지키는 주체로 자리 잡고 있다.
아시아 히말라야, 빙하의 시대를 넘어서는 물 관리
히말라야는 “세계의 물탱크”라 불릴 만큼 중요한 담수 자원을 품고 있지만, 이곳 역시 빠르게 녹아내리는 빙하와 불안정한 강 수계로 인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특히 빙하호 범람(GLOF)은 주민들의 생명과 마을 인프라를 위협하는 주요 재난으로 떠올랐다.
네팔과 부탄에서는 위험지역에 조기경보 시스템을 구축하고 공동체가 직접 참여하는 빙하 감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고산 환경에 맞는 기후 스마트 농업 기술이 도입돼 고온과 병충해에 견딜 수 있는 품종이 개발되고 있다. 히말라야 지역에서는 생태관광을 통한 지속가능한 소득 창출도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다.
히말라야의 적응 전략은 물 관리와 재난 대응이 핵심이며 국제기구·정부·지역사회가 협력하는 다층적 구조가 특징적이다.
세 지역이 보여주는 공통된 길
남캅카스, 동아프리카, 히말라야는 서로 전혀 다른 자연환경을 지니고 있음에도, 기후 위기 시대에는 놀라울 만큼 닮은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들 지역이 공통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접근 방식의 중심에는 자연 기반 해결책이 있다. 산림을 복원하고 토양을 건강하게 유지하며, 물을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활용하는 것이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노력의 중심에는 언제나 지역 주민이 있다. 외부에서 설계된 정책만으로는 지속적인 변화를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공동체가 스스로 환경을 돌보고 관리하는 구조가 필수적이다. 주민 참여는 단순한 협조 차원이 아니라 실천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인식된다.
과거에는 자연 보호와 지역 개발이 서로 충돌하는 문제로 여겨지곤 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이 지역들은 생계 안정과 생태 회복을 동시에 추구하는 길을 선택하고 있으며, 자연을 되살리는 일이 곧 경제적 안정과 연결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산림 복원이나 지속 가능한 토지 이용이 오히려 농업 생산성을 높이고 새로운 소득원을 만들어 주는 사례가 등장하면서 이러한 변화는 더욱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역적 노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많은 산악 지역이 저소득 또는 중소득 국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협력과 재정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글로벌 차원의 지원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이들 지역은 기후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
산은 기후 위기의 희생양이 아닌 해결의 출발점
산악 지역은 기후 변화의 충격을 가장 먼저 겪는 곳이지만 동시에 기후 적응의 혁신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는 공간이기도 하다. 남캅카스의 농업 혁신, 동아프리카의 바이오가스 전환, 히말라야의 물 관리 시스템은 모두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낸 사례들이다.
세계가 기후 위기의 해결책을 찾고 있는 지금 산은 단순한 자연경관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실험의 장이 되고 있다. 각 지역이 만들어낸 작은 변화들이 모여 기후 회복력의 새로운 표준을 세우고 있다.
BEST 뉴스
-
국민 10명 중 4명 토지 보유… 개인 토지소유자 2012만 명
▲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gemini 생성이미지] 우리나라 국민 가운데 약 40%가 토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개인 토지소유자는 2000만 명을 넘어섰으며, 토지 보유 면적은 60대 이상 고령층에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국토교통부는 2025년 말 ... -
문체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패러게임' 준비단 출범…선수단 안전·편의 지원 본격화
▲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공식 로고 [사진=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문화체육관광부가 오는 9월 개막하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과 아시안 패러게임에 참가하는 대한민국 선수단과 대회 관람객의 안전 및 편의를 지원하기 위해 관계기관 합동 준비단을 ... -
5억3900만 년 기후의 비밀 풀었다… “지구는 스스로 온도를 조절해 왔다”
▲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사진=gemini 생성이미지] 지구는 지난 5억3900만 년 동안 빙하기와 초온난기를 반복하면서도 전체 평균기온을 일정 범위 안에서 유지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공동연구진은 암석 속에 남겨진 화학적 흔적과 첨단 기후모델을 결합해... -
서울시-메가MGC커피, 커피박 재활용 활성화 협약
▲ 왼쪽부터) 이호민 메가커피 CMO(chief marketing officer), 윤재삼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 [사진=서울시] 서울시가 카페에서 발생하는 커피 찌꺼기인 커피박(커피를 추출한 뒤 남는 부산물)의 재활용 활성화를 위해 프랜차이즈 업계와 손을 잡았다. 서울시는 지난 7월 30일 ... -
상반기 신규 등록 차량 23%가 전기차…친환경차 395만 대 돌파
▲ 충전중인 전기차 [사진=ESG코리아뉴스] 국내 자동차 시장이 친환경차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신규 등록 자동차 4대 가운데 1대에 가까운 차량이 전기차였으며, 친환경차 누적 등록 대수는 처음으로 395만 대를 넘어섰다. ... -
지단, 프랑스 축구 새 사령탑 선임…한국은 감독 선임 논란에 청문회까지
▲ 프랑스축구연맹(FFF)이 프랑스 축구의 살아있는 전설 지네딘 지단을 국가대표팀 신임 감독으로 공식 선임했다. [사진=Pinterest] 프랑스축구연맹(FFF)이 29일(현지시간) 프랑스 축구의 살아있는 전설 지네딘 지단을 국가대표팀 신임 감독으로 공식 선임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전체댓글 0
NEWS TOP 5
실시간뉴스
추천뉴스
사람들
more +-
오바마 “책은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꾼다”…인생 바꾼 6권 다시 읽는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에게 깊은 영향을 준 책들을 다시 펼친다... -
UN 인권사무소, 말리 원주민 지도자 우무 디코 조명… “기후 정의와 원주민 권리 향상에 앞장”
유엔 인권사무소(UN Human Rights)가 7일 저녁 공식 X 계정을 통해 말리 출... -
방사능 연구에 바친 삶… 과학계의 거장 ‘마리 퀴리’를 기리며
과학 계정 ‘월드 오브 사이언스(World of Science)’가 7일 공식 X를 통해 19... -
스크린 넘어 세계를 보살피는 연기파 배우, ‘UN 평화대사’ 샤를리즈 테론(Charlize Theron)의 삶과 헌신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이자 인도주의 운동가인 샤를리즈 테론(Cha...
오피니언
more +-
[남재철의 기후&식량안보⑪] 폭염의 시대, 가장 낮은 곳에 시원한 희망을 전하다
올여름도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폭염은 단순히 불쾌한 더위... -
[용석광의 컴플라이언스와 ESG] ㉕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서 '사전 예방'으로의 패러다임 전환
사고가 터진 후에야 대책을 마련하는 '사후 약방문' 식의 대응은 오랜 기간 ... -
[용석광의 컴플라이언스와 ESG] ㉔ 산업별 공정거래법 위반 TOP 8: 우리 업종의 급소는 어디인가
공정거래법은 대한민국 모든 기업에 적용되는 기본 규범이지만, 실제 현장... -
[남재철의 기후&식량안보⑩] 기후가 휘두른 채찍, 복합재난에 대응해야 한다
올여름 지구촌 곳곳에서 기후위기의 새로운 얼굴이 나타나고 있다. 유...
기획 / 탐방
more +-
제5회 한국ESG경영 최고위과정, 홋카이도서 ESG 탐방 프로그램 진행
제5회 한국ESG경영 최고위과정이 지난 14일부터 17일... -
[인공지능 문명 리포트 ⑥] 기계는 왜 거짓말을 할까
인공지능이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대화하는 시대... -
[기계가 일하는 세상 ⑩] 24시간 멈추지 않는 무인 생산라인…공장은 잠들지 않는다
공장은 오랫동안 인간 노동의 상징이었다. 거대한 기계 소리, 반복되는 조립 ... -
[ESG탐방] 지속가능한 도시의 미래를 전시하다… 상하이 도시계획전시관이 보여주는 도시 운영의 방향
상하이 도시계획전시관(Shanghai Urban Planning Exhibition Center)은 상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