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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 속 산악 지역의 생존 전략: 남캅카스에서 히말라야까지

  • 권민정 기자
  • 입력 2025.12.07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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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팔에서 바라본 히말라야 산맥 [사진=Prakash Aryal]

 

기후 변화가 가속화되는 오늘날 세계 곳곳의 산악 지역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위협에 놓여 있다. 고지대는 저지대보다 온도가 더 빠르게 상승하고 변덕스러운 강수와 산사태·홍수 같은 자연재해는 지역 주민들의 삶을 흔들고 있다. 산은 수자원의 보고이자 생물다양성의 중심지이며 수많은 공동체가 기대어 살아가는 공간이지만, 지금 이곳은 기후 위기의 최전선이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 지역은 자신들이 가진 자연환경과 전통, 사회구조에 맞는 방식으로 기후 적응 전략을 찾기 시작했다. 최근 UNEP와 여러 국제기관이 발간한 산악 적응 사례들은 남캅카스와 동아프리카, 아시아 히말라야가 서로 다른 환경 속에서도 비슷한 질문에 답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후 위기 속에서 어떻게 생계를 지키고, 자연을 회복하며, 공동체의 미래를 지탱할 수 있을까?


남캅카스, 농업 혁신으로 토양과 생계를 살리다


아르메니아와 조지아가 위치한 남캅카스 지역은 수자원 부족과 토양 황폐화 그리고 산사태 위험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곳의 공동체들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아르메니아에서는 오래된 관개 시스템을 보수하고 점적 관개를 도입하면서 물 손실을 줄이고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있다. 태양열 건조기와 비난방 온실은 농작물의 가치를 높이고 생장 기간을 연장해 농가 소득을 안정시키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조지아에서는 토양 침식을 막기 위해 전통적인 치카베리 포도나무 재배를 다시 활성화하며 와인 산업을 통한 새로운 소득원도 마련하고 있다.


이 지역의 해법들은 자연을 소모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연과 협력하는 방식이다. 기후 스마트 농업을 중심에 둔 접근은 생태계 보전과 경제적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사례로 꼽힌다.


동아프리카, 에너지와 생태계를 동시에 지키는 실천들


동아프리카의 산악 지역, 특히 케냐와 르완다는 가뭄과 홍수의 반복, 산림 감소, 에너지 빈곤 같은 복합적인 위기에 시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이 지역 주민들은 공동체 단위의 해결책으로 새로운 삶의 방식을 만들어가고 있다.


케냐에서는 소규모 농가들이 제로 방목 시스템을 도입해 토양 침식을 줄이고 우유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나아가 소똥을 활용한 가정용 바이오가스 생산이 확산되면서 장작 사용이 줄어 산림 보전과 여성 건강 개선이라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거두고 있다.


르완다의 산림·목축 통합 방식 역시 주목할 만하다. 목초지에 나무를 심어 가축의 사료와 그늘을 제공하고 동시에 토양의 질을 회복하는 숲 목축(Silvopasture)은 생물다양성과 생계를 함께 살리는 혁신으로 평가된다.


동아프리카의 전략은 공동체 참여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주민들은 단순한 수혜자가 아니라 정책과 실천의 핵심 역할을 맡으며 자연을 지키는 주체로 자리 잡고 있다.


아시아 히말라야, 빙하의 시대를 넘어서는 물 관리


히말라야는 “세계의 물탱크”라 불릴 만큼 중요한 담수 자원을 품고 있지만, 이곳 역시 빠르게 녹아내리는 빙하와 불안정한 강 수계로 인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특히 빙하호 범람(GLOF)은 주민들의 생명과 마을 인프라를 위협하는 주요 재난으로 떠올랐다.


네팔과 부탄에서는 위험지역에 조기경보 시스템을 구축하고 공동체가 직접 참여하는 빙하 감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고산 환경에 맞는 기후 스마트 농업 기술이 도입돼 고온과 병충해에 견딜 수 있는 품종이 개발되고 있다. 히말라야 지역에서는 생태관광을 통한 지속가능한 소득 창출도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다.


히말라야의 적응 전략은 물 관리와 재난 대응이 핵심이며 국제기구·정부·지역사회가 협력하는 다층적 구조가 특징적이다.


세 지역이 보여주는 공통된 길


남캅카스, 동아프리카, 히말라야는 서로 전혀 다른 자연환경을 지니고 있음에도, 기후 위기 시대에는 놀라울 만큼 닮은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들 지역이 공통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접근 방식의 중심에는 자연 기반 해결책이 있다. 산림을 복원하고 토양을 건강하게 유지하며, 물을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활용하는 것이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노력의 중심에는 언제나 지역 주민이 있다. 외부에서 설계된 정책만으로는 지속적인 변화를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공동체가 스스로 환경을 돌보고 관리하는 구조가 필수적이다. 주민 참여는 단순한 협조 차원이 아니라 실천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인식된다.


과거에는 자연 보호와 지역 개발이 서로 충돌하는 문제로 여겨지곤 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이 지역들은 생계 안정과 생태 회복을 동시에 추구하는 길을 선택하고 있으며, 자연을 되살리는 일이 곧 경제적 안정과 연결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산림 복원이나 지속 가능한 토지 이용이 오히려 농업 생산성을 높이고 새로운 소득원을 만들어 주는 사례가 등장하면서 이러한 변화는 더욱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역적 노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많은 산악 지역이 저소득 또는 중소득 국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협력과 재정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글로벌 차원의 지원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이들 지역은 기후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


산은 기후 위기의 희생양이 아닌 해결의 출발점


산악 지역은 기후 변화의 충격을 가장 먼저 겪는 곳이지만 동시에 기후 적응의 혁신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는 공간이기도 하다. 남캅카스의 농업 혁신, 동아프리카의 바이오가스 전환, 히말라야의 물 관리 시스템은 모두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낸 사례들이다.


세계가 기후 위기의 해결책을 찾고 있는 지금 산은 단순한 자연경관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실험의 장이 되고 있다. 각 지역이 만들어낸 작은 변화들이 모여 기후 회복력의 새로운 표준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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